Mind Lecture

아프리카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말라리아가 있다. 말라리아 모기가 사람을 물면 그 주둥이에 있던 말라리아균이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가고, 잠복기를 거친 뒤 사람 몸을 공격한다. 나도 아프리카에 갔을 때 말라리아에 걸린 적이 있다. 몸에 감기 기운이 있어서 괜찮겠거니 했는데, 아프리카에서 지내는 분이 그 사실을 알고는 “여기는 아프리카입니다. 빨리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하여 병원에서 피검사를 해보니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있었다. 초기에 발견되어서 의사가 주는 약을 먹고 곧 나을 수 있었다.

사람의 몸에 많은 병이 있는 것처럼 마음에도 여러 병들이 있다. 내가 아는 한 여대생이 있다. 그 학생의 엄마는 스무 살 때 시력을 잃었다. 그분이 나중에 결혼해서 이 여학생을 낳았다. 그런데 앞을 못 보는 엄마가 딸을 키울 능력이 없어서 친척집에 돈을 주고 딸을 맡겼다. 딸은 이 집, 저 집 전전하면서 마음에 말할 수 없이 많은 상처를 입었다. 열다섯, 열여섯 살 소녀가 되면서 이 학생의 마음이 병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고, 말을 듣지 않고, 대들고…. 이런 것들이 이 학생의 삶에 가득 찼다. 술을 마시고, 거칠고 폭력적으로 변해 갔다. 엄마에게 눈도 깜짝하지 않고 욕을 하고 대들었다.

“엄마가 앞을 못 보는 것 때문에 왜 내가 고통을 당해야 돼?”

“키우지도 못할 거면서 왜 아이를 낳았어? 차라리 낳았을 때 바로 죽이지!”

엄마 마음이 많이 아팠다.

이 학생의 마음을 치료할 길이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를 향하여, 친척들을 향하여, 이 사회를 향하여, 마음과 행동이 점점 더 거칠어졌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지냈다.

너는 엄마에게 빛이고, 희망이고, 기쁨이었어

대학생이 된 어느 날, 국제청소년연합에서 진행하는 해외 봉사활동인 굿뉴스코 단원으로 지원해 탄자니아로 갔다. 그곳에 가면 자신의 삶이 좀 나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자니아에 가서도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 함께 지내던 단원들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과 여전히 부딪히고 다투었다. 하루하루를 그렇게 지내는 것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어느 날 이 학생이 가방을 싸들고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다. 그 일로 인해 탄자니아 봉사단 지부장의 아내와 이야기가 되었다.

“너는 왜 화만 나면 입을 다무니?”

“말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요?”

“네가 이야기를 해야 우리가 네 마음을 알고 널 도울 수 있잖아. 우린 너를 도우려고 해.”

“나를 돕는다고요? 사모님, 나 지금 자살하고 싶은데 좀 도와주세요. 말로만 하지 말고요!”

학생은 화가 너무 난 나머지,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숨겨왔던 사실을 소리쳐 말했다.

“사모님!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말씀하세요?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아세요? 우리 엄마는 앞을 못 보는 소경이에요! 내가 그 소경의 딸이란 말이에요!!! 소경 딸로 사는 제 마음이 어떤지 알고나 계세요?”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사모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한참 뒤, 학생의 등을 두드리며 사모님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희 엄마는 꽃다운 나이에 빛을 잃었어. 사방이 어둠으로 가득 찼어. 어디에도 소망이 없고, 기쁨이 없었어. 그렇게 살다가 너를 낳았어. 너는 엄마에게 빛이고, 희망이고, 기쁨이었어. 그런데 그런 네가 엄마에게 칼로 찌르는 듯한 말을 했을 때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해본 적 있니?”

생각지 못한 이야기에 학생은 깜짝 놀랐다. 늘 엄마 앞에서 자기는 피해자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앞을 보지 못하는 것 때문에 자신이 어려서부터 멸시를 받고 고통을 당하며 살았다고 생각했다. 엄마 때문에 고통스러웠기에 엄마를 원수처럼 여겼다. 엄마를 미워했고, 멸시했다. 스물두 살이 되도록 엄마의 마음을 더듬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사모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처음으로 엄마의 마음이 생각되었다.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 난생처음 엄마의 마음을 더듬어 가기 시작했다.

‘내가 아주 나쁜 딸이구나! 내가 엄마에게 너무 못할 말을 했구나! 엄마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학생의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엄마, 내가 미안해!

며칠 뒤, 이 학생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고, 잠시 후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를 통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엄마, 나예요. 은정이.”

“은정이니? 그래, 밥은 잘 먹고? 잠은 잘 자고? 어려운 건 없어?”

자신을 향한 엄마의 사랑이 밀려들어오는 것이 마음에 느껴졌다. 처음으로 느끼는 엄마의 사랑이었다. 견디기 힘들 만큼 뜨거운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입을 뗄 수가 없었다. 겨우 입을 다시 열었다.

“엄마.”

“우리 딸, 왜 그래?”

“나를 낳아 줘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엄마를 향하여 늘 독설만 쏟아내던 딸의 입에서 22년 만에 처음으로 나온 말이었다. 딸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는 쓰러져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엄마, 왜 울어? 엄마, 왜 울어? 엄마, 미안해!”

“아니야, 엄마가 미안해.”

“엄마, 나는 엄마가 내 엄마여서 너무 좋아!”

“엄마도 네가 내 딸이어서 너무 고마워.”

마음은 서로 흐를 때 행복해진다

우리 몸에 있는 수많은 병들이 그냥 치료되진 않는다. 병을 이길 수 있는 무언가가 우리 몸에 들어와야 한다. 말라리아처럼 무서운 질병에 걸려도 약을 제때 먹으면 건강을 곧 회복할 수 있다. 우리 마음의 병도 그냥 치료되지 않는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서로 마음이 흐를 때 대부분 고쳐진다. 앞에 이야기한 여학생은 엄마의 마음을 알지 못해 엄마를 향해 마음을 닫고 살았고, 그러다 보니 엄마의 마음을 더욱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엄마를 향해 마음이 열리면서 세상에서 가장 미워하던 엄마가 한없이 사랑스러운 엄마로 변했다.

사람은 서로 마음이 흘러야 마음이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살아야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해진다. 경제가 발달하면서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특징은, 어떤 이유로든 마음이 닫혀서 다른 사람들과 마음이 잘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이 심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아예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계속 하려고 한다.

지금 우리 마음이 병들어가지는 않는지 돌아보자. 마음을 닫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 듣는 것을 싫어하진 않은지? 자기 주장만 하는 사람은 아닌지? 듣기 좋은 이야기만 말고 듣기 싫은 이야기도 듣고, 마음을 열고 그런 이야기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형과 동생 사이에 서로 옳다고 주장만 하지 말고, 내 생각과 다르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봐야 한다. 그렇게 하면 서로 마음이 가까워지고 화목해진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거워진다.

마음을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마음은 서로 흐를 때 행복해진다. 마음이 흐를 때 우리 삶이 밝고 건전해진다. 혹시 마음을 닫고 자기 주장만 하고 있다면, 태도를 고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자. 그렇게 살면 우리가 속한 사회가 행복해지고, 우리 가정이 행복해질 것이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개발자이다. 성경에 그려진 마음의 세계 속에서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메커니즘을 찾아내, 이 내용을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 <신기한 마음여행>, <마인드교육 원론> 등 자기계발 및 마인드교육 서적 15권, 신앙서적 62권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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