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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지탱하는 세 가지 역량육상 선수 은고니 마쿠샤에게 배우다
홍석영 | 승인 2022.01.21 14:25

남자 100미터 달리기 경기의 승부가 갈리는 시간은 10초에 불과하다. 때문에 선수들은 자신의 기록에서 백분의 1초를 당기기 위해 수백, 수천 시간을 쏟아붓는다. 이들은 어떻게 자신의 시간을, 체력을, 마음을 관리할까?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100미터를 가장 빨리 달리는 은고니 마쿠샤Ngoni Makusha 선수로부터 자기 관리 노하우를 들어보자.

은고니 마쿠샤 Ngoni Makusha
짐바브웨 국가 대표 육상 선수다. 달리기가 좋아서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짐바브웨 100m 달리기 최고 기록을 보유한 선수이며, 2020년 국가 대표 선수로 발탁되어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다. (사진=본인 제공)

안녕하세요. <투머로우> 독자들과 제 경험을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저는 2024년에 개최될 파리 올림픽과 2028년에 개최될 미국 올림픽 준비를 위해 바쁘게 훈련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육상 선수로 활동하다 보면 값진 메달을 얻기도 하지만,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둘 때도 있습니다. 지난 7월 도쿄올림픽에 출전했을 땐 후자였습니다. 메달을 얻지 못했거든요. 처음에는 낙담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기운을 차리고 다시 꿈을 꾸며 즐겁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주변 사람들이 “너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야”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 운동하면서 배운 마인드와 자세가 제 인생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준 덕분이거든요. 이는 삶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에 제가 몸으로 직접 뛰며 배우고 적용해온 마인드를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재능 50%, 재능 관리 50%

뛰어난 운동선수가 되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이 타고난 운동신경, 재능을 꼽곤 합니다. 물론, 선수의 재능이 경기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저는 그게 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재능이 50%라면 나머지 50%는 ‘그 재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관리를 위해 중요한 것이 ‘사고’라고 말합니다.

운동선수는 기본적으로 식단과 생활 습관을 관리합니다. 체중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죠. 저는 평균 71kg을 유지하면서 훈련합니다. 그래서 그 시기에 제가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운동을 했는지 모두 메모해두고, 그걸 보면서 일정한 생활패턴을 유지합니다.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도쿄에 갔을 때, 어디를 가도 콜라가 정말 많았습니다. 이외에도 치킨, 아이스크림 등 저를 유혹하는 음식들이 많았죠. 너무 먹고 싶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도쿄에 온 이유’를 생각했습니다. ‘경기가 끝나면 먹을 수 있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고요. 물론, 경기가 끝난 후에도 조절은 여전히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요(웃음).

수면 시간을 지키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저는 보통 저녁 9시에 잠이 듭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다음날 훈련을 100% 컨디션으로 진행할 수 있거든요. 저는 1년 중 10개월 간은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계속 훈련에 임합니다. 그때에도 수많은 유혹이 있지만 절제해야 하지요. 그 절제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사고력입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지금 이 행동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다른 방법이 있는가?’ 등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이죠.

진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은고니 마쿠샤 선수. 도쿄 올림픽에서 전체 1위로 100m 달리기 예선 1라운드를 통과했다.

치밀하게 사고해야 잘 달린다

‘사고’는 트랙 위에서도 무척 중요합니다. 남자 100미터 달리기는 빠르면 10초 안에 승패가 갈리는 경기입니다. 저는 그 시간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길게 느낍니다. 뛰면서 다음에 취해야 할 동작이 무엇인지 계속 떠올리거든요. 저는 100미터 구간을 ‘시작, 변화, 마무리’ 3영역으로 나눕니다. 구간마다 실행하는 기술과 노하우가 각각 다른데요. 훈련할 때 구간별로 제가 해야 할 동작들을 미리 구상하고, 추가로 훈련해야 할 부분들을 고민하고 메모합니다. 출발선에서 무엇을 준비 하고, 스타트는 어떻게 해야 하며, 그때 팔을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 언제 가속할 것인지, 언제 끝을 내야 하는지를 배우고,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코치님은 경기 전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숙소에서 출발해 경기장에 도착하는 것부터 트랙을 달리는 모든 과정을 100번 반복해 시뮬레이션을 해봅니다. 대회 날이면, 머릿속에선 100번의 경기를 이미 치른 거죠. 주행 구간을 몇 구간으로 나누는지는 선수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많은 선수들이 이렇게 치밀하게 사고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수없이 연습해 근육이 이를 자동적으로 기억하게 합니다. 그러면 그 기억이 실제 경기에 임했을 때 빛을 발합니다.

결국 트랙 안에서든 트랙 밖에서든, 얼마나 치밀하게 사고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달라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비단 운동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에도 적용되는 원리가 아닐까요.

힘든 훈련을 넘는 도전정신

앞에서 100미터를 세 구간으로 나눠 깊이 생각하고 이를 몸으로 익히는 부분을 말씀드렸는데요. 이러한 기술적인 면을 구현 가능하게 하는 바탕은 체력 단련, 근력 운동입니다. 저는 경기 비시즌일 때 가장 강도 높은 훈련을 합니다. 높은 산을 뛰어오르기도 하고, 굉장히 무거운 중량의 무게를 들기도 하고요. 100미터 트랙을 10번씩 연속으로 달리는 훈련도 매일 합니다. 개인적으로 6번을 뛰면 숨이 무척 차오르면서 사점에 이른 듯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코치님 덕분에 늘 10바퀴를 채웁니다. 강도 높은 훈련을 연속하면 무척 지칩니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생긴 근육이 달리는 속도를 향상시키며, 실제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합니다. 본 시즌에서 아주 좋은 컨디션과 근력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저는 도쿄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훈련 중 햄스트링(허벅지 위쪽 부분의 근육과 힘줄)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기에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한 상황이었죠. 다행히 뛰어난 물리치료 선생님을 만나 빠른 속도로 회복했고,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기력이 전보다 저조해진 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 생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올림픽인데…’ ‘다른 선수들은 내가 치료받고 있는 동안 더 많은 훈련을 하겠지?’ ‘이걸 놓치면 4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등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순 없었습니다. 저는 그 경기만 출전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달리기 경기에서 뛰어야 하니까요. 또 다르게 생각해보니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사실, 경기를 하다 보면 앞서 말한 것처럼 많은 것을 절제하며 노력하지만 막상 경기에 임했을 때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종종 만나곤 합니다. 운동선수라면 이런 실패 앞에서 마음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그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나갈 것인가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하며 실력이 모자라서, 혹은 운동하는 데 드는 경비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기도했습니다. 주변 분들에게 도움도 구하고요. 그 일들을 겪으면서, 저는 절망 속에 마음이 오래 머무르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련들이 오히려 저의 부족함을 알게 해주고 저를 더 노력하는 선수로 만들어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참 많은데요. 그래서 저는 더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개선될 수 있는 점이 많으니까요(웃음).

저를 포함해, 어려움이나 부담을 반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지나고 보니 어려움과 부담을 넘어갈 때 마음에 근육이 생기더군요. 그리고 고된 훈련을 통해 생성된 근육이 실제 경기를 충분히 뛸 수 있게 하듯, 마음의 근육 또한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게 하고 쉽게 절망하지 않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련을 만날 때면 실망하다가도 ‘이를 통해 내 마음에 근육이 생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짐바브웨 육상 400m계주 선수들과 함께. 은고니 선수는 100m 달리기뿐만 아니라 남자 육상 400m 계주 선수로도 활약했다. 네 명이 한 팀이 되어 100m씩 나누어 달리는 경기인 만큼, 훈련에 있어 팀원들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나를 돕는 사람들과의 연결고리가 꿈을 이룬다

저는 육상 선수로서 조금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육상 선수로 활동하다가 고등학생 때 럭비 선수로 전향했습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육상 선수로서 훈련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이죠. 그런데 럭비가 제 적성에 맞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육상 선수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요. 그때 저를 받아주고 지금까지 키워준 분이 ‘키간’ 코치님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코치님의 말을 따랐습니다. 코치님이 제게 필요한 훈련을 시켜준다고 믿었으니까요. 코치님이 스트레칭이 필요하다고 하면 스트레칭을 하고,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고 하면 근력 운동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고하는 법이나 어려움을 이기는 법을 가르쳐준 분 또한 코치님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었죠.

제게는 키간 코치님처럼 저를 도와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홀로 저를 키우시면서 저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어머니가 계셨기에 운동을 계속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좋은 선배들이 많았습니다. ‘브랜슨’이라는 선배가 있습니다. 2018년 베이징 올림픽 육상 200미터 결선에 올랐던 선수인데요. 선수 생활과 관련된 고민도 들어주고, 언제나 ‘네가 내 기록을 깰 수 있다’며 응원해 주곤 합니다. 또한 제가 슬럼프를 겪으며 힘겨워할 때 힘을 주었던 동료들이 있습니다. 좀처럼 늘지 않는 실력에 실망해 운동을 그만두려고 했을 때 동료가 “아니야. 너, 지금 너무 잘하고 있어. 내가 볼 때 재능이 있는데 왜 못 한다고 생각해?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조금만 더 해보자.”라고 했고, 그 말이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한 달, 두 달, 일 년 더 훈련에 임할 수 있었죠. 얼마 후부터 국내 지역 경기에 나가고, 국제 경기에 참가하며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어느새 슬럼프가 지나 있었죠.

제 삶에 그런 분들이 없었다면 혼자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 돌아보면, 제가 넘어졌을 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고 저를 이끌어준 그 순간들이 제 마음에 오래 남아 힘이 되는 걸 봅니다. 최근에는 도쿄 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를 자주 떠올립니다. 당시, 짐바브웨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저는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실망했을까?’ 결선까지 가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공항에 도착해 보니, 제 가족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와서 노래도 불러주고 축하해주시는 거예요. 시차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나 제 경기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척 놀랐습니다. 그런 분들을 만나니 속상하고 아쉬웠던 감정을 잡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덕분에 다시 미국과 파리 올림픽을 꿈꾸며 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육상 선수는 절제해야 하고, 깊이 사고해야 하며, 고된 훈련도 받아야 하고,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는 강한 마음도 키워야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최선을 다해 달려가다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으켜줄 사람과 함께하고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간이 날 때면 종종 육상 선수를 꿈꾸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들에게 건강 관리나 달리는 자세를 가르치기도 하지만, 저는 아이들이 달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걸 좋아합니다. 저를 응원해준 분들 덕분에 제가 꿈을 키울 수 있었던 것처럼, 아이들을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면 그게 아이들에게 꿈을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저는 <투머로우>를 읽는 독자들의 꿈도 함께 지지하고 싶습니다. 혹 꿈이 없다면, 시시각각 달라지는 세상의 트렌드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사고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혹 여러분의 꿈을 지지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코치를 만난다면, 그를 믿고 그대로 따라보기를 바랍니다.

먼 곳에서 여러분의 꿈을 지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홍석영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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