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Essay

살다 보면 마음에 힘을 잃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종종 <투머로우>를 펼치고, 몇 줄의 문장이 내 마음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하곤 한다. 얼마 전에도 2021년 9월호를 읽으며 또 한 번 변화를 경험했다.

지난 해 봄, 나는 인천국제공항에 입사했다. 내 전공은 중국어인데, 치열한 취업 경쟁을 과연 뚫을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 하지만 졸업한 뒤 바로 취업에 성공해 무척 기뻤다. 내가 처음 맡은 업무는, 외국인을 위한 택시 안내 데스크에서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손님들에게 교통을 안내해 드리는 일이었다.

입사 초기에 나는 늘 에너지가 넘쳤다. 설렘을 가득 안고 공항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즐거웠고, 전공을 살려 손님들과 외국어로 대화한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종종 “이렇게 나와 딱 맞는 직장이 있을까?”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한번은 새해 첫날에 근무하고 있는데, 한 외국인 손님이 다가와 활짝 웃으며 “Happy new year!”라고 인사를 건넸다. 기분 좋은 그 인사 한마디가 얼마나 기쁘고 고맙던지! 일이 많아 힘들다가도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하고 이따금 외국인에게서 그런 인사를 받으면 힘든 것을 잊고 즐겁게 일했다.

그런데 그 초심이 오래가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담당 업무가 바뀌면서 더 흐려졌다. 나는 외국인 전용 택시 데스크가 아닌 코로나 특별수송 택시 데스크를 맡게 되었다. 코로나로 오가는 사람은 줄었지만 많은 재외 국민들이 한국으로 돌아왔고, 방학 시기가 되면 유학생들이 수천 명씩 입국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정신없이 바빴다.

전에는 휴일에 근무해도 3교대 근무여서 낮에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여겼는데, 언제부턴가 ‘나는 왜 남들 다 쉬는 휴일에 일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견딜 만하다고 여겼던 야간 근무도 너무 힘들게 느껴졌다. 점점 예민해졌고, 사소한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휴무 날, <투머로우>가 떠올랐다. 어쩌면 책을 읽다가 마음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으로 책을 폈다. 여러 칼럼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아무튼 출근’이라는 제목의 9월호 특집 기사였다. 직장인, 농부, 사업가, 회사 대표 등 각기 다른 마음가짐과 모습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출근할까? 나와 같은 어려움은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글을 읽어나갔다.

특집에 소개된 5명 가운데 다섯 번째 인물은 ㈜스탭스 박천웅 대표였다. 글에는 그의 첫 출근 날부터 현재 자리에 오기까지의 여정이 담겨 있었다. 그는 삼성그룹 공채에 합격해서 일하다가 IMF 때 구조조정으로 해임 통보를 받았고, 대신 회사의 인사 총무팀이 떨어져나와 만든 회사 ㈜스탭스를 맡게 되었다고 했다.

당시 상황에 박천웅 대표는 이렇게 덧붙였다. “기반도 없는 작은 회사였지만 갈 곳이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IMF 때 퇴직하여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일이 있다는 것과 갈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알았기에 늘 감사한 마음으로 출근했습니다.”

그는 인터뷰 곳곳에서 출근하는 것이 고맙다는 표현을 했다. IMF 사태가 지나고 시간이 꽤 많이 흘렀는데도 그는 ‘언제든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머물러 있었다. 생각해 보니, 최근 코로나 여파로 해고되거나 일자리를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고 나 또한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었는데, 그에 대해 감사를 느낀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생각을 하며 지면을 한 장 넘겨 이어지는 글을 읽었다. 박천웅 대표는 일, 동료 및 상사와의 갈등 등 직장 생활의 고충에 대해 ‘문제들이 어렵긴 해도 고마움이 더 크니 다시 출근하는 거고, 그렇게 넘다 보면 덤으로 역량도 커진다’라고 했다.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회사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을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글을 읽으며, 내 업무량이 늘어나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감사할 수 있는 조건도 많으며, 마음에서 고마움을 점점 키우면 내 업무 역량도 함께 커질 수 있고, 어쩌면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집 기사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글이 있었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움직이고 싶어서 움직이든, 움직여야 해서 움직이든 어쨌든 움직입니다. 그리고 발견합니다. 움직이면 길이 있고, 그 길에서 기쁨, 감사, 꿈을 찾는다는 사실을요.”

내 삶에도 어려움이 없을 수 없지만 이 말처럼 나는 그때에도 움직이고, 모를 땐 주변을 둘러보며 묻고 배우며 또 걸어가려고 한다. 나의 멘토 <투머로우>가 있기에 오늘 나는 기쁜 마음으로 출근한다.

글쓴이 안지혜

현재 인천국제공항 코로나 특별수송 택시데스크 팀에서 일하고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투머로우를 읽기 시작했다는 그는 지난달 투머로우 1분 홍보영상 공모전에 참가해 장려상을 수상했다. 그가 <투머로우>를 읽고 느낀 변화의 소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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