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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질수록 빛나는 것이 있다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임형섭
최지나 기자 | 승인 2021.11.16 17:13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본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지난 4월에 열린 제3회 정기 연주회는 청각장애인 수술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연주회였고, 이번에는 베트남의 퐁니‧퐁넛 마을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음악회였다. 2020년에 창단한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정기 연주회의 수익금을 기부해 지금까지 총 10명의 시각장애인의 개안 수술을 도왔고, 한 아이의 심장을 고쳤으며, 7명의 청각장애인에게 인공 달팽이관 수술을 지원해 소리를 되찾아 주었다. 아름다운 음악 외에도 따뜻한 기부를 베푸는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그들이 전하는 진심이 궁금해 오케스트라의 단장 및 지휘자인 임형섭 씨를 만났다.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금까지 4번의 자선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연주로 어려운 분들을 돕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금 오케스트라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단원들을 처음 만난 건 2018년에 성남에서 열린 제주 4‧3사건 추념음악회 때였습니다. ‘70년 전 제주에서 있었던 아픈 역사를 기억하자’는 취지로 모였는데,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참 좋았습니다. 공연을 마친 뒤에도 몇몇 연주자 분들과 친해져서 자주 연락하며 지냈는데, 다들 저처럼 그때를 그리워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어느 날, “그때 진짜 좋았는데…, 우리가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보면 어떨까?” 해서 참 필하모닉이 탄생했습니다(하하). 좋은 음악을 만들고, 사회와 역사의 아픔에 공감하는 음악인들이 모인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면서 저희끼리 한 약속이 있습니다. 우리가 기획하는 정기 연주회만큼은 우리 사회의 어려운 분들을 돕는 데에 뜻을 두자고요. 그래서 정기 연주회의 수익금을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기부하고 있습니다.

10월에 있었던 제4회 정기 연주회 리허설 모습. 총 100명이 넘는 음악가들이 무대를 꾸몄다. 지휘하고 있는 임형섭 씨의 모습.

그렇군요. 지금까지의 기부 내용을 보면 매회 다른 곳에 기부하셨습니다. 기부처는 어떻게 선정하고 계십니까?

장기적인 목적과 계획을 갖고 진행한다기보단, ‘지금 우리가 가장 하고 싶은 음악은 무엇이고, 가장 돕고 싶은 곳은 어디지?’를 이야기하면서 많은 단원들이 돕고 싶은 곳을 기부처로 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래 제2회 정기 연주회는 청각장애인 수술 기금 마련을 위한 공연이었는데, 도중에 심장병을 앓는 아이가 수술비가 없어서 죽어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때 처음 계획대로 청각장애인을 도울 것인지 아니면 이 아이를 도울 것인지 투표를 진행했고, 심장병 아이를 돕자는 의견이 많아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정기 연주회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의견을 내고, 모두 같이 고민하며, 가장 많은 공감을 얻는 곳을 돕고 있습니다.

이번 연주회의 수익금은 베트남의 퐁니‧퐁넛 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정수시설 마련 기금으로 보내진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지금까지 해왔던 공연과는 성격이 조금 다른데요. 전에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자는 목적이 컸다면, 이번 공연은 ‘이런 역사가 있었습니다’를 전하는 데에 목적을 두었습니다. 그래서 꽤 오래 전부터 고민하고 기획해온 연주였습니다. 퐁니‧퐁넛 마을은 베트남 전쟁 때 국군의 공격을 받은 마을입니다. 전쟁 중이라 여러 이유와 사연이 얽혀 있겠지만, 미안한 마음을 음악에 실어 전하고 싶었고, 기부금 역시 현재 그곳에 사는 아이들을 돕는 데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수익금을 다 기부하면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텐데, 그런데도 정기적인 자선 공연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지요?

공연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건 아마 ‘뜻’으로 똘똘 뭉친 단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 오케스트라는 정기 연주회마다 공연 취지에 공감하는 연주자들이 참여해 공연을 만들어갑니다. 그렇기에 공연을 하는 사람들만큼은 함께 공유하는 ‘뜻’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목적이나 다른 의미를 가진 게 아니라, 모두가 조율한 일을 한마음으로 한다는 게 강력한 원동력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우리가 돕고 싶은 사람을 돕는 것에 만족을 느끼는 거죠. 그리고 우리가 전달한 기부금으로 수술을 받은 분들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것 같다. 삶이 달라졌다”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내주실 때나, 청각장애로 한평생을 살아오신 분이 수술을 받은 후 저희 연주를 듣는 걸 볼 때면 ‘진짜 이분들의 삶이 변하는구나. 우리가 그런 일을 할 수 있구나’를 피부로 느낍니다. 혼자서는 절대 못 할 일인데 같이 모이니까 할 수 있다는 게, 그리고 이 뜻에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게 참 감사합니다.

공연을 본 관객 역시 그 뜻에 참여하는 일원이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제5회 정기 연주회를 기다려도 되겠습니까?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관객이 있기에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뜻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져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3회 정기 연주회 때 청각장애인 분들을 위한 인공 달팽이관 수술 기금을 모았습니다. 그 기금으로 청력을 되찾은 분이 저희 연주회를 찾아주셨는데요. 음악을 들어본 적 없던 분이 음악을 처음 들은 소감을 이야기하시는데 음악가로서 굉장히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 외에 다른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한 사람의 삶이 바뀐 사실이 유난히 더 와 닿았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다음 정기 연주회는 청각장애인 분들을 돕기 위한 연주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삶이 변할 수 있게 꾸준히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말씀드린 대로 도움이 절실한 분들이 생기거나 더 돕고 싶은 분들이 생기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한 번의 공연을 하더라도 후회 없이, 한 명을 돕더라도 꼭 필요한 분에게 손을 내밀고 싶습니다.

임형섭 씨와 이야기하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대목이 있었다. 그건 바로 ‘같은 뜻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가’이다. 그 즐거움이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이유일 것이다. 지금은 창단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 오케스트라의 뜻에 참여해 힘을 싣고, 그 힘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닿아 새로운 기쁨을 만들었다. 기쁨은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만 있지 않다. 주는 사람에게도 다시 음악을 할 이유를 만든다. 그들이 전하는 음악과 선한 영향력이 더 널리 퍼져가 빛나길 기대해본다.

취재 최지나 기자  사진 참 필하모닉 제공

최지나 기자  4153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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