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수영선수 막심 크리파크

우크라이나는 패럴림픽 강국으로 통한다. 2002년에 지어진 국립패럴림픽센터는 장애인 스포츠를 활성화시켰고, 장애인 재활 및 운동선수 양성을 위한 국가 정책인 ‘인바스포르트Inva sport’는 우크라이나 전 지역과 학교에 장애인 스포츠 시설이 들어서게 했다. 이런 환경은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을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시켰고, 패럴림픽에서도 빛을 발하게 해주었다. 올해 8월에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우크라이나는 금메달 24, 은메달 47, 동메달 27개를 따내며 전체 순위 6위를 기록했다.

패럴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획득하면 국위를 선양한 운동선수로 대우받는데, 이번에 만난 ‘막심 크리파크’도 우크라이나의 패럴림픽 수영선수다. 그는 도쿄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5, 은메달 1, 동메달 1개를 따내, 도쿄 패럴림픽 최다 금메달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뿐 아니라 국가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신체의 부족함을 이겨내고 메달을 따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 보았다.

Q. 도쿄 패럴림픽 최다 금메달리스트였습니다. 먼저, 패럴림픽에 출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우선 좋은 결과를 얻어서 너무 기쁩니다. 물론 실수한 부분이 있어서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출발할 때와 턴을 할 때 실수했는데, 앞으로 이런 부분들을 보완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수를 발판으로 더 발전하도록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Q. 평상시 훈련은 어떻게 진행하나요?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하루에 두 번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훈련하고 있습니다. 한 번 훈련할 때 보통 3시간씩 하고요. 연습을 시작하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훈련하느냐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훈련에 임하는지를 더 신경씁니다. 감독님은 언제나 선수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에 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해 주십니다. 열려 있는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면 한계에 부딪혀도 넘을 수 있고, 서로의 충고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훈련의 효과가 배가 되는 거지요. 물론 저희도 사람이다 보니 항상 기분이 좋을 순 없습니다. 때로는 무거운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감독님이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려고 하십니다. 내 기분과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훈련할 때만큼은 기쁘게 할 수 있도록요.

Q. 이번에 세계 신기록을 세우셨는데, 이런 훈련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군요.

제가 수영을 한 지 벌써 20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수영을 하면서 느낀 건, ‘어떤 마음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기에 출전할 때는 꼭 몸 상태뿐 아니라 마음 상태도 준비됐는지 확인합니다. 평소 연습할 때처럼 즐거운 마음인지 살피고, 수영을 향한 제 열정도 생각해보면서 최상의 마음가짐을 준비합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의 준비를 마친 뒤 경기에 임했고, 결론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Q. 최상의 마음가짐을 준비한다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20년 동안 수영을 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수영을 시작하셨나요?

저는 태어날 때부터 일반 사람들과 다른 다리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오른발도 그렇고, 왼발도 그렇고요. 수영을 하면 도움이 될 거라고 의사 선생님이 부모님께 권유하셔서 제가 6살 때 처음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막심 크리파크가 가장 존경한다는 케케 바실리 그리고리예비치 감독과 함께.
막심 크리파크가 가장 존경한다는 케케 바실리 그리고리예비치 감독과 함께.

Q. 자신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제가 어렸을 때, ‘내 다리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께 물었습니다. “엄마, 왜 저는 발가락이 하나밖에 없어요?” 부모님은 “네가 어렸을 때 너무 빨리 뛰어가다가 침대에 발을 부딪혔어. 그때 발가락들이 빠졌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오랫동안 사실로 믿었습니다. 지금 저는 부모님이 제게 그렇게 이야기해주신 것에 대해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제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슬퍼하거나 좌절할 틈을 주지 않으셨거든요.

15살이 되었을 무렵, 제가 들은 이야기와 현실이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부모님께 다시 여쭈었습니다. 그제야 부모님은 “네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어. 그런데 지금 네 모습을 봐. 너무 건강하게 자라지 않았니? 아무런 문제도 없지? 지금까지 그랬다면 앞으로도 너는 정상적인 사람처럼 건강하게 살 수 있어. 그러니까 부족한 부분을 우리 같이 극복해보자.”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부모님 말씀처럼 저는 신체적인 부족함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이건 저도, 제 부모님도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제가 신체적인 부족함을 탓하며 살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마음만은 정상적으로, 부족함을 이길 만큼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키워주셨습니다.

Q. 정말 멋진 부모님입니다. 선수 생활 중에 힘든 시기도 있었을 텐데, 그때도 부모님이 많이 잡아주셨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는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여러 이유로 힘든 시기를 보냈고요. 특히 14살 때부터 17살 때까지는 운동을 그만두고 싶은 적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 제가 수영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부모님과 감독님 때문이었습니다. 무슨 말씀을 해주셨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납니다만, 제가 운동을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시기적절하게 필요한 말들을 해주셨습니다. 수영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도록요. 제가 수영선수로서 이렇게 인터뷰할 수 있는 것도 다 그분들 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4살에서 17살은 아직 어린 학생이지만, 사춘기가 시작되면 ‘나는 이제 다 자랐어. 난 다 알아’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래서 제 삶을 스스로 결정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들었고, 그 말이 제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그만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건 힘이 있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부모님께 배운 것들로 제 자신을 잡았습니다. 제가 부모님으로부터 두 가지를 크게 배웠습니다. 어머니에게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인내심’을 배웠고요, 아버지에게서는 ‘실행력’을 배웠습니다. 아버지는 되든 안 되든 도전해보는 것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이 두 가지는 오늘도 저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줍니다.

Q.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가까이에 계셨네요. 혹시 부모님 외에 존경하는 분이 있나요?

최근 10년 동안은 감독님과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제게는 두 번째 부모님이시죠(하하). 감독님은 운동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여러모로 저를 이끌어주십니다. 심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존경하는 분입니다. 그리고 선수 중에서는 마이클 펠프스 선수의 기술력을 존경합니다. 그 선수가 출전했던 경기는 꼭 확인하고 모니터링합니다. 제가 그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Q. 귀국 후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으셨습니다.

제가 훈장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기뻤습니다. 제가 받은 훈장이 우리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훈장인데, 이 훈장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한 사람으로 성장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장애인 선수들에 대한 처우가 좋습니다.

신체의 결함을 이기고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고, 운동에 재능이 있는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냅니다. 저 역시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 저도 앞으로는 그만큼 베풀면서 살고 싶습니다.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훈장에 걸맞는 사람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Q. 정말 축하합니다. 이번 패럴림픽이 크리파크 씨에겐 여러모로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덕분에 한국의 잡지와도 인터뷰할 수 있어서 너무 즐겁습니다(하하). 제가 인터뷰를 많이 해보았지만 줌으로 하는 인터뷰는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걱정과 달리 편안하고 재미있게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계신 투머로우 독자들에게 우크라이나를 알릴 수 있어서도 좋았습니다. 스포츠 선수들이 운동하는 목적 중 두 번째가 국가이지 않나 싶습니다. 세계적인 대회에 출전하여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전 세계에 우크라이나를 알릴 기회가 되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국가 훈장을 수여받는 막심 크리파크.(사진 본인제공)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국가 훈장을 수여받는 막심 크리파크.(사진 본인제공)

Q. 마지막으로 한국의 투머로우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제가 알고 있는 한국은 사람들의 삶 속에 많은 지혜가 녹아 있는 나라입니다. 어렸을 때 한국의 속담과 격언을 들은 적이 있는데 크게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런 지혜가 우크라이나에도 전해진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이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아마 예로부터 전해내려온 지혜 덕분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 지혜에 귀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때로는 나보다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부모님, 선생님,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삶의 방향도 물어보며, 그분들의 말을 따라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만약 가까이에 물어볼 어른들이 안 계실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영향을 받은 사람을 생각하면 어떨까요.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의 책을 읽어본다든지, 영화를 보며 연구해본다면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올림픽 개최지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은 장애를 뛰어넘은 인간 승리의 여러 모습들을 보여준다. 신체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은 건강한 마음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막심 크리파크 씨에게 다시 한 번 배웠다. 다만, 그가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그의 능력이 아니었다. 사랑과 헌신으로 아들을 길러주신 부모님, 마음을 다해 수영하도록 이끌어준 감독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한 말 가운데 “신체적인 부족함은 저도, 부모님도 바꿀 수 없지만, 마음은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게 해주셨다.”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건강한 마음을 만드는 건 건강한 몸을 만들기보다 어렵다. 그 일을 해낸 분들이 존경스럽다.

막심 크리파크 Maksym Krypak

1995년생인 그는 선천성 근골격계 질환을 가지고 태어났다. 재활 치료의 목적으로 6살 때 수영을 작했고, 이후 수영에 재능을 보여 패럴림픽 수영선수로 성장했다. 2016년 리우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5개와 은메달 3개를 땄고, 도쿄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땄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에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국가 훈장을 받았다.

글 최지나 기자   현지 진행 이영민 특파원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