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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수 마인드칼럼] 언젠가 걸을 그날을 기다리는 혜진이
박옥수 | 승인 2021.11.01 11:59

‘이렇게 휠체어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면 마음이 어떨까?’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런데 혜진이는 믿음으로 자기 마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염려나 절망을 이기고 있었다.

일러스트 안경훈

“여보세요?”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입니까? 지금 한국의 한 대학생이 가나에서 봉사 활동을 하다가 다쳐서 급히 한국으로 와야 하는데 예약을 하려고 합니다.”

“그 학생이 의자에 앉아서 갈 수 있나요?”

“그게 안 됩니다. 척추 1번 뼈가 부러졌다고 합니다.”

“우리 항공사 비행기에는 침대가 없어서 승객이 앉을 수 있어야만 비행기를 탈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항공기 탑승 규정상, 누워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우리는 곧바로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에 전화를 했다.

“가능한데 오늘은 안 됩니다.”

“왜 안 됩니까?”

“독일에서 가나로 가는 비행기가 이미 출발했습니다. 그 학생을 태우려면 비행기에 침대를 싣고 가서 좌석을 몇 개 뜯어낸 뒤 거기에 침대를 설치해야 합니다. 이미 출발한 비행기에는 침대가 실려 있지 않습니다. 내일은 침대를 싣고 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예, 그러면 내일 비행기로 예약하겠습니다.”

비행기 예약을 마친 뒤, 다친 대학생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혜진이 어머니세요? 가나에 있는 혜진이가 2층 난간에서 떨어졌어요. 다행히 머리는 괜찮은데 척추 1번 뼈가 부러졌대요. 그래서 혜진이를 한국으로 데려오려고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에 문의했는데 비행기에 태울 수 없다고 해서 독일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독일에서 혜진이 수술을 하려고 합니다.”

혜진이 어머니가 말했다.

“목사님, 아무래도 저보다 목사님이 더 잘 아시지 않겠습니까? 목사님이 잘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 다음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선교사님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어디세요?”

“괴팅겐에 왔습니다.”

“가나에서 사고가 있었어요. 지금 빨리 프랑크푸르트로 가서 형제 자매들과 함께 척추 수술을 제일 잘하는 병원을 찾으세요. 그리고 내일 가나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앰뷸런스를 공항에 대기시키세요.

다친 대학생을 병원으로 이송해서 곧바로 수술할 수 있게 해주시고요. 가나에서 찍은 엑스레이와 진료서도 함께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혜진이가 독일로 가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혜진이 어머니를 얼른 독일로 보내 수술을 마치면 옆에서 딸을 간호할 수 있게 했다. 감사하게도 혜진이는 계획대로 수술을 잘 마쳤다. 수술 전에 의사가 말하길, 먼저 등 쪽에서 수술하고 다시 앞쪽에서 갈비뼈를 전기톱으로 자른 뒤 수술해야 한다고 했는데, 다행히 갈비뼈를 자르지 않고 벌려서 수술했다고 한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수술을 마친 뒤 몸도 잘 회복되었다.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한다면 마음이 어떨까?

드디어 혜진이가 독일에서 한국으로 왔다. 그때 나는 해외에 있었기에, 한양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혜진이를 나중에 병원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한평생 걸을 수 없는 사람이 된 혜진이는 마음이 어떨까?’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만났다. 혜진이 다리를 만져 보니 보통 사람들 다리와 전혀 다름이 없는데, 신경이 끊어져서 다리가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한다면 마음이 어떨까?’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런데 혜진이는 믿음으로 자기 마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염려나 절망을 이기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놀라웠다. 수술을 받은 뒤 혜진이가 슬퍼하며 죽고 싶다고 울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었는데 독일에서도 혜진이는 정말 밝게 지냈다. 얼마나 밝게 지냈는지 병원에서 천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혜진이는 다리를 사용할 수 없는 삶을 실제 생활에서 하나둘 부딪혀야 했다. 먼저 휠체어를 샀다. 어디 갈 때면 자신의 다리를 두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상체와 팔만 움직이고 다리는 흐느적거리며 끌려다녔다. 믿음이 없다면 이겨낼 수 없는 힘든 순간들이었다. 다행히, 혜진이의 마음은 어떤지 모르지만 얼굴은 항상 밝았다. 믿음이 혜진이를 붙들어주는 것이 정말 좋았다.

일러스트 안경훈

혜진이는 자동차를 손으로 운전할 수 있게 개조한 뒤 손수 운전해 대학에 다니면서 강의를 들었다. 우리는 함께 기도하면서 혜진이가 걸을 수 있기를 바랐다. 수영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다리가 흐느적거리며 끌려다녔는데, 언젠가부터는 다리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리에 감각이 아주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다. 너무나 기쁜 일이었다.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리에 힘이 조금씩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얼마 전에는 혜진이가 로봇을 의지해 걷는 연습을 했다. 컴퓨터가 분석한 결과를 보니, 혜진이가 걸을 때 로봇의 힘이 75퍼센트이고 혜진이 다리의 힘이 25퍼센트였다. 다리에 힘이 더 생긴 것이다. 혜진이에게 어려운 점은 걷지 못하는 것만이 아니다. 대소변을 스스로 볼 수 없다는 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차도 낡아서 새 차로 바꾸어야 한다. 혜진이 어머니는 지난 세월 동안 딸의 아픔을 옆에서 함께 나누며 지냈다.  우리는 지금도 혜진이가 빨리 나아서 건강하게 걷기를 바라고 있다.

일러스트 안경훈

언젠가 나는 걸을 수 있어, 그날을 기다려

나는 혜진이가 마음에서 일어나는 절망적인 생각들이나 아픈 운명을 어떻게 이기고 웃으면서 살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데 묻기가 쉽지 않다. 혜진이가 삶에서 무수히 만나는 슬픔과 고통을 이길 수 있는 힘은 믿음이었다. 혜진이가 맞닥뜨리는 불행이나 고통은 그의 마음을 죽이기에 충분했다. 어두운 생각에 사로잡히면 절망에 빠져야 했다. 그런데 혜진이에게는 믿음이 있었다.

‘지금 내 다리는 나에게 절망을 주고 나를 괴롭게 하지만, 나는 언젠가 걸을 수 있어. 그날이 내가 40살이나 50살, 아니면 60살이 되어서 올 수도 있어. 그렇지만 나는 그날을 기다려.’

혜진이는 이런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날을 기다리며 힘든 하루하루를 밝게 살고 있었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서 마음으로 하나님을 만난다. 그런 가운데 보통 사람이 갖지 못하는 믿음이 혜진이 마음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다. 요즘은 혜진이가 로봇 운동을 할 수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 한해서만 로봇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힘이 되어주던 로봇 운동이 중단되었지만 혜진이는 실망하지 않는다. 그의 믿음대로 아주 조금씩 다리가 좋아지고 있어서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혜진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도 마쳤다. 마인드교육을 가르치는 교수도 되었다. 북콘서트를 진행하며 사회활동도 많이 한다. 언젠가 혜진이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로봇 운동이 저에게 희망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걸을 때 로봇의 힘이 75퍼센트이고 제 힘이 25퍼센트지만, 제 다리의 힘이 조금씩 더 많아져서 언젠간 걸을 날이 올 줄 압니다. 제가 걸을 것을 믿는 믿음으로 마음에 찾아오는 절망을 이길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 안경훈

세상에는 좋은 조건들이 많아도 작은 어려움 때문에 절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에 찾아온 작은 절망에 져서 삶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혜진이는 너무나 큰 어려움과 문제가 있지만 절망하지 않고 밝게 살고 있다. 마음에 가진 작은 희망으로 큰 절망을 이기며 14년을 휠체어 위에서 살아왔다. 

혜진이가 마음에 품고 있는 희망의 그날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하루하루 가까워지고 있다. 오랫동안 기다리며 지냈지만, 걷는 것이 그의 마음에 큰 소망이기에 혜진이는 오늘도 그날이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희망을 마음에 품은 채 북콘서트도 하고 수영도 한다. 그날을 기다리는 혜진이의 삶이 너무나 아름답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개발자이다. 성경에 그려진 마음의 세계 속에서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메커니즘을 찾아내, 이 내용을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 <마인드교육 원론> 등 자기계발 및 마인드교육 서적 14권, 신앙서적 62권을 출간하였다.

박옥수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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