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사막을 지나는 여행자들이 있다.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언덕에 뜨거운 열풍으로 온몸의 수분이 말라가면 신기루 현상이 나타난다. 간절히 원하는 오아시스, 물이 있고 나무 그늘이 있는 그곳이 실재처럼 보이는 것이다.

사막 여행자들은 신기루가 보이면 “저건 오아시스가 아니야. 가면 안 돼!”라고 단호히 말한다. 그런데 갈증이 너무 심하고 피로가 쌓이면, 신기루인지 알면서도 ‘오아시스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으로 생각을 바꾼다. 생각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시원한 물이 절실하고 땡볕을 가릴 그늘이 필요하니까, ‘저건 오아시스일 가능성이 높아’ 하고 확신의 수위를 높이고, 얼마 뒤에는 ‘분명히 오아시스가 맞아!’ 하며 저 멀리에서 하늘색으로 찰랑대는 물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 가면 열기를 뿜어내는 모래뿐, 아무것도 없다.

살다 보면, 황량한 사막 같은 상황을 만날 때가 있다. 주변에서 도움 줄 만한 사람도 안 보이고, 견디기 힘든 일들이 연이어 마음을 짓누른다. 숨 막히는 그곳을 벗어날 지름길은 딴전 피우지 말고 똑바로 걷는 것이다. 걷다 보면 가망 없던 취업이 성사되기도 하고, 돈을 벌기도 하고, 위상이 높아지기도 하고, 평판이 좋아지기도 한다. 힘들게 걸어온 날들에 대한 보상 같아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즐겁고 행복하다.

사막의 오아시스는 잠시 쉬는 곳이지, 터를 잡고 살 곳은 아니다. 대학에 입학하거나 승진하거나 새 집으로 이사하는 일은 정말 기쁘지만, 얼마 후 다시 답답함을 느낀다. 우리 마음이 거기에 터를 잡고 살기에는 좁기 때문이다. 그때 어떤 사람은 마음의 갈증을 숨기고 행복한 체하며 그냥 지낸다. 또 어떤 사람은 답답한 오아시스를 떠나 다시 사막 길로 들어선다. 그는 넓은 들판이 있는 땅을 만날 때까지, 마음이 행복에 흠뻑 젖을 때까지, 묵묵히 모랫길을 걷는다. 

자신의 부족함, 모자람, 연약함은 나를 힘겹게 하는 조건 같지만, 나중엔 가치 있는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그 지혜는 울타리를 높이려던 생각을 돌이켜, 울타리를 헐고 누군가를 신뢰하며 함께 살아가라고 이끌어준다. 그제야 끝없던 사막이 끝나고, 싱그러운 꽃들과 시냇물이 흐르는 땅이 보인다.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일 때 행복하다. 누군가와 얼마나 교감하느냐가 우리가 누릴 행복의 면적이다. 멋진 집, 멋진 차, 멋진 옷도 좋지만, 그런 것이 없어도 함께할 때 사람은 행복을 느낀다. 황량한 벌판에서도, 삭막해서 모든 것이 메마른 먼지투성이 속에서도 신뢰하는 누군가와 있으면 전혀 다른 풍경으로 변한다. 그런 누군가를 만날 때 우리는 자연스레 인생의 사막에서 벗어난다. 

글 조현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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