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슈올즈 이청근 대표

최근 한국의 신발 산업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및 동남아에 빼앗겼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이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장률 100%를 기록하고 있는 ㈜슈올즈 이청근 대표 또한 신발 산업 부흥에 앞장서고 있는 주역 중 한 사람이다.

많은 CEO들이 회사의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지만 목표 지점에 이르는 것이 쉽지 않다. 신발업계에 발을 들인 지 20년 된 이청근 대표는 사업 실패로 이름만 남아있던 회사를 다시 최고의 기능성 신발 브랜드로 바꿔가고 있다. 자신이 직접 개발한 기능성 신발로 국내외 발명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구호가 아닌 행동으로 색다른 경영을 펼치고 있다. 그가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일까?

Q. 회사 안에 있는 제품 진열장이 눈에 띕니다. 운동화를 비롯해 여성 구두, 골프화도 있던데 모두 기능성 신발입니까?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편한 신발이 필요할까?’를 고민했습니다. 허리 아프신 분, 다리와 발이 불편하신 분을 위한 신발뿐 아니라 종일 서서 일하는 여성을 위한 구두, 임산부 전용 신발, 안전화, 골프화 등을 개발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신발들을 계속 개발할 겁니다. 제가 지금 신고 있는 운동화도 슈올즈 제품인데요, 양복에 꽤 잘 어울리지요?(웃음) 무엇보다 편해서 매일 신고 다닙니다.  

Q. 슈올즈가 추구하는 ‘편한 신발’이란 어떤 신발을 의미하는지요.

수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면 그것이 건강이며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슈올즈는 누구든지 마음껏 걷고 뛸 수 있도록 돕는 신발, 신을수록 건강해지는 신발을 만들려고 합니다. 제가 신발을 만들다 보니 발에 관심이 많습니다. 걷거나 뛸 때 발과 무릎에 충격이 가해지는데 잘못된 신발을 신고 오래 걸으면 무릎 연골에 영향을 줍니다. 심하면 통증도 일으키고요. 이 부분을 연구하면서 발의 내측과 외측에 체중이 다르게 가해지는 압력을 고려해 신발 안에 충격 흡수 장치를 넣었습니다. 그 장치가 충격을 분산시켜주는 동시에 바른 자세로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오래 걸어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다.

또, 제가 개발한 특허 메디치오 진동칩을 신발에 내장시켰습니다. 이 장치는 가만히 있을 때나 움직일 때에 면역파 및 베타파와 같은 진동을 발생시켜 혈류를 개선하고 세포를 활성화합니다. 신발을 신고서 20분 후면 뇌의 모세혈관에까지 혈액순환이 원활해집니다. 저는 신발에 관련된 것이라면, ‘이것이 건강에 어떤 원리로 도움이 되는가?’를 철저히 따지고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슈올즈의 진동단자 귤 실험 모습. 진동단자 위에 올려놓은 귤은 2개월이 지나도 상하지 않았다. 자기장과 진동에너지가 세포 구성의 균형 유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데, 진동단자에서 발생된 파장으로 생명체의 에너지가 증가한 것이다.
슈올즈의 진동단자 귤 실험 모습. 진동단자 위에 올려놓은 귤은 2개월이 지나도 상하지 않았다. 자기장과 진동에너지가 세포 구성의 균형 유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데, 진동단자에서 발생된 파장으로 생명체의 에너지가 증가한 것이다.

Q. 신발을 직접 개발하기 시작하신 건 언제부터인가요?

6년 전이었습니다. 제가 20년 전에 기능성 신발을 처음 알았고, 지인과 동업해 ‘마사이 신발’로 알려진 기능성 신발로 큰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사업을 키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서로 경영 철학이 달라 부딪히는 일들이 많아지더군요. 결국 독립을 결심하고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생산을 맡은 협력 업체에서 제작한 신발의 70% 이상이 불량품인 일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마사이 신발을 판매하는 경쟁사가 많았기 때문에 저희 쪽에서 불량품이 나와 신뢰를 잃자 가맹점들이 떠났고, 판매처를 잃은 제품들이 쌓이면서 순식간에 빚더미에 앉게 됐습니다. 뼈아픈 실패를 겪으며 내가 직접 개발한 제품, 특허권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안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없었는지요.

사업에 실패했을 때 솔직히 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회사에 나가는 것도, 집에 가서 가족들 얼굴을 보는 것도 모두 두려웠습니다. 절망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사무실에 앉아 성경을 읽는 것뿐이었습니다. 하루는 ‘저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이라는 구절을 읽고, ‘내게 남은 것은 절망뿐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이 아직 나를 놓지 않았다면 내가 일어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낙담으로 시간을 보내는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마케팅이나 경영은 해보았지만 신발을 직접 연구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일하며 ‘기능성 신발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신발의 어떤 기능이 주목받고 어떤 기능이 외면당했는지, 무엇을 좋은 신발이라고 하는지’ 익힌 것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이름만 남은 회사에서 재고품을 팔아 나오는 수익은 모두 신제품 개발비로 썼고, 가족들의 응원 속에 다시 치열하게 연구했습니다.

기존의 기능성 신발은 어떤 것이 있는지 조사하고 직접 신어보며 개선점을 찾았고, 그 외에도 건강 관련 가전제품들은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것을 디자인이나 기계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 묻고 도움을 받으며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그렇게 3년간의 실랑이 끝에 지금의 ‘진동칩’이 내장된 신발이 태어났고, 특허를 받았습니다.

신발 개발에 오롯이 쏟아부은 3년. 관찰과 연구와 제작을 거듭하며 마침내 선보인 신발은 2017년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국제발명대회에서 금상을, 그리고 서울국제발명대회에서 또다시 금상을 수상했다. 이어 KBS스페셜 ‘발명합시다’, SBS CNBC ‘김주희의 솔깃’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고객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매장이 전국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신발의 기능적 측면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디자인에 도전하고 있다.
이전까지 신발의 기능적 측면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디자인에 도전하고 있다.

Q. 오랜 시간을 쏟아부은 결과가 나와 너무 기쁘셨을 것 같아요.

스위스에서 열린 발명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할 때도 기뻤지만, 무엇보다 특허를 받은 순간의 기쁨을 잊을 수 없습니다. 기능성 신발을 개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선을 다해서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든 제품이 특허 인증을 받고, 소비자들이 좋게 평가해주시고, 또 저를 믿고 매장을 내는 분들이 하나둘 생기니 얼마나 감사합니까? 오랫동안 저를 기다려준 가족들에게도 기쁨을 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제품이 알려지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연히 신발 생산도 많아졌습니다. 그러자 협력 업체에서 생산하는 신발에서 불량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안 사실은, 사람들이 열이면 열 아무리 힘들어도 신발 공장은 운영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더군요. 저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공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경영을 시작하는 일이었으니까요. 자본도 많이 필요하고 사람 관리도 해야 해서 제가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르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딱 한 사람 있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었습니다. 상황 이야기를 듣더니 “직접 생산은 정말 어려운가요? 발을 내디뎌보지도 않고 왜 어렵다고만 생각하세요?”라고 물으셨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고, 그 일을 진행할 수 없는 이유들을 말씀드렸습니다. 그 후로 목사님이 하신 이야기가 종종 떠올랐습니다.

몇 개월 후,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엄청난 수의 불량품이 발생한 것이죠. 함께 일하는 아내나 직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상황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전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길로 갈 수 있겠다고 여겼지요. 그때부터 생산 공장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부산시에서 도심형 신발 산업 육성을 위해 문을 연 센터의 임대 공장에 입주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적은 비용을 내고 좋은 시설을 쓸 수 있게 되었지요. 덕분에 올해 초부터 부산 공장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있습니다.

Q. 공장을 운영해본 적이 없어 걱정하셨는데, 경영에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물론 힘든 부분도 있지요. 천안과 부산을 오가며 일을 하다 보니 장거리 운전에 지치기도 하고, 회사 규모가 커져서 생각해야 할 부분도 많았습니다(하하).

하지만 그보다 기쁨이 더 큽니다. 이전에는 불량률에 대한 부담으로 늘 걱정만 했다면, 이제는 제가 직접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불량품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가맹점에서도 대표가 직접 만든 신발이라며 제품을 신뢰하고요. 매장에서 발생하는 고객들의 AS 요청도 부산 공장에서 직접 처리하면서 고객 만족도도 높아졌습니다. 덕분에 지난 6월부터는 천안에도 부품생산 공장과 물류센터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공장을 운영하면 할수록 ‘내가 보는 시야가 좁았구나. 내가 어렵다고만 생각했구나. 이런 길이 있는 줄은 몰랐구나.’라는 사실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것들을 들으려고 합니다. 

천안 공장 착공식 날, 아내와 함께.
천안 공장 착공식 날, 아내와 함께.
부산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
부산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

Q. 최근 한 신문 인터뷰에서 ‘매주 월요일 아침, 가맹점 점주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며 마인드교육을 통해 고객 만족을 이루고자 노력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대표님만의 특별한 경영 방법인지요.

저는 지금 10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일터는 제 삶의 선물과도 같습니다. 때문에 슈올즈가 돈을 버는 도구로만 끝나지 않고, 서로 신뢰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일터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이곳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이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같아질 때, 기업도 튼튼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 지금의 마인드 교육입니다. 이전에는 매월 1회 워크숍을 통해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마인드 교육도 진행했는데요, 코로나 이후로는 줌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저 또한 강사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색다른 시각으로 삶을, 일을 보게 됩니다. 사람이 어려움을 만날 때,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이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는 것도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실패나 시련을 만나면 아프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지만, 그때 자신을 돌아보며 이전과 달리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가맹점주분들과 직원분들이 일을 하면서 어려움을 만날 때도 있지만, 그때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마음을 하나로 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을 통해 어려움을 이기는 지혜도 같이 배우고, 즐겁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좋은 신발 개발에 성공했고 이제 사업이 자리를 잡았으니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일 만도 한데, 그는 묻고 듣는 데에 더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런 답변을 들었다. “나는 내 안목이 좁아서 실패했던 날들을 잊지 않아요. 언제든지 그 자리에 다시 내려가서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Q. 구체적으로 가맹주들과 어떻게 함께하기를 바라시는지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시작했지만, 똑같은 일을 해도 ‘이번 달에 저 매장보다 못 팔았어. 나는 왜 이럴까?’라는 생각보다 ‘내가 파는 신발을 신고 사람들이 건강해지는구나’ 하고 일에 가치를 느끼면서 일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회의할 때 제품에 대해 이야기도 하지만, 일하면서 감사했던 순간들을 서로 말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족저근막염이나 퇴행성관절염 등으로 걷는 것조차 힘들었던 분들이 슈올즈 신발을 신은 후 통증이 완화되어 조금씩 걷게 되고, 이제는 운동을 시작했다며 감사 인사를 하러 매장에 들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회의하면서 그런 소식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저도 이따금 ‘이 신발을 정말 내가 만들었나? 나는 망한 사람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좋은 신발을 만들려고 고민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하고 속으로 말합니다.

Q.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요즘 제가 많은 꿈을 꾸며 삽니다. 슈올즈를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신발 강국으로 알려진 한국에서 최고가 되어야겠지요. 그 자리에 서기 위해, 홈쇼핑 출연이나 백화점 입점을 추진해서 단기간에 판매율을 높이고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소비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최고의 신발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슈올즈가 정말 좋은 신발이라고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발이 불편해 고민하는 모든 분이 슈올즈 신발을 신고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걷고 뛸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인터뷰 중에 이청근 대표가 발이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오랫동안 잘못된 자세로 걸어 발에 이상이 생기면 다른 관절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운동량이 줄어들어서 폐나 심장 등의 기능도 저하될 수 있다며 바른 자세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야기 말미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음의 자세도 그런 것 아니겠어요?”라고 짧게 덧붙였다. 실패를 겪으면서 그가 배운 삶의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가 만난 이청근 대표는 창의적인 발명가, 혁신적인 리더이기 전에 ‘묻고 듣고 말하며’ 바른 자세로 사는 사람이었다. 오늘도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히 해내면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자신이 배운 것을 사람들과 나누며 사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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