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 #3 멘토링

“성공적인 삶이란 무엇일까?”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보았을 질문이다. 선뜻 말하기 어려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올여름 카메라를 들고 나선 대학생들이 있다. 전공과 학년은 모두 다르지만, 이들은 대학생들을 위한 행사를 만들어보겠다고 모였다. 네 사람이 기획한 온라인 멘토링 프로젝트 ‘전지적 성공 시점’을 소개한다. 지난 7월 16일 오후, 전 세계 대학생들이 온라인에서 모이는 월드캠프는 행사에서 실시간 진행된 ‘전지적 성공 시점’ 멘토링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화장품 회사의 대표 임찬양, 청년 농부 손병욱, 쇼호스트 최성인이 자신의 일상을 1인칭 시점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가 나왔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무엇을 하는지, 출근 이후 퇴근하기까지 어떤 일을 하는지 볼 수 있었다.

영상에서 ‘성공적인 삶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공통 질문을 던졌는데 삼인삼색의 답변이 흥미로웠다. 영상 시청이 끝나자 멘토와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실시간으로 주어진 시간은 30분 남짓이었는데, 마지막까지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이날 멘토링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생 수는 약 8백 명이었다.  

영상 재미있게 봤습니다. 편집이나 구성, 자막 하나하나에까지 애정이 담긴 게 느껴졌어요.  프로젝트 준비는 얼마나 했나요? 

전지적 성공 시점 기획팀의 김희진, 이오른, 백다빈, 김태현 (사진 왼쪽부터).
전지적 성공 시점 기획팀의 김희진, 이오른, 백다빈, 김태현 (사진 왼쪽부터).

이오른: 한 달 넘게 걸렸습니다. 한 사람의 일상을 1인칭 시점으로 촬영하는 방식은 ‘아무튼 출근’이라는 TV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초반에는 그 프로그램을 반복해서 보며 어떤 구성으로 어떻게 촬영했는지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콘티를 짰어요. 이후에는 잡지, 기사, 인맥을 총동원해 다양한 직군의 멘토를 섭외하고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일정이 빠듯해서 영상 편집은 행사 전날에야 마칠 수 있었어요. 

김희진: 저는 지난 학기부터 영상학과 부전공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직접 촬영하고 끝까지 편집해보는 건 처음이었어요. 저뿐 아니라 팀원 대부분이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나 포토샵을 다루는 것이 서툴러서 유튜브를 보고 하나씩 배우면서 만들었어요. 그래서 마지막까지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했는데, 애정이 느껴졌다니 성공했네요!

전공도, 학년도 각기 다른데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요? 

김태현: 모두 안양에 소재한 대학을 다니고 있고, 같은 청소년 NGO 단체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어요. 안양 지부에서 방학을 맞아 대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멘토 프로젝트 기획팀을 모집했는데, 저희 네 사람이 지원했어요. 

백다빈: 말씀하신 것처럼 팀원들의 전공이나 학년이 다 달라서 걱정스러웠는데, 오히려 멘토 섭외나 콘티를 짤 때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실 학기 중에도 ‘조별 과제’는 기피 대상이잖아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백다빈: 방학이었지만 각기 시험공부를 하거나 학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조율하고 만나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호텔경영학과에 다니는 저는 방학 중에 실습이 있었어요. 한번은 촬영하러 가야 하는 날이 실습 일정이 겹쳤어요. ‘내가 괜히 두 가지를 하겠다고 나선 건 아닐까?’ ‘실습하는 학생은 방학 때 다른 활동은 할 수 없는 걸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배인님에게 “이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실습 일정을 바꿀 수 있을까요?”라고 여쭈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활동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칭찬을 받았어요(웃음). 반전이었죠.

김희진: 저도 4학년이라 ‘영어 공부에 매진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활동을 하면 할수록 제 부전공인 영상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더라고요. 사실 가장 어려웠던 건 기획이었어요. 이번 멘토 프로젝트는 ‘기존의 강연 형식에서 벗어나 멘토의 삶을 가까이에서 살피고 그 속에서 마인드를 느껴보자’라는 의도로 시작되었는데요. 겉으로 보이지 않는 ‘마인드’를 어떻게 담을지, 그 방법을 찾기 어려웠어요. 멘토 세 분 모두 훌륭한 분이라는 건 알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은 마인드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난관이었어요. 그래서 기자로 활동하는 선배님에게 연락해 묻고 도움을 받으면서 ‘성공’에 대한 공통 질문을 정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촬영한 인터뷰 영상을 추가했어요.

멘토 세 분의 어떤 점들을 영상에 담고 싶었는지 궁금하네요.

김태현: 먼저, 저희는 세 분을 촬영할 때 특별한 삶을 부각하기보다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사는가?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가?’를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멘토분들과 피드백을 여러 번 주고받으며 촬영을 진행했죠.  

이오른: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불안정한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매우 드물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사업에 도전해 CEO까지 될 수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으로 임찬양 대표님을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님은 스승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하셨어요. 자신은 꿈도 없었던 사람이었는데 좋은 스승을 만나 교류와 도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삶이 전혀 달라졌다고요. ‘엄청난 능력이 있어야만 남다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마인드의 힘과 교류가 삶을 바꾼다’는 내용이 대표님 영상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어요. 

백다빈: 최성인 멘토님은 쇼호스트이자 두 아이의 엄마며 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이셨어요. ‘너무 늦었어. 이제는 끝이야’ 하고 주저앉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부딪치면서, 일의 역량만 커진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마음이 강해지고 깊어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김희진: 저는 손병욱 멘토님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난다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참외 따는 일을 실제 해보면서 너무 힘들어 또 놀랐어요. 농사란 작은 일 하나에도 마음을 써야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어렵게 터득한 농사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멘토님이 멋졌습니다. 단순히 성실한 농부의 모습이 아닌,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마음으로 살아가는 걸 담고 싶었습니다.

손병욱 멘토를 촬영하기 위해 성주 참외밭까지 직접 다녀온 건가요?

백다빈: 네, 새벽에 촬영해야 해서 일정을 1박 2일로 잡았습니다. 다행히 촬영지인 보화농장 근처에 지인이 사셔서 하룻밤을 묵었는데요. 그 집의 재래식 변소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결국 수세식 화장실을 찾아 마을회관까지 갔어요(웃음).  

김태현: 새벽에 일어나 참외를 따는 것부터 참외를 씻고 포장해 경매에 내놓는 과정까지 함께 했는데요. 날씨가 더워 힘들기도 했지만, 모두 처음 경험해보는 것들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었어요. 특히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들이 오갔던 참외 경매장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이오른: 도시에서 정신없이 살다가 성주에서 트럭도 타보고, 풀냄새도 실컷 맡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또 농장 일을 도울 때 멘토님 아버지께서 어떻게 하면 참외가 잘 자라는지 설명해주셨는데요. 제일 중요한 건 흙을 아끼지 않고 바꿔주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다른 농부들에게도 이 비법을 알려주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가진 사람만 받아들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어떤 것을 받아들였지?’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어요. 

프로젝트를 마치며 얻은 것이 있다면요?

김희진: 영상 편집을 하기 위해 멘토 세 분의 인터뷰를 계속 보는데 사소한 일 하나도 대충하는 분들이 없더라고요. 저는 지난 학기에 떨어진 성적을 보면서 무척 실망했거든요. 그저 자격증을 많이 따야겠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 활동을 하면서, 당장 큰 것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소홀하게 생각했던 작은 것, 예를 들면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부터 마음을 쏟아서 해나가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오른: 저는 아랍어를 전공하고 있는데요. 학원도 열심히 다니고 공부하면서 막연히 ‘좋은 기업에 취업해야겠다. 그러다 여유가 생기면 좋은 일도 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임찬양 대표님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학교 짓는 일을 실행하고 계시고, 손병욱 멘토님은 농사짓는 법을 공유하고 계시고, 최성인 멘토님도 제자 양성하는 일을 목표로 달리고 계시더라고요. 성공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기여하는 것이 자신이 행복한 일이라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솔직히 그 마음을 100%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제가 보는 세계가 좁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나만을 위한 꿈이 아닌 타인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꿈을 고민해보려 해요.

방학이 앞으로 한 달 더 남았네요. 올 여름방학은 만족스럽게 보낸 것 같나요?

김태현: 입학 후 첫 방학이라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랐어요. 사실 처음엔 아르바이트를 해볼까도 생각했는데,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하길 잘한 것 같아요. 새벽부터 일어나 촬영도 해보고, 참외도 따보고, 촬영하기 위해 한 시간 동안 누군가를 기다려보기도 하고(웃음)…. 다양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김희진: 행사 당일에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들이 참가했어요. 참가자들이 열심히 질문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무척 뿌듯했어요. 남은 시간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언어 자격증 시험에 다시 도전해보려 합니다.

이오른: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멋진 분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번 여름이 두고두고 기억날 것 같습니다.

백다빈: 평소 아빠와도 성공 혹은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요. 남은 시간은 고향에 내려가 가족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며 즐거웠던 이야기, 느낀 점 등을 나눈다면 더 만족스러운 방학이 될 것 같아요(웃음)!

일정 기간 동안 수업을 쉬는 것을 뜻하는 ‘방학’. 누군가는 방학을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배우는 기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 의미라면 네 사람은 지난 한 달 동안 제대로 방학을 보낸 듯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멘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몸소 체험까지 하고 왔으니 말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