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험 없는 내가 영어로 자유롭게 말하는 비결

‘한국에서는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가 불가능한 걸까?’ 영어 공부에 한창 열을 올렸던 고등학생 시절,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좀처럼 늘지 않는 영어실력을 체감하면서 저는 이런 고민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유학을 가야만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거였어!’라는 생각이 들 때면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을 속으로 탓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7년 후, 저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정확히 알았습니다. 해외에 한번 나가보지 않은 제가 원어민처럼 영어를 자유자재로 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제게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요? 영어와 고군분투하며 터득한 ‘한국에서 영어 공부 제대로 하는 법’을 말하려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No Problem!

학창시절 저는 영어를 ‘제대로’ 정복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곤 했습니다. 열정이 넘치는 날에는 정갈하게 정리된 책상에 앉아 영어 강의를 들으며 문법 하나, 단어 하나 빼먹지 않고 필기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리고 복습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완벽한 공부 패턴’을 일주일 이상 지속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계속되는 중단으로 스스로를 비난하고 자책하던 저는 결국, 고민 끝에 방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게으르고 의지가 부족한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쉽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로 한 것이죠.

스마트폰 배경 화면 중앙에 ‘How I met your mother’이라는 미국 드라마를 담은 동영상 플레이어를 배치했습니다. 그리곤 핸드폰 화면 잠금도 다 없애버렸어요. 스마트폰을 켜서 미국 드라마가 나오기까지 5초가 채 걸리지 않게 했습니다. 그때부터,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영어공부를 꾸준하게 한 것이죠. 재미있는 코미디 드라마를 보는 건, 각오하고 하는 공부가 아니라 즐거운 일이었어요. 심심할 때도, 혼자 밥을 먹을 때도, 졸릴 때도, 화가 날 때도, 스트레스 받을 때도 미국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그땐 한국어 자막이 없으면 내용의 10퍼센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과감하게 자막을 틀어놓고 봤지요. 그렇게 세 번을 보니, ‘자막이 아닌 원어로 이 대화를 이해하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턴 한영 통합 자막을 틀어놓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땐 한국 자막을 읽으며 그 의미를 유추했어요. 그 다음부턴 내용을 다 아니까 자막을 꺼놓고 봐도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종종 제게 영어공부법을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는데요, 제가 항상 하는 말이 ‘대충 그리고 지금 바로’입니다. 혹시 과거의 저처럼 늘 공부 계획에 실패하시는 분이 있다면, 영어공부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기준부터 바꾸시길 바랍니다. 대충했느냐 완벽하게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늘 공부를 했느냐 안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기준치를 조금 낮추더라도 지금 당장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영어는 ‘말’로 내뱉어야 한다

제가 많은 분들에게 미국 드라마로 공부를 했다고 하면 ‘아~!’ 하고 자신도 미국 드라마를 보며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미국 드라마를 얼마나 반복해서 봐야 영어 실력이 향상될까요?

제가 공부했던 미국 드라마 ‘How I met your mother’은 시트콤이라 반복해서 보아도 재미있는 드라마였습니다. 극 중에 등장하는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팬이 되어버렸죠. 이 드라마는 시즌9까지 방영되었으며, 시즌 당 20~ 24회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를 약 200회 반복해서 보니, 나중엔 자막 없이도 모든 드라마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제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어요. 주변에서 ‘영어를 많이 들으면 귀가 뚫린다’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기에, 이런 속도라면 말하기 실력도 늘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나고,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도 제 영어실력에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드라마를 볼 때 수십 번도 더 들었던 대사임에도 제가 정확하게 기억하는 문장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어떤 것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것이죠.

공부법을 바꿔야 했어요. 그때부터 저는 드라마를 틀어놓고 대사 하나하나를 따라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을 여러 번 반복했죠. 그러자 전에 놓쳤던 단어나 문장들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고, 나중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드라마 대사를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때부턴 원어민을 만나도 막힘없이 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2019년 3월에 저는 핀란드인 아내와 결혼을 했고 지금 핀란드에 와서 살면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데요. 역시 많이 쓰다 보니 제 영어실력이 크게 향상한 것을 스스로 느낍니다. 수년간 영어공부를 하며 내린 결론은 ‘영어를 잘 하려면, 입밖으로 영어를 내뱉어야 한다’였습니다. 영어 읽기, 쓰기, 듣기를 많이 해도 말하지 않으면,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일주일에 두 시간, 화상 채팅 어플 줌을 통해 30명의 학생들을 만납니다. 1년 전, 저처럼 오랜 시간 영어와의 싸움에서 고전하고 계시는 분들을 위한 무료 영어 강의를 열었습니다. 제가 택한 수업 방식은 ‘문법은 최소화하고 최대한 말하자’입니다. 어제도 수업시간 내내 ‘wanna’와 ‘gonna’를 활용한 문장 말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I wanna go school, I wanna play basketball, I’m gonna eat pizza, I’m gonna call mom.” 20대나 30대 뿐만 아니라 영어 문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40대, 50대 수강생 분들도 수업에 참석해 영어 말하기 훈련을 반복하면서, 이젠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것을 볼 때면 깜짝깜짝 놀랍니다. 

영어 상담을 하면서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승진, 취업, 학업, 가족과의 소통, 봉사활동…. 어떤 이유든, 누구든 영어가 필요하다면, ‘완벽하지 않더라도’ ‘매일매일 말하자’ 이 두 가지를 꼭 기억해주세요!

글쓴이 안수아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자기계발서 <걱정만 하는 당신에게>를 집필했으며, 유튜브 채널 ‘Sua Banana’ ‘Sua Banana Speaking Training’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무료로 영어 스피킹 카페를 하고 있는 그는 사람들이 영어 때문에 이루고자 했던 바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든 정성을 쏟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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