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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버리고나니 자유가 보이다영화 ‘크게 될 놈’ 실제 주인공 김기성
최지나 기자 | 승인 2021.07.05 11:53

영화 포스터에 ‘감동 실화’라고 적힌 문구를 종종 본 적 있을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로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뺏는다. 2019년에 개봉된 ‘크게 될 놈’도 그렇다. 김해숙, 손호준 주연의 이 영화는 죄의 유혹에 점점 빠져들어가 큰 죄를 짓고 교도소에 수감된 아들과 그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애절한 사랑을 담아내, 관객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영화 내용을 더 깊이 있고 자세히 담은 책이 이번에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감동 실화의 주인공 김기성 씨를 만났다.

김기성
16년을 교도소에서 보내고 불혹의 나이가 되어 사회에 나왔다. 그는 깨달은 바가 있어 목사의 길을 선택했고, 2016년부터 미국, 케냐, 아이티, 인도, 필리핀, 베트남 등 세계의 교도소들을 찾아다니며 재소자 교육을 하고 있다. 또한 세계 경찰 및 교정청장 포럼 강사로서 한계에 이른 교정교육에 새로운 획을 긋고 있다.

Q.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에 이어 책으로 나왔습니다. 둘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영화에서는 ‘어머니의 사랑’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이어가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했다면, 책에서는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불행해지는지 세세히 표현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하는데, 제 이야기는 인생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끌려가는 내용입니다. 왜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는지, 왜 죄를 지을 수밖에 없었는지, 왜 교도소에서도 독방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었는지…, 책에는 그 과정들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Q. 어둠 속으로 끌려가는 이야기라고 하셨는데,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어려서 실수 안 하고 잘못 안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잘못을 저질렀다고 모두 나쁜 길로 가는 건 더더욱 아니고요. 저도 중학생 시절에 친구들과 도둑질을 했습니다. 어느 집에서 농사지어 거둬놓은 마늘을 훔쳐 팔았고, 경찰에 잡혔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다 유치장에 갇혀 있는 것보다 나 혼자 고생하는 게 낫겠다 싶어, 혼자 훔쳤다고 허위자백을 했습니다. 그렇게 혼자 유치장에서 한동안 지내다가 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것을 떠올리며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영화에서처럼, 동네에 도착하자 꾸지람 대신 이장님께 “기성이는 크게 될 놈이여!”라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친구들의 죄를 혼자 뒤집어썼다는 거죠. 그 칭찬을 듣고 이상한 생각 하나가 마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나는 크게 될 놈이구나.’

칭찬을 듣는다고 다 나같이 되는 건 아닙니다. 저의 경우에는, 내가 크게 될 놈이라는 생각을 품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때부터 친구들과 싸우면 질 수 없었고, 나를 무시하는 행동과 말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들께 꾸중을 들으면 나를 몰라주고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습니다. 왜냐면 나는 앞으로 크게 될 인물이니까요. 당연히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었죠. 그런 생활은 직장에 들어간 뒤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장에 취직했으니까 아침 일찍 출근해서 청소해야 하는데, 빗자루를 들고 있는 제 모습이 스스로 용납이 안 됐습니다. ‘난 크게 될 사람이야. 이런 일은 죽어도 못 해!’ 하면서 빗자루를 집어던지고 나왔습니다.

어느 곳에 취직하든 그런 태도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고생 안 하고 자존심 지키면서 돈을 벌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길이 있었습니다. 남들이 고생해서 번 돈을 도둑질하고, 강도짓하고, 사기를 쳐서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범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한 번에 큰돈을 손에 쥐려는 헛된 꿈을 좇았고, 친구들과 함께 현금 수송차를 탈취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죽고, 그와 그의 친구들은 경찰에 체포되었다. 23살 나이에 그는 15년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김기성 씨는 현재 전라도 광주의 한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그의 집무실에는 각 나라 교정청에서 보내온 감사장과 자격증이 가득 놓여 있다.

Q. 책이나 영화에 보면 교도소에서도 계속 싸우고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한 재소자와 싸웠습니다. 그 재소자는 교도소 안에서도 문제가 많아 교도관들이 가능하면 마찰을 피하려고 했기에, 둘이 싸웠지만 징계는 저 혼자 받았습니다. 그 일을 겪으면서 ‘이곳에서도 나를 무시할 수 없게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교도관들에게 맞고 징계를 받아 독방에 갇혀도, 아무도 저를 건드릴 수 없게 싸우고 또 싸웠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수감되고 거의 3년 동안 독방에서 포승줄에 묶인 채로 지냈습니다. 자주 난동을 부리고 싸우다 보니 몸에 성한 곳이 없었고요. 그러던 어느 날 급성 간염으로 쓰러져, 건강하다고 자부했던 몸이 망가져 가는 걸 알았습니다.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죽음 앞에 서니 ‘이게 내 신념, 내 생각을 따라 산 결과 구나. 내 인생은 실패했구나’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사형수를 보며 나도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왜 그렇게 미련하게 살았는지 지나온 날들이 후회스러웠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늘 짜증내고, 화내고, 때리고, 부수고… 살았습니다. 제가 지은 크고 작은 죄들이 생각나면서 저 때문에 힘들었을 사람들에게 미안했습니다.

Q. 그 후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교도소는 내 마음대로 내 생각대로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법과 규칙을 따라 교도관에게 통제를 받아야 하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약 중독자도 마약을 하지 않을 수 있고, 알코올 중독자도 술을 끊을 수 있습니다. 전에 어떤 죄를 저질렀든지 교도소에서는 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도 제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안 후로는 교도관의 통제를 받으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았던 시간이 그때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깨끗하게 살았던 시간입니다. 무시 받았다고 화를 내거나 싸울 수 없고 돈이 필요하다고 도둑질할 수 없는, 모든 유혹과 범죄로부터 저를 지킬 수 있는 시간이었죠.

교도소에서 읽은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이 그의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되었다.

대부분의 재소자들이 교도소에서 죄를 안 지으며 지내기 때문에, 자신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교도소에서 정말 착하고 성실했던 기독교, 불교, 천주교 모임의 회장이었던 분들이 출소했다가 얼마 뒤 다시 들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신들이 변했기 때문에 새 삶을 살 것으로 생각하고, 또 출소하면서 ‘다시는 여기 오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고 나가지만 다시 죄를 짓고 들어왔습니다. 그 이유는 교도소에서 나가니 자신을 통제해 줄 사람이 없고, 범죄를 막아줄 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들을 지켜보면서 ‘내가 출소해서 자유를 가지면 안 되겠다. 자유를 누리면 다시 교도소에 오겠다. 내 인생이 행복하려면, 내 가족이 행복하려면, 내 주위 사람들이 행복하려면 내 자유는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실제로 교도소에서 나오면 그렇게 살기 쉽지 않을 텐데요. 

그렇죠. 물리적인 통제 없이 그렇게 산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죠. 그래서 저에게는 저를 이끌어줄 분이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제가 출소를 한 달 남겨두었을 때 아버지께 집에 가지 못한다고 편지를 썼습니다. 제가 고향에 가면 아버지도 만나지만 친구들을 만날 거고, 친구들을 만나면 술 한 잔 마실 테고…. 저는 죄를 이길 힘이 없기 때문에 술을 마시고 죄의 유혹을 받으면 범죄하고 또 교도소에 들어갈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께서 “나한테 오지 마라. 나도 내 아들이 교도소에 다시 가는 것 원하지 않는다. 너를 인도해줄 분에게 가거라” 하셨습니다.

저는 교도소에서 한 권의 책을 읽고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그 책을 쓰신 박옥수 목사님께 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제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에는 죄를 짓지 않고 깨끗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곧 출소합니다. 사회에 나가면 저를 다스려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목사님, 저를 인도해주십시오. 목사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제가 교도소에 다시 들어오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목사님이 출소하거든 교회로 찾아오라고 하셔서, 출소하자마자 그 교회를 찾아가 목사님의 인도를 받으며 살았습니다. 그 덕에 지금까지 교도소에 들어가지 않고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교도소에서 그는 여러 번 교도관을 사로잡아 인질극을 벌였고, 통제가 힘든 재소자로 분류돼 악명 높은 청송 제2교도소에도 다녀왔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자신에게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느꼈다. 세월이 흘러, 이제 그는 자신을 이끌어준 목사님처럼 목회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Q. 지금은 목사가 되어 교인들을 인도하고, 재소자 교육에도 마음과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재소자들에게 주로 어떤 것을 가르치십니까?

저도 교도소에 있으면서 이런저런 교육을 많이 받았습니다. 모든 교육이 ‘마약 하지 마라, 술 마시지 마라, 다시 죄를 지으면 안 된다’와 같이 ‘하지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교육이 잠시 효과는 있지만, 죄를 짓고 싶은 유혹이 일어날 때 거기에서 지켜주지는 못합니다. 저는 그런 교육과 달리, 제가 배운 것을 가르칩니다. ‘우리는 죄의 유혹을 이길 수 없다. 우리가 변한 것이 아니라 교도소에 있기 때문에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도소 밖에서도 우리를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필리핀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자수한 마약사범들을 교육할 프로그램으로 마인드교육을 선정했다. 타굼 시에 가서 직접 마인드교육을 하고 있는 김기성 씨.

Q. 교도소에서 가르친 재소자들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습니까?

한국에서 개최된 세계 교정청장 포럼에서 케냐의 교정청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케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한 재소자가 수용생활을 잘해 교화되었다고 평가받아서 가석방을 승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가석방된 지 7일 만에 8명의 사람을 죽이고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해, 청장님이 교정矯正이 정말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하는 교육에 대해 설명하자 청장님이 크게 공감하며 저를 케냐에 초청했습니다. 그리고 케냐 119개의 교도소에서 교육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때 만난 사람들 가운데 ‘사무엘 시둠비 은기기’가 있습니다. 그는 중고등학생 때부터 술과 담배를 하고 대마초를 피웠고, 돈이 필요하면 도둑질을 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해 두 딸의 아버지가 되어서도 그런 삶을 끊지 못해 자동차를 훔치고 강도짓을 하다가 잡혀 교도소에 수감되었습니다. 그는 늘 죄를 지으며 살았기에 딸들에게 아버지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제가 하는 교육을 받고 자신이 왜 어둡고 거칠게 살았는지 알았습니다. 그는 “이 교육은 나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인생을 바꾸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얼마 전, 교도소에서 실시한 교육을 이수한 재소자들이 한데 모여 졸업식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 사무엘의 아내와 딸들도 참석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참석해서 가족이 함께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가 ‘그동안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부끄러운 아빠지만, 이제는 딸들에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음을 가르쳐줄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며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사무엘처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재소자들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들도 저처럼 행복하게 살 테니까요.

Q. 아주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도 자신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정말 변했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꼭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어려움을 겪고도 내가 변했다고 생각했다면, 아마 저는 다시 교도소에 들어갔을 겁니다. 그런 일들을 몇 번 겪은 후로는 제 마음에서 ‘변했다’는 단어 자체를 지워버렸습니다. 저는 여전히 저를 지켜줄 담장이 필요하고, 저를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왕성한 시기인 20대와 30대를 김기성 씨는 교도소에서 보냈다. 그때는 간섭받는 것이 싫어서 자기 마음대로 살려고 싸우고 또 싸웠다. 그런데 지금 그는 자유롭지만 마음에 울타리를 쳐놓고 이끌림을 받으며 살고 있다. 그와 인터뷰를 마치며 ‘자유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기자가 본 그는 어떤 사람보다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편견 많은 세상에서, 자신의 과거에 전혀 매이지 않고 큰 갈채를 받으며 살고 있었다. ‘자유를 버리면 진정한 자유가 찾아오는 것일까?’ 하고, 스스로 던진 질문에 답을 유추해보았다.

취재 최지나 기자   사진 박종도 기자

최지나 기자  4153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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