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우정 영원토록 변치 말자!”

중학생 때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마지막에 썼던 문구다. 변치 않을 우정을 다짐했지만 세월 속에 그 약속은 희미해지고 말았다. 살다보면 그렇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딱히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도 않는다. 그때 소중했던 우정은 지금 인생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려나버렸고, 우정이 있던 자리엔 다른 것들이 들어와 있다. 그리고 다른 것들을 위해 우리는 또 열심히 달려간다.

요즘 지속가능성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경제, 환경, 건강 등 여러 분야에서 좋은 상태의 ‘지속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 기저에는 ‘언젠가 찾아올 결핍과 고갈 상태’라는 한계가 깔려 있다. 제한된 공간에서 한정된 자원이나 시간을 가지고 잘 살려면 아끼고, 조절하고, 관리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스마트한 소비자가 되려 하고, 건강을 위해 매일 운동도 한다. 운동이란, 가만히 놔두면 편할 몸을 일부러 뛰고 구부리고 움직여서 근육을 아프게 하고 괴롭히는 행동이다. 재미가 붙기 전까지 운동은 하기 싫은 피곤한 것이다. 하지만 근육이 생기고 몸이 단단해지면, 달려야 할 때 달릴 수 있고 겨뤄야 할 때 싸울 수 있는 기초 역량이 된다.

원래 우리 마음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느끼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어머니의 사랑이나 친구의 우정처럼 손바닥에 놓고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담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턴지 학점, 학업, 취업, 연봉 같은 것들을 마음에 넣기 시작했다. 당장 유용해 보였기 때문이다. 달고 짠 인스턴트 음식을 계속 먹으면 장기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듯이, 마음에 물질 중심적인 욕구들이 가득하면 마음은 피폐해진다. 그래서 마음도 운동이 필요하다.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하고 누군가를 위해 주고 싶을 때 도와주려면, 마음 사용법을 배우는 기초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다리가 있어도 걸을 힘이 없듯이, 내 마음에 드는 일만 골라 하면 마음도 점점 약해진다. 마음 사용이 서툰 사람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자기 마음에 맞는 사람만 찾아간다. 마음이 약해지면 자기 마음인데도 뜻대로 할 수 없어서 나중엔 우울증, 강박증, 정신질환 등에 시달리게 된다.

이제, 싫은 사람과도 대화를 시도해보자. 속이 상하고 아물고 하면서 마음의 지경이 넓어진다. 좀 어려워도 내 마음에 맞지 않는 걸 수용해보면 훨씬 행복해진다. 내 마음과 다른 타인의 마음을 받아들이려고 할 때, 내 안에서 그것을 거부하려는 힘과도 부딪쳐봐야 한다. 그 과정은 근육 운동처럼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게 내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마음의 운동이다. 이제 우리는 자기중심적 마음에서 돌아서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마음의 행복이 이뤄진다.

글 조현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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