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우리는 코로나19로 많은 변화를 직접 겪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아마 비대면, 언택트Untact일 것이다.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만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물리적 공간에 함께 있지는 않았지만, 디지털 공간 안에서 함께 있었다.

이런 디지털 세계를 메타버스Metaverse라고 한다. 2020년 10월, 엔비디아NVIDIA의 창업자 겸 CEO 젠슨 황은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라고 선언했으며, 수많은 업체들이 메타버스 시대를 대비해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떼려야 뗄 수 없는 ‘메타버스’. 이와 관련해 궁금한 점을 <메타버스>의 저자 김상균 교수님에게 물었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 아직은 생소한 단어일 수 있는 ‘메타버스’를 짧게 정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가장 쉽게 설명하자면 ‘아바타로 살아가는 디지털 지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메타Meta는 초월이고, 버스verse는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뜻합니다. 두 단어를 합성한 메타버스Metaverse는 ‘세상을 초월한 공간’을 뜻하죠. 그런데 이렇게 설명하면 조금 어렵죠? 요즘 ‘부캐’라는 용어를 많이 쓰잖아요. TV 프로그램인 ‘놀면 뭐 하니’에서 유재석 씨가 프로젝트마다 ‘유산슬, 유야호’ 등 새로운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처럼, 디지털 사회에서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Avatar로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가장 쉬울 것 같습니다.

유재석 씨가 TV프로그램 ‘놀면 뭐 하니?’에서 트로트 가수 ‘유산슬’, 음반 기획자 ‘유야호’로 활동하는 모습.
유재석 씨가 TV프로그램 ‘놀면 뭐 하니?’에서 트로트 가수 ‘유산슬’, 음반 기획자 ‘유야호’로 활동하는 모습.

Q. 코로나로 인해서 삶의 중심이 빠르게 메타버스로 옮겨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문가로서 느끼시기엔 어떤지요?

기존의 메타버스는 게임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했습니다.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인구로 본다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제네레이션Generation 세대를 통칭하는 말로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가 대부분을 차지했고요. 그런데 최근에는 메타버스 와 무관해 보였던 기업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통신사를 비롯해서 엔터테인먼트, 방송사, 화장품 회사, 철강 회사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상적인 경제 흐름이 메타버스로 넘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들은 소비자인 ‘사람’과 소통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거나 모임을 만들어서 고객과 소통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전까지 해오던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잘 통하지 않습니다. 코로나로 물리적인 만남은 더더욱 어려워졌으니까요. 그래서 고객과 소통하는 곳을 ‘메타버스’로 옮겨와 이곳에서 고객을 만나고 회사를 홍보하는 거죠.

그룹BTS는 ‘다이나마이트’ 신곡 뮤직비디오를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전 세계 최초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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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앞으로는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이 메타버스로 확장될 텐데, 메타버스에 참여한 사람과 참여하지 않는 사람 간의 격차가 상당히 벌어지겠군요.

그 격차는 이미 현재 진행형입니다. 예를 들자면, 요즘 초등학생들은 하루의 상당 부분을 메타버스에서 보냅니다. 마인크래프트를 하고, 유튜브를 보고, 제페토에서 친구들을 만나죠. 그런데 부모님들은 디지털을 싫어해서 핸드폰을 통화 용도 로만 사용하거나 카카오톡만 사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미 일상을 보내는 공간이 다르다 보니 서로가 무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확실히 알아야 하는 게, 메타버스는 ‘소통’ 때문에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작년에 메타버스 플랫폼 인구가 급증했습니다. 코로나로 물리적인 만남이 어려우니까 메타버스에서 만남을 가지는 겁니다. 더 편하게,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거죠.

게임 제페토 안의 그룹 ‘트와이스’
게임 제페토 안의 그룹 ‘트와이스’

Q. 사람들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메타버스로 간다는 이야기인가요?

이 질문에 가장 적절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작년에 제페토에서 가장 인기 있고 유행했던 공간이 ‘학교’였습니다. 말 그대로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못 가니까 메타버스 내에 학교를 만들어서 거기로 등교하는 겁니다. 어른들이 보면 이해가 안 가죠. 평상시에는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애들이 가상 세계에서 학교를 만들고 거기로 등교하니까요. 그런데 들여다보면 학교를 만들어서 공부하고 이런 게 아니라, 거기서 친구를 만납니다. 제페토 내에서는 이용자끼리 모여서 간단한 게임이나 춤을 추는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데, 학생들이 직접 학교에 가서 할 수 없으니까 그곳에서 만나는 겁니다.

이뿐 아니라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페이스북만 봐도 그 안에서 기존에 알고 지낸 사람들을 만날 뿐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죠.

Q. 그렇다면 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메타버스에 탑승해야겠군요.

그렇죠. 정확히 말하면 요즘 세대의 소통 방식을 이해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30~40대만 하더라도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서 같이 이야기하고, 친구들끼리 운동하면서 교류해 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동영상 플랫폼으로 사람을 만나고, 디지털 기기로 공부도 하면서 자라왔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을 만나는 방식 자체가 다르고, 디지털 방식이 훨씬 익숙한 거죠. 그런 아이들에게 ‘핸드폰 좀 그만하고 이야기 좀 하자’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질 겁니다.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다 보면 현실 세계에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을 겁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말미에 ‘현실 세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메타버스 사용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누군가는 메타버스 안에서 직업을 찾기도 하고,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현실의 도피처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현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입으로 밥을 먹어야 하고, 현실 세계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얼핏 ‘비슷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메타버스 내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난다면 현실은 곧 지옥이 될 것입니다.

디지털 세계인 메타버스 역시 일부의 사람이 만든 공간입니다. 그리고 현실 세계인 지구는 전체 인류가 살아온 역사가 누적되어 있는 공간이고요. 그렇게 봤을 때 지구라는 물리적 공간이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가치 있는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삶 속에 메타버스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만, 그곳이 현실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확장시키는 공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메타버스가 우리 삶을 대체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자신의 자아정체성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상균

강원대 상업공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재미를 활용한 동기 부여 기법과 게이미피케이션을 교육과 기업 경영, 마케팅 등에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즉 메타버스 안에서 사용자들을 어떻게 몰입시키고, 움직이게 할지 연구하고 있다. 메타버스와 관련해서 여러 기업에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가르치지 말고 플레이하라>, <게임인류>, <메타버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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