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청소년‧시민교육부 무누나 푸튜 장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변이 일어났다. 마라도나가 이끄는 강력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 첫 출전한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카메룬 국가대표팀 ‘불굴의 사자들’은 그 대회에서 아프리카 국가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8강에 진출한다.

무누나 푸튜 청소년 · 시민교육부 장관은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그날은 카메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거둔 첫 승리의 날이었으며, 그 승리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기막힌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카메룬 정부는 2035년까지 신흥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온갖 힘을 다 쏟아붓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청소년 인구 비율이 32퍼센트에 달하는 카메룬의 청소년 · 시민교육부 장관의 어깨 또한 무겁다고 한다. 그는 마음속으로 카메룬의 어떤 반전을 그리고 있을까?

Q. 장관님께서 청소년‧시민교육부에 몸담으신 지 6년째입니다. 장관님께서는 카메룬에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에 일과를 공개하는 등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장관님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언제부터 SNS를 활용하셨는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SNS를 통해서 저의 일상을 공개하고, 청년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2015년에 제가 장관에 취임한 뒤 바로 홍보실로 가서 가장 먼저 지시한 사항이 접근성이 좋은 SNS로 소통 창구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에 제 연락처를 공개했는데요, 덕분에 저는 거의 매일 청소년들과 사무실, 식당, 집 등에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는 청소년‧시민교육부에서 일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청소년 담당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돕는 사람들이죠. 우리 부서가 2004년에 설립된 후 많은 선배님들이 청소년들을 위해 일해 왔습니다. 그 결과로 여러 열매들을 얻었는데요, 사회는 변화하기에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는 어떤 어려움이 있고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처럼 청소년들과 대화하면서 알게 된 애로사항이나 제안들을 실제로 정책에 반영하고,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합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누시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정책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젊은이들도 있지만, 대개는 서로 살아온 날들에 대해 묻고 대화할 때가 많습니다. 대단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제가 초등학생 때 학교를 건축하러 온 신사 분을 본 뒤로 엔지니어의 꿈을 품기 시작했던 일, 제 삶에 영향을 주었던 사람들, 그분들과의 사이에 있었던 일화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이죠. 예를 들면 이런 이야기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유쾌한 수학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하루는 그 선생님이 이렇게 이야기하셨어요. ‘여러분, 어떤 문제집이든 다 풀어보세요. 어려운 문제일수록 더욱 좋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고 도전했음에도 시험 전날까지 풀지 못한 문제가 있다면, 잊어버리고 그 문제가 시험에 안 나오도록 기도하면 됩니다!’ 선생님의 그 말씀에 친구들과 함께 한바탕 웃었지요.

그런데 저는 실제로 그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공부했고, 삶에도 적용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려운 일 앞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되, 실패했다고 좌절하지도 않았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분들이 영감을 주고 있는지요?”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면 청소년들과 한층 가까워지는 걸 느낍니다.

Q. <투머로우> 독자들에게도 장관님 삶에 큰 영향을 준 경험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고아로 자랐습니다. 자연히 어려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무엇을 하든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했습니다. 그때는 무척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한 어려움들이 제 마음에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또한, 어려움 덕분에 제게 친절을 베풀었던 친척들,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 선생님, 장학금을 마련해준 국가 등 저를 돕는 분들에게 큰 감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엔지니어를 꿈꿨던 저는 프랑스 리옹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졸업 후 1992년에 고국으로 돌아왔는데요, 당시 카메룬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무척 혼란한 시기였습니다. 그 때문에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프랑스가 아닌 카메룬으로 일하러 가겠다는 저를 말리기도 했지요.

하지만 저는 다른 곳이 아닌 카메룬에서 일하며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도움을 받은 만큼 저 또한 나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이후 카메룬으로 돌아온 저는 1년이 넘도록 실직자로 지내기도 했지만 결국 대형 공공 건설 사업을 계약해냈고, 몇 년 후에는 국가 도시기획부 임원으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카메룬은 안 돼. 힘들어’라고 단정짓고 카메룬으로 오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청소년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저에게 찾아오지 않았겠지요.

살다 보면 실패나 질병 등 원치 않는 일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을 넘으면서 생긴 마음의 힘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게 하고, 시련을 만나도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길러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청소년들을 만나면 “어려움이 힘든 것으로만 남는 것은 아니야. 크고 작은 삶의 난관들은 한 사람을 훌륭한 사람으로 훈련하는 과정에 필요한 요소더라”라고 말하곤 합니다.

Q. 카메룬 청소년 교육에 마인드교육과 인성교육이 포함됐으며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장관님의 교육 철학과 같은 맥락인지요?

청소년들에게 마음의 세계를 가르치는 일은 폴 비야Paul Biya 대통령께서 오래 전부터 강조하신 부분입니다. 카메룬은 석유와 천연가스, 금, 다이아몬드 등 상업성 높은 자원들이 풍부하게 매장된 지하자원의 나라로서, 얼마든지 발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람입니다.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학교에서 잘 가르치고, 아울러 밝고 균형 잡힌 마음을 형성시키는 교육이 동반될 때 지속적인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대통령께서 말씀하십니다.

경제가 성장할 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이나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이 함께 자라야 한다는 것이지요. 선진국 가운데 경제는 발전했지만 마약이나 자살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고민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지식 중심의 교육이 가져온 폐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들을 교훈으로 삼아, 조금 더딜지라도 경제 발전과 의식 교육을 함께 진행하려고 합니다.

저는 카메룬에서 마인드교육이 가장 필요한 연령층이 청소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카메룬의 청년 실업률은 46퍼센트에 달하며, 다른 연령층에 비해 에이즈 같은 질병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청소년들을 만나 이야기해보면 어려운 환경 때문에 마음까지 어두워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들이 어두운 삶에서 벗어나 새롭게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를 밝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이 변하면, 그들과 함께 지내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애쓰며, 한편으로는 청소년들에게 마인드교육을 시행하려고 합니다. 한 사람이 행복하고, 한 가정이 행복할 수 있는 마음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조직을 관리하며 구성원들을 바르게 이끌 수 있는 리더의 마인드를 교육하려고 합니다.

무누나 푸튜 장관은 카메룬 청소년들이 올바른 가치관과 균형 잡힌 마음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인드교육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누나 푸튜 장관은 카메룬 청소년들이 올바른 가치관과 균형 잡힌 마음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인드교육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Q. 장관님께서 2016년에 한국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부장관포럼에 참석해 당시에도 청소년 마인드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하신 것으로 압니다.

당시 27개국의 청소년부와 교육부 장·차관들이 모여 청소년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나라의 청소년들이 마약과 같은 약물 중독, 미혼모, 에이즈, 청년 실업 등의 문제를 겪고 있었습니다. 오랜 토론 끝에 우리는 ‘물질문명의 성장 못지않게 청소년들의 건강한 마인드 함양이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마인드교육을 접목한 IYF 청소년 캠프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 현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3천 여명의 청소년들이 함께 지내며 우정을 쌓고, 마인드 강연과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표정이 밝아지고, 여러 활동들을 함께 하면서 활기차게 변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귀국한 뒤 대통령께 마인드교육에 대해 보고를 드렸는데, 대통령께서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이후 카메룬에서도 마인드교육을 접목한 IYF 청소년 캠프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늘 수천 명의 학생들이 어떤 프로그램이든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놀랍고, 캠프가 끝날 무렵이면 그들의 박수 소리에서도 밝은 에너지와 변화가 느껴집니다. 얼마 전에는 전국 10개 지역 청년대표단 1백여 명을 대상으로 마인드교육을 진행했는데요, 강연이 끝나고 제게 찾아와서 ‘이런 행사를 자주 해달라’고 말하는 청년들이 많았습니다. 현재 초중고 및 대학교, 전문학교 등에서 시범학교를 지정하여 마인드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점차 학교를 늘려갈 계획입니다.

Q. 이러한 교육의 효과가 언제쯤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시는지요?

2013년부터 의식개선교육협회를 결성하고 캠페인을 벌이는 등 정부에서 다양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또한, 마인드 변화의 필요성에 아직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이 모두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사는 곳의 환경이나 문화 등에 영향을 받아 그 마인드가 형성되는데요, 카메룬은 특히 다양한 부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국민의 의식이 단숨에 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도로나 항만이나 철도 등 기반 시설이 필요하듯, 마인드교육 또한 기반을 마련한 뒤 점진적으로 확산시켜 나가려고 합니다.

현재는 마인드교육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전체 학생 수에 비하면 적지만,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변화가 학생 자신에게나 주위 사람들에게 이 교육의 가치를 알게 할 것입니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그때는 마인드교육이 엄청난 속도로 퍼지겠지요.

지금은 주된 교육 대상자가 청소년이지만 앞으로는 공무원, 기업가, 시민 등으로 대상을 넓힐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수도 야운데에 마인드교육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창작그림활동을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 카메룬 청소년 캠프뿐만 아니라,어린이들을 위한 주니어 캠프도 함께 개최되었다.
창작그림활동을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 카메룬 청소년 캠프뿐만 아니라,어린이들을 위한 주니어 캠프도 함께 개최되었다.

Q. 끝으로, <투머로우>의 주 독자층인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종종 만나는, 축구를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경기 중에도, 경기가 끝난 후에도 서로를 ‘사무엘 에투’나 ‘호날두’와 같은 유명한 축구선수 이름을 별명으로 부릅니다. 하루는 그 이유를 물었더니, 학생들이 “그들 같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제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모두 각자의 꿈을 이루며 살기를 바랍니다. 꿈을 이루는 과정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움을 이겨낼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혼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올바르게 이끌어줄 수 있는 스승을 만나거나, 마음으로 뒤따르고 싶은 롤 모델을 찾아야 합니다. 자신이 찾은 롤 모델이 어떻게 살았는지 혹은 사는지 삶의 태도를 유심히 보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하나씩 적용시키면서 진지하게 배우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할 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세대는 인터넷을 통해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에 영감을 줄 좋은 롤 모델을 찾기 바랍니다. 항상 소망과 희망을 가지고, 꿈을 이루며 살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중 무누나 푸튜 장관은 ‘어려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이 말이 머리가 아닌 마음에 와 닿았다. 그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현재 카메룬 앞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놓여 있다. 에이즈 등의 질병,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 위기, 영어와 불어를 사용하는 국민들 사이의 대립 등등. 이 때문에 몇몇 언론에서 카메룬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무누나 푸튜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며 기자는 카메룬이 다르게 느껴졌다. ‘다채로운 문화가 공존하기에 좀 더디지만 더 견고한 화합을 이룰 수 있는 나라.’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 작은 것에도 감사를 느끼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단단한 마음을 가진 마누나 푸튜 장관, 그가 그리는 카메룬은 아름다운 나라였다. 그와 같은 사람이 있기에 카메룬의 또 다른 반전이 기대된다.

취재 이경호 해외통신원   진행 고은비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