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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완전한 가족을 찾아서Editor's Note
조현주 | 승인 2021.05.26 11:24

가정의 달을 맞아, 행복하게 산다고 주변에서 추천해준 여러 가족들을 찾아 취재에 나섰다. 자기 분야에서 소신껏 일하며 주말 부부로 신혼처럼 사는 커플을 인터뷰하고, 맛집으로 소문난 국숫집 사장님의 효자 아들도 만났다. 이어서 십년 넘게 한집살이를 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에게는 둘만의 대화 비결을 들었다. 부러울 만치 사이가 다정한 이들의 이야기에 ‘완전한 가족’의 원형原型이 존재할 것 같았다.

하늘 위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땅은 편평하고 차분해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와서 보면 험준한 산이 있고 깊은 골짜기가 있다. 그 사이로 시간이 흐르면서 아침과 어두운 밤에 따라 같은 땅도 달리 보인다. 그렇게 서로 다른 요소들이 어우러져, 이 땅에 아름다운 꽃이 피고 새가 날아다닌다.

이번에 만난 가족들이 그랬다. 겉모습은 한없이 밝고 따스했는데 사연을 듣고 보면 어느 가족도 처음부터 평지 같은 경우는 없었다. 슬프고 절망스런 사연도 있었고 앞이 안 보이는 어둡고 우울한 시간도 있었다. 헤어지면 끝인 줄 알았던 ‘똑똑한’ 부부는 가족 해체의 대가를 혹독히 치르며 그냥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화의 끝에 ‘조율’이라는 구원투수가 기다리고 있음을 발견했고, 곧 행복한 재결합에 성공했다.

 

국숫집 사장님이 늘 자랑하는 아들도 만나보니 친자 관계가 아니었다. 그 아들에게 쫓겨난 사장님은 혼자 몇 년을 지내야 했다.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줄 분이 어머니인 걸 뒤늦게 안 아들이 요즘은 밀린 효도를 하느라 국숫집에 와서 주말을 함께 보낸다. 취재한 고부 사이도 마찬가지였다. 시어머니는 항상 ‘부족한 아들, 언제나 믿고 살아줘서 고맙다’는 기준에서 며느리와의 관계를 이어간다. 자신의 부끄러운 실수도 가리지 않고 털어놓고 며느리의 부족함도 무조건 끌어안는다. 그런 어머니 앞에 며느리도 태어나 처음으로 마음을 자유롭게 열고 무엇이든 말하며 산다.

그들의 내면에는 서로에게 잘하려고 하기보다, 잘못에 대한 미안함과 모자람을 탓하지 않는 마음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한때 떨어져 지내는 고통을 겪은 이들은 애절한 사랑의 가치를 체험으로 알아갔다. 그것은 목욕탕 물 넘치듯 잉여에서 오는 가벼운 사랑과 다르다. 턱없이 모자라고 견줄 데 없이 부족하지만, 그것이라도 자식을 위해 남기고 싶고 부모를 위해 드리고 싶은 간절함에서 나온 따스한 사랑이다. 그래서 이들의 마음은 사랑이라는 조각천이 군데군데 난 상처를 덮고 있어서 아리거나 아프지 않다.

공기도 통하지 않으면 답답하고, 물도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 피가 잘 흐르면 몸이 건강하지만, 피가 자유롭게 흐르지 않으면 몸이 고통스럽다. 마음이 막히면 그것처럼 고통스러운 게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고 서로 기대어 살면 그것처럼 행복한 일은 또 없다. 죽는 날까지 생물학적 가족으로만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 이 시대에, 서로의 상흔을 사랑으로 감싸 안는 ‘완전한 가족’을 희구해 본다.

글 조현주 발행인 

조현주  realantiq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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