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우간다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김형진 씨는 그곳에서 지낸 1년 동안 다른 사람을 돕는 기쁨, 사람들에게서 받는 사랑과 감사가 얼마나 행복한지 느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때의 행복을 잊지 못했고, 2009년에 다시 우간다로 떠났다.

우간다에서 지낸 지 벌써 1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곳에서의 삶은 한국에서 살았다면 해보지 못했을 일들로 가득 차 있다. 먹는 것과 씻는 것도 그렇지만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오지로 봉사하러 다니면서 여전히 새로운 일들을 하고 지낸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든든한 동반자는 단연 굿뉴스코 봉사단원들이다. 2010년부터 해마다 새로운 단원들을 맞이하고 있는데, 이들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보내면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고 있다. 이곳에 오는 학생들이 모두 제각각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예전에 내가 여기에서 경험한 것들을 그들도 배워가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 그러면서 앞으로 펼쳐질 그들의 미래를 상상해보곤 한다.

12년 동안 수많은 단원들을 만나고 함께 지내면서 느낀 점이 있다. 그것은 단원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느냐에 따라서 배우고 느끼는 데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봉사는 인생에 있어서 몇 안 되는 소중한 경험이다. 그 시간을 더없이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마음가짐에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봉사를 떠나기 전, 혹은 삶에 전환점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미리 준비해둘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첫 번째는 ‘어렵게 일할 마음을 가져라’이다.

해외봉사를 온 단원들 중에는 우간다에서 편하게 지내다가 돌아가려고 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 사실 우간다는 한국에 비해 물도 부족하고, 날씨도 무덥고, 인터넷 환경도 좋지 못하다. 여러 면으로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아무리 편하게 지내려고 해도 편안하지 못하다.

그렇다 보니 이런 생각을 가진 친구들은 환경이 조금만 안 좋게 바뀌어도 불평불만이 많아지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때에도 함께 즐기지 못한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무난하게 지냈지만 해외봉사 시간만큼은 어려움에 많이 부딪쳐보자’라고 생각한 친구들은 아무리 어렵고 힘든 형편 속에서도 쉽게 낙심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각보다 쉬운데?’ 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나는 이런 모습들을 수없이 보았기에, 우간다로 해외봉사를 오겠다고 결정한 친구들에게 미리 이야기한다. “편하게 지내려면 우간다에 오지 마라. 힘든 걸 많이 해보고 싶다면 와라.”라고 말이다. 어려움을 겪는 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어려움은 인생에서 아주 좋은 경험이자 지혜를 얻게 해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우간다에서만큼은 단원들이 어려움을 많이 경험하고 갔으면 한다.

세계 4대 강의 하나로 손꼽히는 나일강 앞에서 봉사단원들과 함께. 나는 그들로부터 매년 새로운 추억을 선물 받는다.
세계 4대 강의 하나로 손꼽히는 나일강 앞에서 봉사단원들과 함께. 나는 그들로부터 매년 새로운 추억을 선물 받는다.

두 번째는 ‘무엇이든지 해보겠다는 마음을 가져라’이다.

해가 갈수록 두드러지는 학생들의 특징이 있다. ‘나서서 해보겠다’보다 서로 눈치를 보며 일을 미루려 하고, ‘괜히 나서서 눈에 띄지 말아야지’라는 태도로 일하는 것이다.

한번은 어느 단원과 함께 시장에 간 적이 있다. 시장에는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도로까지 좁아서 좁은 공간에 빨리 주차하고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 그날도 시장에 도착하니 좁은 길에 차들이 즐비하게 서 있고 사람도 굉장히 많았다. 주차할 곳을 찾아, 같이 간 단원이 주차를 돕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나는 그의 지시를 따르려고 준비했다. 그런데 그 단원은 길에 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쭈뼛쭈뼛했다. 그 모습을 보고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 아주 난감했다. 알고 보니, 그 단원은 주차를 도운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어떻게 안내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그 전에 주차 안내를 해보았다면 전혀 어렵지 않게 해낼 일이었다.

별것 아닌 일이라도 많이 경험할수록 배울 수 있고, 어색한 일이 아니라 익숙한 일이 될 수 있다. 그 일이 있은 후 이 단원은 주차 안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설프지만 머뭇거리지 않고 했고, 나중에는 능숙하게 주차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교회에 있는 기숙사에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예배당 청소와 세차를 비롯해 예배 시간에 비디오 촬영 및 편집 등의 일을 배웠다. 그때 당시에는 너무 많은 것들을 배워야 해서 불평도 나왔지만, 20년이 흐른 지금은 그때 배운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된다. 나는 학생들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다른 사람에게 미루지 말고 자신이 경험해보길 바란다. 그것이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항상 배울 마음을 가져라’이다.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교육을 받는 것은 살면서 필요하기 때문인데, 그냥 배우는 것과 배울 마음을 가지고 배우는 것은 천지차이다. 배우겠다는 태도를 가진 사람은 청소를 하면서도 청소의 원리와 청소하는 이유를 배운다. 단순한 일을 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가치를 배운다. 어려운 일을 경험하면서 삶에 꼭 필요한 지혜를 배운다. 반대로 배우려는 생각이 없으면 일을 해도 단편적으로 ‘일을 했다’는 것만 남고, 어려움을 경험해도 ‘어려웠다’만 남는다. 무엇을 하든지 항상 배울 마음을 갖는다면,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 찾아서 얻을 수 있다.

네 번째는 ‘낮고 겸비한 마음을 가져라’이다.

많은 단원들과 함께 지내면서 한 가지 정확하게 본 것이 있다. 똑같이 한국에서 우간다에 왔고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어떤 단원은 즐거워하고 행복해하고 작은 것에 감사해하는 반면, 어떤 단원은 힘들어하고 불평하고 사람들과 계속 갈등을 빚는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살펴보니, ‘마음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보다 자기가 더 중요한 사람은 자신이 타인에게 주는 피해나 고통은 생각하지 않고, 타인이 자신에게 주는 피해만 생각한다. 그래서 함께 지내는 게 힘들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짜증을 내고 화를 낸다. 자연히 사람들과 사이가 점점 멀어지고, 그것 때문에 또 힘들어진다.

반대로 마음이 낮은 사람은 자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입고 산다고 생각하고, 늘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자신이 가진 물건이나 음식을 나누어주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을 자주 표현한다.

그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게 편하고, 갈등이 생기더라도 잘 해결된다. 어떤 곳에 있든지 주변 환경이 잘못되거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마음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행복’의 유무가 결정되는 것이다.

마케레레 국립대 총장님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은 굿뉴스코 학생들.
마케레레 국립대 총장님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은 굿뉴스코 학생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이기는 마음’이다.

우간다에서는 매년 큰 규모의 청소년 행사인 ‘월드캠프’가 열린다. 행사를 하다 보면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힘들 때가 있고, ‘이번에는 망했다’는 생각이 들어 좌절할 때도 있다. 한번은 굿뉴스코 설립자께서 월드캠프 참석 차 우간다에 오셨을 때, 행사 진행에 힘들어하는 나에게 “자네 마음에서 지면 모든 것에서 지게 되고, 자네 마음에서 이기면 모든 것에서 이길 수 있어”라고 말씀해주셨다.

우간다에 있으면서 나는 문제를 아주 자주 만난다. 날씨의 문제, 언어의 문제, 음식의 문제 등등 수많은 문제들을 만나고, 그때마다 ‘나는 왜 언어가 늘지 않을까?’ ‘다 포기하고 싶다’ 같은 생각들을 한다. 그 생각들이 나를 지치게 하고 우간다에서 사는 걸 그만두고 싶게끔 만든다. 그런데 큰 문제를 맞닥뜨리고 있어도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하며 마음에서 먼저 문제를 이기면 정말 그것들이 힘없이 사라지는 것을 본다. 나는 봉사단 설립자의 이야기를 들은 뒤 “월드캠프는 잘될 수밖에 없어!’라고 외쳤고,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그 후로도 행사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해외봉사를 오는 학생들은 보통 1년 동안 지내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잔뜩 가지고 온다. 여행가방 안에는 옷, 샴푸, 김치, 된장, 비상약 등 다양한 것들이 들어 있다.

이런 물품들도 당연히 챙겨야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오느냐이다. 이 마음들을 빠짐없이 챙겨온다면 어디를 가든, 어디서 시작하든 정말 행복하고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낼 것이다.

글쓴이 김형진

경북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학부에서 공부하던 중,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으로 우간다에 다녀왔다. 이후 우간다를 위해 살고자 하는 꿈이 생겼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 굿뉴스코 우간다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그는 우간다 정부와 마케레레 국립대학교의 지원 아래 우간다 학생들의 마인드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글 김형진 사진 굿뉴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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