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을 시작하다 ②

2021년 3월 2일 17시 49분, 시온이가 태어나면서 나도 엄마가 됐다. 세상에 나온 딸이 배 위에 올려졌을 때, 따뜻했던 온기와 울음소리는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

분만 후에도 오랜 진통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 탓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났지만, 아이의 얼굴을 마주하자 아픔과 화가 슬며시 누그러졌다. 아빠를 꼭 닮은 반짝거리는 큰 눈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고 한없이 사랑스러웠다. 시온이와 처음 만난 순간은 기쁨과 감사와 설렘으로 가득 찼다. 그 어떤 처음의 순간도 이보다 경이롭고 감격스러울 순 없을 것 같다.

이런 순간이 계속 되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 날부터 우리 부부에게 마치 마트의 1+1 상품처럼 기쁨, 감사, 설렘과 함께 긴장과 낯섦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도 함께 찾아왔다. 기저귀 갈기, 수유하기, 우는 아기 달래기 등 여태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육아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병원에서 하루에 6시간 정도의 시간을 시온이와 함께 보내고 나면 녹초가 되었다. 하루에 열댓 번씩 간호사 선생님을 호출해 당황스러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여쭤보았다.

하루는 아기가 계속 자길래 3시간 넘게 분유도 먹이지 않고 자게 두었다가 간호사 선생님이 굉장히 놀라셨다. 신생아는 신진대사율이 어른의 8배라서 2시간에 한 번씩 먹어야 한다는 것. 게다가 시온이는 황달이 와서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일주일을 보내며 남편은 제법 아기 다루기에 익숙해진 듯했다.

내가 마주한 시련은 모유 수유인데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고, 아직 힘이 없어 미숙한 아기를 훈련하는 데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아기는 금세 잠들어버리기 일쑤라 먹이는 시간보다 아기를 깨우는 시간이 더 길었다. 혼자라면 절대 못 했을 수유인데 남편, 친정엄마, 간호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사흘간 꾸준히 연습하자 아기도 우리 마음을 이해한 듯 모유를 잘 먹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처음인 우리 부부는 지금, 주변의 도움의 손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남편과 나는 시온이에게 좋은 것을 주고 잘해주고 싶은 마음은 그 누구보다 크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게 없다. 다행히 주변에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많다. 부모님, 간호사 선생님, 친구, 동생 등등. 문제가 생기면 나보다 먼저 결혼해 아이 셋 엄마인 동생에게 SOS를 보내기도 하고, 딸 둘의 엄마인 친구에게 육아템들을 물어보기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이 말에 크게 공감하며 나 혼자서는 시온이를 잘 키울 자신도 능력도 없기 때문에 귀찮을 정도로 주변에 도움을 청하려 한다. 시온이를 향한 우리 부부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육아 경험자들의 현명한 조언을 더하면 시온이가 지혜롭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글=송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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