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계절 중 겨울을 좋아한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희망이 있어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작년, 나의 삶에 겨울이 찾아왔다. 따뜻한 봄이 오지 않을까봐 심하게 두렵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투머로우를 읽으며 나의 마음에 봄이 다시 찾아왔다. 내 마음에 봄이 어떻게 찾아왔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지난 더운 여름날, 투머로우 8월호에서 영화 ‘The Music of Silence’와 관련된 이야기를 읽었다. 주인공인 안드레아 보첼리는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되었다. 그때 “뭐가 보이니?”라는 어머니의 질문에 주인공은 “Everything and Nothing”이라고 대답하는데, 이 문구가 내 마음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Everything and Nothing”을 직역하면 ‘모든 것 그리고 아무것도’라는 말로, 이 문구를 제대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말이 나에게 소망을 주었던 이유는, 지금 나에게 보이는 그의 삶 때문이었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비록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어두운 삶 속에서도 마음으로 보고 간절히 소망했기에 세계적인 테너이자 팝페라 가수가 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한창 행복해야 할 시기에 안드레아 보첼리처럼 양쪽 눈을 잃는다면 모든 것이 보인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그게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잊혔겠지만, 그 당시 나에게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어려움이 있었다.

나는 유아기를 아토피와 함께 지냈다고 할 정도로 몸 전체에 아토피가 심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으며 병을 치료했다. 약의 효과 덕분인지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면서는 아무 탈 없이 편안하게 지냈다.

(일러스트=김현정)
(일러스트=김현정)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온몸에 아토피 증상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증상이 점점 더 심해져서 방법을 찾고 찾아 서울에 있는 유명하다는 한의원을 찾아갔다. 그 한의원에서 처방해 준 약은 몸에 있는 독소를 다 배출하기 때문에 낫는 과정이 힘들 거라고 했다. 나는 그 고통이 두려워서, 약을 먹기 싫다며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결국 약을 먹기 시작했고, 상상 이상으로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얼굴에는 계속 딱지가 생기고 떨어져 나가는 과정이 반복되었고, 진물이 흘러나와 수건으로 24시간 닦아내야 했다.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아프고 따가웠다. 게다가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여러 면에서 더욱더 힘들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아토피 증상이 보기 싫어 거울을 보지 않았고, 사람들이 날 보며 징그럽게 생각할까 봐 일부러 고개를 숙이고,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매일 밤마다 너무 간지럽고 따가워서 잠을 자지 못했다. 어두운 밤을 혼자 뜬 눈으로 지새우다 보니 긍정적인 생각이라곤 조금도 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온통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다 나을 수 있는 거 맞아?’, ‘사람들은 이런 내 모습을 징그럽다고 생각하겠지?’ 하며 내 모습을 원망했다.

매일 잠을 자지 못하고 학교 수업을 들으니, 나는 점점 지쳐갔다. 그리고 결국 약을 포기하려는 상황에 이르렀다. 아토피라는 고통 때문에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험 준비도 하지 못해 자괴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내가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나를 잡아주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었고, 또 나의 아픔을 안아주는 부모님이 계셨다. 절망밖에 없을 것 같던 내 마음에, 그들은 ‘다 나을 수 있다’는 소망을 채웠다. 아픈 건 여전하고, 학교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은 계속됐지만, 그들이 내게 해주는 ‘이 과정도 낫는 과정 중 하나야’, ‘이 약은 이미 나았다는 소망으로 먹는 거야’라는 이야기는 내 마음을 고통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해주었다.

한번은 한자 능력 검정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유독 증상이 악화돼서 피부가 심하게 붉어지고 있었는데, 마침 투머로우를 읽었다. 그리고 안드레아 보첼리에게서 절망 속에서 소망을 볼 수 있는 눈을 배웠다. 비록 몸은 이렇지만, 마음만큼은 소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깨끗이 다 나은 ‘나’를 상상하며 밝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때는 아토피로 고통을 받는 것이 형벌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아토피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축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투머로우 글 중,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는 그때 여러분이 어느 편에 서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라는 문구가 마지막 부분에 적혀 있다. 아토피로 인해 얼굴이 일그러져 있어도 내 마음이 소망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면 행복한 것이다. 절망은 언제나, 끊임없이 나를 향해 찾아온다. 어쩌면 앞으로 나에게 아토피보다 더 큰 어려움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나는 외형적 조건과 상황에 쉽게 휘둘리는 사람이기에, 크고 작은 고비가 자주자주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는 처한 상황에 휘말리지 말고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Everything and Nothing!”이라고 말이다.

결국 최악이라 생각했던 그 절망적인 순간들은 소망의 힘에 의해 휩쓸려 멀리 떠내려갈 것이다. 나는 그렇게 절망이 올 때마다 소망으로 이겨나갈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절망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그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하며 절망이 아닌 소망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이것이 내게 생긴 새로운 꿈이다.

겨울은 언제나 우리에게 매서운 추위를 주지만 내가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인생의 어려움 뒤에 오는 봄을 기다리는 소망으로 살아간다. 이같이 우리 삶에 추운 겨울이 찾아와 절망 속에 계속 머무를 것 같지만 결국, 겨울을 이기고 봄이 와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우리 삶도 그렇게 반복될 것이다.

글 장은영 (링컨하우스마산스쿨) 

지난 해 12월, 창원대학교(총장 이호영), 굿마인드인성교육원(원장 노은경), 경남연합일보(대표 김교수)가 공동 주최한 ‘코로나19 극복 수기 및 투머로우 독후감 공모전’이 열렸다. 경남지역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열린 공모전에 105명의 학생들이 응모하였고, 총 18명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그중에 '제1회 투머로우 독후감 공모전' 고등부 최우수상을 본지에 소개한다. 이번 공모전 수상작들은 <코로나 그리고 내일>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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