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원들이 출국할 때만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기 전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지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은 꼼짝없이 발이 묶였습니다. 굿뉴스코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외국에서 직접 현지인들을 만나 친구가 되고, 그들과 같은 삶을 살며 봉사활동을 하는 것인데,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굿뉴스코 단원들은 온라인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마음을 연결하였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어김없이 풍성한 체험담을 가슴에 한아름 담아왔습니다. 아빠가 자녀들을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자녀들의 학비를 벌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입니다. 때로는 남들에게 무시를 당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버팁니다. 그러면서 ‘내가 누굴 위해서 이렇게 일하는지, 우리 아들과 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야’라고 믿습니다. 그런 나머지, 아빠는 아들과 딸을 향한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아들은 엄마와 아빠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밤낮으로 책상에 앉아 공부에 몰두합니다. 생각대로 공부가 잘될 때가 있는가 하면, 아무리 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내가 좀 더 잘해야 엄마 아빠가 기쁘실 텐데…’라는 생각에 다른 친구들보다 낮은 성적을 받으면 화가 납니다. 그리곤 괜히 나를 걱정해 주는 엄마, 아빠에게 버럭 화를 내게 됩니다. 그런 나머지 자기 마음 안에 있는 엄마, 아빠에 대한 사랑은 표현하지 못합니다.

제가 3년 전쯤 IYF 설립자이신 박옥수 목사님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지방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때 목사님께 한 가지를 여쭤봤습니다. “목사님, 우리 아이가 이번에 이런 행동을 해서 제가 혼을 좀 내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랬더니 “혼을 내더라도, 반드시 아이에게 아빠가 사랑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십시오. 그러면 됩니다”라고 대답해 주셨습니다. 잘못을 하면 혼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혼을 낼 때에는 그 바탕에 아이를 위한 생각,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라고 가르쳐 주신 겁니다. 왜냐면 이야기해 주지 않으면 아이는 그 마음을 모르니까요.

남편이 아내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않으면, 아내는 남편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자녀들은 부모님을 공부와 성공만을 위해 압력을 가하는 사람으로 압니다. 자녀들이 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부모들은 자식 키워 봤자 소용없다고 오해합니다.

분명 ‘사랑’이 있지만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을 생략하다 보니, 정말 ‘사랑’이 없는 사이가 돼버렸습니다. 생략을 해도 상대방이 알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생략을 하면 알 수 없고, 그것은 마치 없는 것과 같은 상태입니다.

우리 단원들이 배우고 얻은 것은 마음의 표현을 ‘생략’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해외봉사를 하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우다 보니,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랑의 표현이 생략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단원들은 그 생략을 되찾아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마음의 이야기가 나오는 동안 우리는 잴 수 없는 행복의 덩어리가 가슴속으로 밀려 들어오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그 행복을 느끼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피지에서 만난 아주머니와 마음을 나눈 후부터 누구를 만나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는 이혜윤 단원은 사람들과 만날수록 마음이 넓어지고 강해졌다. 그래서 피지 사람들은 그녀에게 ‘작은 거인’이란 별명을 붙여 주었다.
피지에서 만난 아주머니와 마음을 나눈 후부터 누구를 만나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는 이혜윤 단원은 사람들과 만날수록 마음이 넓어지고 강해졌다. 그래서 피지 사람들은 그녀에게 ‘작은 거인’이란 별명을 붙여 주었다.

저는 아직도 2016년도에 피지를 다녀온 이혜윤 단원의 체험담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아담한 체격에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단원이었는데, 그녀가 그렇게 체격이 작았던 것은 초등학교 시절에 앓았던 백혈병 때문이었습니다. 다행히 백혈병은 나았지만, 초등학생 수준에서 성장이 멈추고 머리숱도 적어서 스스로 초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남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대학을 가고 결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살면서도, 남들이 그런 자신의 생각을 알아챌까 봐 억지로 웃으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피지에서 한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소아마비에 걸린 조카를 돌보는 아주머니였는데, 슬픔이 가득한 마음을 숨기려 웃고 있었습니다. 그 아주머니에게서 ‘자기와 같은’ 마음을 발견하고는 본인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어려움과 백혈병에서 나은 이야기를 하며, 조카도 소아마비에서 나아 뛰어다닐 거라는 소망을 말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아주머니는 슬픔을 위로받고, 기쁨을 선물 받았다며 이혜원 단원은 이야기했습니다. 그 일로 이혜윤 단원은 자신의 마음을 말할 때,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변화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 단원들의 체험담은 ‘생략’해둔 마음을 되살리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 단원들은 “당신도 이야기하세요, 그러면 모두 행복해집니다”라고 모든 사람을 향해 속삭이고 있습니다.

글쓴이 박문택

법률사무소 담소의 대표 변호사, 국제청소년연합 회장을 맡고 있다. 전 세계 대학생들의 리더십 함양과 올바른 마인드 형성을 위한 강연과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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