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났어요. 그리고 1분 먼저 나왔다는 이유로 언니가 되었죠. 동생과 저는 태어난 건 1분 차이지만, 일상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었어요. 동생은 얼굴도 예쁘고 재능도 많아서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제 속엔 항상 동생을 향한 열등감과 부모님을 향한 서운함이 있었어요.

한번은 아프리카로 해외 봉사를 다녀온 사람들을 보았어요.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색칠 공부를 가르치고, 페인트로 벽화를 그려주며 행복해하는 봉사단원을 보면서 ‘나도 저런 일을 해보고 싶다!’ 생각했어요. 부족한 게 많은 저도 미술만큼은 잘한다고 칭찬을 받았기 때문에, 미술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에티오피아로 해외 봉사를 떠났습니다.

처음 에티오피아에 도착했을 때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줄 알고 들떴는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센터 안에서만 지내야 했어요. 그래서 어깨가 축 처진 채 지냈습니다.

하루는 지부장님께서 제게 “행복한 사람은 불행한 게 없어서가 아니라, 행복만을 바라보기 때문이야”라고 말해주셨어요.

코로나 때문에 에티오피아 사람들도 많이 우울해했는데,온 라인으로 같이 만나는 동안 그들도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우린 친구가 됐어요.
코로나 때문에 에티오피아 사람들도 많이 우울해했는데,온 라인으로 같이 만나는 동안 그들도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우린 친구가 됐어요.

이 이야기를 듣는데,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나온 날들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동안 제가 동생 탓만 하고, 부족한 내 모습을 보느라 행복을 못 보고 살아온 게 아닌지, 그리고 행복을 바라보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후, 아무것도 못 한다는 생각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봉사단원들은 온라인 행사를 준비했어요.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 캠프, 코리안 아카데미, 이외의 다양한 수업을 기획하고, 매일 모여 의논하고 연습하면서 하나씩 만들어갔어요. 저는 배경 화면, 사회자 카드, 그리고 영상 작업까지 디자인이 필요한 모든 부분을 맡았는데요. 처음엔 막막하고 버거웠던 일들이 시간이 갈수록 재밌어지고, 아이디어도 떠오르면서 이 시간이 기다려졌어요.

코로나 때문에 에티오피아 사람들도 많이 우울해했는데, 온라인으로 같이 만나는 동안 그들도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우린 친구가 됐어요. 그리고 덕분에 그림을 그리며 행복해하던 봉사단원처럼, 저도 환하게 웃으며 ‘행복’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죠.

글 정혜선 (에티오피아 해외 봉사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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