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봉사를 떠나기 전, 제 삶은 마치 이곳저곳이 고장난 불량품 같았습니다. 체중이 120kg가 넘었고, 허리 압박골절과 높은 간 수치를 걱정해야 할 만큼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전 정상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어요.

어린 시절, 저희 부모님은 매일 술에 취해 계셨어요. 그러다 두 분이 크게 다투실 때면 저를 때리며 다 같이 죽자고 하셨죠. 그 모습은 제게 무척 고통스러운 마음의 상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저 자신뿐이라고 생각했죠. 어떻게든 잘살아 보려고 많은 목표와 계획을 세웠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습니다. 실패의 아픔을 잊기 위해 게임과 술에 빠져 살았고, 제 머릿속은 어떻게든 돈을 더 가져보려는 생각으로 가득했어요.

그런 제 삶이 싫었고, 하루하루가 비참했습니다. 어느 날부턴가는 ‘아, 내 인생은 망했는데 새 삶을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한번씩 제 캐릭터가 망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저는 그 캐릭터를 삭제하고 다시 키우는데 저도 제 인생을 삭제하고 다시 만들고 싶었어요. 저는 새 삶을 살기 위해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에 지원했고, 아프리카 르완다로 떠났습니다.

르완다는 ‘천개의 언덕’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초록빛의 대자연 속에 수많은 언덕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곳의 자연은 아름다웠지만, 너무나 낯선 르완다에서의 삶은 적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지부장님을 찾아 갔습니다. 그때 지부장님은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선택을 해야 해. 일 년 동안 계속해서 어려움을 피하면서 지낼 건지, 아니면 새로운 삶을 만들어 볼 것인지. 소망을 선택한다면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내가 도와줄게, 효섭아.”

왼쪽에서 첫 번째가 심효섭 단원.
왼쪽에서 첫 번째가 심효섭 단원.
봉사단원들과 함께 현지 음식을 만들고 있다.
봉사단원들과 함께 현지 음식을 만들고 있다.

지부장님의 말씀은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제 생각의 전환점이 되었고, 르완다에서 봉사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을 선택했어요.

한번은 ‘IPRC’라는 대학교에서 코리아 캠프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준비 했어요. 하지만 캠프 전날까지 접수 인원은 저조하기만 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보며 ‘이 캠프는 할 수 없겠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부장님도, 동료 단원들도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포기하지 않고 부딪쳐보기로 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점차 모집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볼 때 불가능해 보였는데, 마음을 바꾸니 성공적인 캠프가 되었습니다.

르완다에서 만난 마음의 가족들과 함께. 그곳에서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르완다에서 만난 마음의 가족들과 함께. 그곳에서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저는 부담스러운 일을 마주할 때면, 지부장님이 제게 해주셨던 그 한마디를 생각했습니다. 그 말은 제 자전거에 발을 올려놓을 힘을 주었고, 그 덕분에 저는 앞으로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바쁘고도 행복한 생활을 하며 제 몸에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는데요. 살이 무려 40kg이 넘게 빠지면서 허리 통증이 줄었고 간 수치까지 모두 다 좋아지면서 무척 건강해졌습니다.

실패나 어려움을 만날 때면 늘 피하기 바빴던 저였지만, 르완다에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었고 앞으로 나아가는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르완다는 짙은 어두움만 계속될 것 같았던 제 삶을 밝게 비추어주었습니다.

글 심효섭 (르완다 해외 봉사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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