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다

저는 어려서부터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어요. 놀기 좋아하고, 학교도 잘 안 가서 부모님이 많이 속상해하셨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삶을 대충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가 제게 넌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I have a lot of shortcomings, but I’m a new person.”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저는 지금 전혀 다른 새로운 사람이라고요.

1년 전 하루하루를 의미 없게 보내던 어느 날, 스리랑카로 해외 봉사를 떠났던 누나가 돌아왔어요. 제게 스리랑카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데 표정이 무척 행복해 보였어요. 제가 생각한 해외 봉사는 ‘낯선 환경에서 하는 어렵고 힘든 일’이었어요. 그런데 누나를 보니 저도 가보고 싶더라고요.

‘한번 의미 있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죠. 저는 필리핀으로 해외 봉사를 떠났어요. 왜 필리핀을 택했냐고요? 사실 좀 부끄러운 말이지만 저는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세계지도를 유심히 보다가 눈을 감고 씹던 껌을 던졌는데 필리핀에 붙었어요. 그렇게 가게 됐어요(하하).

필리핀 바다는 정말 아름다워요. 물이 너무 맑아서 바닷속이 다 보여요. 특히, 노을이 지는 바닷가에 앉아 있으면… 정말 그 아름다움은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필리핀만의 색다른 매력이에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 마닐라 근처의 한 중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진행했다. 첫 번째 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정영하 단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 마닐라 근처의 한 중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진행했다. 첫 번째 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정영하 단원.

봉사를 하며 가장 어려웠던 건 언어였어요. 오랫동안 공부를 안 하고 살다 보니 언어를 배우는 게 다른 단원들보다 더 느리고 힘들었어요. 그런데 영어도 배워야 하고 현지어인 따갈로그어도 배워야 하는 거예요. 저는 언어를 아예 포기해버렸죠.

하루는 현지인들이 제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잘해주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고마워’밖에 없는 거예요.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도, 몇 개월 동안 지내면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제 모습이 너무 한심했어요. 그때, 언어라는 부담을 만났을 때 지레 겁먹고 도전하지 않는 제 모습을 보았어요.

그때부터, 언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기초부터 하나하나 배웠어요.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나중에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강연도 하고, 외국인 따갈로그어 말하기대회에 참가해 수상도 했어요. 무엇보다 친구들에게 제 마음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그렇게 저는 필리핀에서 처음으로 도전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1년 전, 한국에서 해외 봉사를 나가기 위해 워크숍에 여러 차례 참석했어요. 워크숍 멘토 분들이 제게 “너는 별이야”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땐 “내가 사람이지, 뭔 별이야?”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필리핀에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많은 일에 도전하면서 왜 저를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았어요. 저도 변하더라고요. “내가 별이구나. 세상을 밝게 비추는 별이구나.” 너무 기뻤어요.

필리핀은, 제가 ‘별’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준 ‘밤 하늘’이었습니다.

글 정영하 (필리핀 해외 봉사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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