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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수 마인드칼럼] “엄마, 나 무당 싫어, 너무 무서워”Mind Lecture
박옥수 | 승인 2021.03.04 22:50

절망 속에서 살다가 기쁨을 얻어 병과 싸우다 간 미선이. 지금은 병이 없고 슬픔도 없는 나라에서 건강하게 살 줄 믿는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나는 김천 대덕산에 위치한 우리 선교회 수양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름 수련회가 열리는데, 한 번에 3천 명 정도 지낼 수 있는 규모다. 수련회에 보통 만 명이 넘게 참석하기에 매주 한 차례씩 수련회를 하려면 4주 동안 거기에서 지내야 했다.

어느 해 수련회 때의 일이다. 점심을 먹고 잠시 족구를 하고 있었다. 잘하진 못해도 재미가 있어서 한창 즐겁게 공을 차고 있는데, 어떤 분이 다가와 말했다.

“목사님, 우리 친척이 왔는데 잠깐만 만나 주실래요?”

족구 하는 것을 멈추고 그 분의 친척이 있는 방으로 갔다. 거기서 몸과 얼굴이 많이 여윈 스물두 살의 아가씨 남미선을 처음 만났다. 폐결핵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다고 했다. 옛날에는 결핵에 걸리면 사람들이 많이 죽었지만, 요즘은 약이 좋아서 결핵에 걸려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아가씨는 결핵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다른 문제 때문이었다.

이 아가씨는 결핵에 걸린 뒤 약을 먹었다. 건강이 좋아져서 약을 중지했고 정상적으로 잘 지내고 있었다. 문제는, 얼마 후 결핵 증세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몸 안에 결핵균이 조금 남아 있었는데 약을 끊자 남아 있던 결핵균이 다시 번식했다. 그 결핵균들은 약에 대해 내성이 생겨서 이젠 어떤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약만 먹으면 낫는 병이 결핵이지만, 이런 상황이 되면 아무리 약을 먹어도 낫질 않았다.

예쁘고 착한 미선이가 죽음으로 빠르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52kg이던 체중이 50, 45, 40, 35, 30으로 자꾸 떨어졌고, 내가 만났을 때에는 체중이 25kg밖에 되지 않았다. 죽음이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가냘픈 몸으로 결핵과 싸우는 아가씨, 내가 목사로서 이 아가씨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선이가 마음에 믿음을 가지면 평안을 얻게 되리라고 생각해서, 나는 조용히 성경 이야기를 했다. 그런 데 마음을 기울이는 나와 반대로, 미선이는 죽음을 각오했는지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었다. 미선이와 두 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진전이 없었고, 다음날 미선이는 말도 없이 대덕산 수양관을 내려가고 말았다.

(일러스트=안경훈)

“미선아, 너 이것을 믿어?”

미선이가 죽음 앞에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도와줄 수 없었다. 목사인 나도 무엇을 어떻게 해줄 수 없었다. 나는 미선이가 수양관에 왔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부끄러웠다.

어느 날 오후, 낯선 번호의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목사님, 안녕하세요.”

뜻밖에 미선이 엄마였다. 나는 미선이 주소도 전화번호도 몰라 마음에 안타까움이 남아 있었는데, 미선이 엄마가 먼저 전화를 한 것이다.

“목사님, 내일 시간이 있습니까?”

“예, 오후 3시에서 4시까지 시간이 됩니다.”

“그럼 내일 3시까지 갈게요.”

그렇게 간단히 통화를 마쳤다.

다음날 오후 3시 전에 미선이 모녀가 찾아왔다. 신앙으로 조금이라도 힘을 얻게 하려고 나는 그 젊은 아가씨에게 마음을 다해서 이야기했지만, 아가씨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내가 목사로서 무능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만 남기고 별다른 변화 없이 그날도 미선이와 그냥 헤어졌다. 아가씨가 스물두 살 꽃다운 나이에 죽어가는데 목사인 내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부족함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가는 미선이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가다듬어야 했다.

정확히 열흘이 지난 후, 미선이 엄마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목사님, 내일 시간이 되세요?”

“예, 내일 오후에 오세요.”

만나기로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오후, 미선이 모녀를 기다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미선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시간이 흘러 미선이 모녀가 내 앞에 앉았다. 나는 결심했다. ‘미선이 모녀에게 신앙에 대해서 이야기해야지. 그래, 미선이가 죽음 앞에 있어도 참된 신앙이 있으면 죽음의 두려움을 이기고 밝아질 수 있겠다.’ 나는 마음을 다 쏟아서 미선이에게 이야기했다.

“미선아, 오늘은 내가 짧게 이야기할게. 잘 들어.”

나는 미선이에게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선이가 예수님의 사랑을 알고 그 사랑을 받아들여서 예수님과 마음이 하나가 되면, 죽음 앞에 서더라도 평안하리라 믿었다. ‘미선이가 싫어하지 않을까’ 살피며, 예수님의 사랑과 신앙에 대해 한 시간 가량 이야기했다. 예수님이 인간을 사랑하셔서 인간의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일, 예수님이 우리가 받아야 할 죄의 형벌을 다 받으셔서 우리 죄에 대한 처벌이 십자가에서 끝난 일, 이 사실을 믿을 때 우리 마음에 형성되는 깊은 사랑과 소망과 기쁨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미선이는 내가 하는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었다.

이야기를 다 마치고 미선이가 어떻게 들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내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미선아, 너 이것을 믿어?”

미선이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예, 목사님. 믿어요.”

냉랭하던 미선이가 어떻게 그런 대답을 하는지 놀라웠다. 내가 이번에는 미선이 엄마에게 물었다.

“미선이 엄마도 믿으세요?”

“예, 목사님. 우리 죄가 다 사해졌어요.”

나는 너무나 놀랐다. 이 모녀가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갖다니…! 내가 오히려 믿어지지 않았다.

“엄마, 오늘 나 기침 한 번도 안 했다”

그런데 미선이 엄마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며칠 전, 미선이를 차에 태우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마치고 돌아오려고 하는데 의사가 미선이 엄마에게 잠깐 보자고 했다. 의사는 마주 앉은 미선이 엄마에게 말했다.

“미선이 엄마, 부탁이 있어요. 제발 미선이 데리고 병원에 오지 마세요. 현대 의학으로는 어느 누구도 미선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도 미선이를 치료하는 흉내를 내는 것이 의사 양심에서 너무 괴로워요. 이제 병원에 그만 오세요. 죄송해요.”

의사가 진지하게 부탁했다. 그 말은 곧 미선이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예, 선생님. 죄송합니다.”

문을 닫고 나오면서, 미선이 엄마는 ‘이렇게 크고 많은 병원들이 있는데 미선이 병을 고치지 못한다니…’ 하며 슬펐다. 엄마는 미선이를 집으로 데려다 주고 혼자 집을 나섰다. ‘미선아, 네가 죽으면 엄마 혼자 어떻게 살라고…’ 걸으면서 하염없이 울었다. 갈 곳이 없어서 시내를 그냥 걸어다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미선이 엄마는 비를 맞으며 울고, 울고, 또 울었다. ‘미선아, 난 너 없이 못 살아! 네가 죽으면 엄마도 죽어야 해!’

저녁때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다가 잘 아는 점쟁이 집 앞을 지나게 되었다. 미선이 엄마는 ‘그래, 점쟁이에게 물어봐야겠다’ 싶어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니, 왜 이리 비를 맞았어?”

점쟁이가 놀라면서 수건을 건넸다. 미선이 엄마는 수건으로 빗물을 대강 닦은 뒤 점쟁이와 마주앉았다. 그리고 미선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점쟁이는 미선이를 살릴 수 있는 길이 두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게 뭐냐고 미선이 엄마는 다급히 물었다. 점쟁이가 말했다.

“돈을 들여서 큰 굿을 해야 해.”

굿을 해서 미선이가 신을 받아 무당이 되면 살 수 있다고 했다. 미선이 엄마가 생각했다. ‘그렇게라도 우리 미선이를 살릴 수만 있다면….’ 그래도 딸이 무당이 되는 것은 싫었다. 다시 점쟁이에게 물었다.

“미선이를 살릴 수 있는 길이 두 가지가 있다고 했는데, 다른 하나는 뭐예요?”

점쟁이가 말했다.

“다른 길은 예수 믿는 길밖에 무슨 길이 있겠어.”

(일러스트=안경훈)

그때 미선이 엄마는 마음을 정했다. ‘그래, 미선이가 예수님을 믿고 살 수만 있다면 내가 예수님을 믿어야지.’ 집에 와서 보니 미선이는 잠들어 있었다. 이불 안으로 손을 넣어 미선이의 여린 손을 잡았다. ‘하나님, 우리 미선이 제발 살려주세요!’ 엄마 눈에 또 눈물이 고였다.

다음날, 미선이 엄마는 딸의 표정을 살피며 이야기했다.

“미선아, 네가 굿을 해서 신을 받아 무당이 되면 살 수 있대.”

“엄마, … 나 무당 … 싫어. 너무 무서워.”

“그러면 어쩌니? 아니면,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는데.”

“엄마, 나 예수님 믿을게. 나 무당은 너무 싫어.”

그 다음날 미선이 모녀가 우리 집에 다시 찾아왔고, 예수님을 믿고 죄 사함을 받았다. 내가 이야기를 마친 뒤 미선이가 엄마를 보고 말했다.

“엄마, 너무 신기해. 오늘 나 기침 한 번도 안 했다.”

그날 미선이 모녀는 밝은 얼굴로 돌아갔다.

반년이 흘렀다. 한번은 내가 어느 대학에서 강연을 마치고 나오는데 미선이 모녀가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미선이는 얼굴이 많이 좋아져 있었다. 결핵약을 먹는 동안에는 안 좋았는데 이제는 음식을 잘 먹고 건강하다고 했다. 미선이는 마음도 아주 밝았다.

그것이 나와 미선이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미선이 엄마가 전화를 했다. 미선이가 건강해져서 대학에 복학도 하고 행복하게 지냈는데, 얼마 전 하늘나라로 갔다고 했다. 예쁘고 사랑스런 미선이를 붙잡을 수 없었지만, 죽는 날까지 딸은 밝게 살았다고 했다.

지금도 이따금 미선이 생각이 난다. 절망 속에서 살다가 기쁨을 얻어 병과 싸우다 간 미선이. 이제는 병이 없고, 슬픔이 없는 나라에서 건강하게 살 줄 믿는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권위자이다. 성경에 그려진 마음의 세계 속에서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을 찾아내, 이를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를 비롯해 총 5권의 마인드북과 <마인드교육 교사를 위한 전문가 과정>을 집필했으며, 신앙서적도 59권을 출간하였다.

박옥수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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