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대학교에 몸담으면서 학생들을 처음 만났다. 새로운 시작이기에 나는 잘 가르치고자 하는 열의가 불탔다. 그러나 학생들의 시큰둥한 반응, 소극적인 태도, 목적성이 없어 보이는 자세, 마지못해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의 ‘첫 마음가짐’은 오래가지 못했다. 내 마음 한편에는 ‘나는 이렇게 너희들을 위해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하는데, 너희들은 왜 이래?’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때는 학생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학교에서는 전공 수업 외에 매 학기 1학점 디딤돌 수업이 자동으로 배정된다. 이 수업은 지도하는 학생들과 만나 그들이 필요로 하는 진로 상담, 고충 등을 듣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학생 상담은 왜 이리 어색하고 변화도 없을까?

지도 교수로서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만나 상담할 때마다 나는 늘 마음속에 ‘지식을 전달할 때는 쉽고 편한데 상담은 왜 이리 어색하고 힘든 걸까!’라고 생각했다. 상담 시간에 ‘결석이 잦음’ ‘학업 성적이 현저히 낮음’ 혹은 ‘시의적절하게 취득해야 할 자격증을 따지 않음’ 등 겉으로 드러난 현상은 눈에 보였지만 어떻게 학생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없었다.

그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결국 “네가 열심히 해야 해. 네가 열심히 계획을 세워서 부지런히 하면 네 선배들처럼 잘 될 수 있어!”라는 말뿐이었다. 나만의 열정 어린 상담 방식은 여러 학기 동안 변함없었지만 그 학생들의 잦은 결석과 낮은 학업 성적 또한 동일하게 변함이 없었다. 점차 나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무엇이 문제지? 이런 것이 상담인가? 내 말이 학생들에게 공허한 메아리가 아닐까?’

내게 전공 수업은 물고기가 물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상담 시간만큼은 물 밖에 튕겨져 나온 물고기와 같았다. 그래서 2019년 9월부터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마음’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서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좋은 책들을 접했다. 가장 처음 읽은 책이 <마음 밭에 서서>라는 책이었다. 그곳에는 성경을 기반으로 ‘마음’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마음이 언제 어떻게 변화되는지에 대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저자인 박옥수 목사는 마음에 오만 가지 생각이 들어 있는데, 고운 마음도 있지만 우리 삶을 비극이나 고통으로 끌어가는 부정적인 마음도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착하게 살고 진실하게 살고 평화롭게 살고 싶어 하지만, 자세히 보면 사람을 끌고 가는 어떤 부정적인 힘이 마음 안에 작용하고 있어서 그 힘에 끌려다니면서 자기도 모르게 어둠 속으로, 불행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배고픈 사람에게 실제 빵을 주는 듯한 책을 발견하고

그런데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죄를 짓거나 어두움에 빠진 사람에게 “죄짓지 마”라고 하거나 “삶에 의지를 가져”라고 말하는 것은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주지 않고 ‘굶지 마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꼭 학생들을 대하는 나의 모습 같았다. 저자는 성경 속 이야기를 빗대어 사람의 마음은 의무나 의지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절망으로 가득 찬 마음에 감사, 기쁨, 행복을 채울 때 변한다고 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의 오랜 갈증이 시원하게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이후 어느 날, 중간고사 기간에 한 학생의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학생이 우울증이 심해 중간고사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라 형편을 봐달라는 얘기였다. 그 학생은 그다음 주에 아버지와 함께 학교를 방문해 밀린 시험을 보았다. 나는 그 학생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학생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으며 읽었던 책 내용이 떠올랐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 달 동안 매주 3회 이상씩 전화와 메시지로 이야기를 나누자고 권했다. 고맙게도 내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갑작스러운 상담이 시작되었다. 당시, 학생은 오랜 세월 동안 병에 시달리고 있는 어머니를 보며 수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아 왔고, 내가 만난 시점은 알지 못할 죄책감이 더해져 자살 충동이 더욱 컸던 시기였다.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마음밭에 서서>는 그가 고민하던 학생 상담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준 책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마음밭에 서서>는 그가 고민하던 학생 상담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준 책이다.

나는 이제 학생들에게 '그렇게 하지 마'라고 하지 않는다

그의 사정을 들은 나는 더 이상 학생에게 ‘그렇게 하지 마’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도서 <마음밭에 서서>에 나온 간음 중에 잡힌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마음이 왜 부정적으로, 절망으로 흘러가는지에 대해, 그리고 마음은 어떻게 변화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삶 속에서 감사할 일에 대해 적어도 보고, 말하기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가 적은 감사 목록에는 ‘이토록 어려울 때 나를 붙들어줄 수 있는 만남이 있어서 감사하다’ ‘오늘 잠을 푹 잘 수 있어서 감사하다’ 등의 이야기가 있었다. 신기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그의 마음에 감사가 조금씩 채워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더 이상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크고 작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마음을 끌어가서 얼마나 큰 어두움과 아픔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최근 코로나 시대를 살며 꿈이나 목표를 잃어버리거나, 자신을 방치하고 무기력하게 지내는 학생들이 많았다. 전공 지식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망적이고 부정한 생각에 사로잡힌 학생들의 마음을 우선 바로잡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에 “마음의 세계”라는 주제로 처음 특강을 진행했다. 책 내용과 앞에 이야기한 학생과 이야기하며 느꼈던 것들을 토대로 강연을 했다.

“우리 마음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 중에는 우리를 불행으로 이끌어 가는 부정적인 생각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흘러가는 이런 생각들을 하나 둘 받아들이다 보면 큰 어두움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도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 생각 하지 말아야지’ 하고 노력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속에 있는 어두운 생각만 마음에 심지 말고, 주변에 있는 밝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마음을 받아들이기 바랍니다.”

특강이 끝난 후, 기대 없이 읽은 소감문은 뜻밖의 놀라움을 주었다. 그동안 대면으로 진행한 상담 시간에서조차 학생들의 마음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부정적인 생각들로 힘들어하고 있었는지, 거기서 벗어나는 법을 알지 못해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었는지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며 내가 행복한 이유보단 불행한 이유를 찾는 데 시간을 허비했고, 스스로 나를 불행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힘든 취업 준비와 지속적인 비대면 강의로 인해 동기 부여가 없었는데 오랜만에 마음에 불을 지피게 되는 너무 유익한 강의였다.”_박○훈

“부정적인 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며 사소한 것 하나하나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주변에 긍정적인 요소가 많아서 뿌듯했다.”_권○욱

“나이도 있고 또래 친구들보다 취업이 늦은 것 같다는 생각,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했는데 강의를 듣고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고 공부할 의지가 더 생긴 것 같다.”_조○연

“대부분의 학생들 마음이 부정적인 생각들로 차 있고, ‘아무것도 아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겠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부정적인 행동들에 대해 대다수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나 또한 그 중에 한 명이다. 이런 좋은 강의가 정말 감사하다.”_김○완

“이 강의로 내 인생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지금 너무 신이 나고 기쁘다.”_김○우

학생들과 만나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전에는 학생들을 늘 모자라고 부족하게만 보았다면, 이젠 ‘마음의 세계를 알고 밝게 변한다면 누구나 행복하고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마인드 특강은 내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올해, 나는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만 전하는 사람이 아닌 지혜로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들의 삶을 아름답게 바꾸는 일을 하고 싶다.

글쓴이 임광균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에서 교통계획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송원대학교 철도경영학과에서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철도학회 논문편집위원, 대한교통학회 이사 외 다양한 공공기관의 자문·심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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