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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수 마인드칼럼] 그를 만나면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박옥수 | 승인 2021.01.04 09:11

우리 사회에 많지 않지만 참된 사랑을 아는 사람이 드문드문있다. 그들은 주위의 차가운 겨울 같은 마음을 포근하고 따뜻하게 만들고, 나아가 모든 사람의 인생을 복되게 만든다.

“여보. 당신, 저금통장 좀 가져와 봐요.”

어느 날, 안 사장이 느닷없이 아내에게 통장 이야기를 꺼냈다.

“왜요? 이 돈은 안 돼요. 왜 우리가 돈을 내야 하는데요?”
“당신은 좀 가만히 있어. 내가 하는 일이니까.”

안 사장은 아내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통장을 들고 나오는 아내, 참 귀하고 고마운 아내다.

“사람이 살다가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어.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해? 우리 회사 일을 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니, 당신은 가만히 있어요. 내가 하는 일이니까.”

싫으면서도 따라주는 아내, 너무나 착했다. 안 사장은 통장을 주머니에 넣고 도장을 찾아 들고 집을 나섰다. 아내의 얼굴을 보고 한 번 웃어 주었다.

커다란 트랜스를 옮기다 일어난 사고

안 사장은 울릉도 사람이다. 그는 학교를 대구에서 다녔다. 공고 전기과를 졸업한 뒤 구미공단에서 작은 전기 설비 회사를 차렸다. 구미공단에 많은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공단은 활기가 넘쳤다. 공장은 동력이 전기이기에, 공장 건물을 짓고 나면 전기 공사가 제일 우선적으로 진행되었다. 안 사장은 직원 3명과 함께 전기공사를 맡아 일했다.

어느 날 공단에 큼직한 회사의 공장이 지어졌고, 운 좋게도 전기 설비를 안 사장 회사가 맡게 되었다. 안 사장도, 직원들도 기뻤다. 그렇게 큰 공장 설비는 처음이었다. ‘이제 우리 회사가 공단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마음도 들지만, 뭐니 뭐니 해도 수입이 많아서 더더욱 좋았다.

공장 건물이 지어지면서 배선도가 그려지고, 이제 설비에 들어간다. 전기 설비에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고압의 전기를 받아들여 전압을 적절하게 낮추어서 내보내는 트랜스를 설치하는 일이다. 트랜스는 종류가 아주 많다. 작은 것은 아주 작지만, 고압의 전기를 낮추어서 내보내는 트랜스는 굉장히 크다. 그런 트랜스는 그냥 옮기는 것이 아니라 운반하는 장비가 필요하다. 안 사장은 트랜스를 어떻게 옮길지 의논하다가 무거운 짐을 옮겨주는 회사가 있어서 그곳에 일을 맡기기로 했다.

그 회사에서 트랜스를 옮기는 날, 큰 트럭에 트랜스를 싣고 와서 크레인으로 옮기는데 그 과정에서 케이블이 약해 트랜스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때 인부 한 사람이 떨어지는 트랜스를 잡으려고 하다가 다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그 인부는 곧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중태였다. 그리고 며칠 후,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일하다가 한 사람이 죽었는데 무거운 짐을 옮겨주는 회사는 영세해서 그 사람의 병원비나 장례비를 지불하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유족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이 사건이 구미공단에서 큰 관심사가 되었다. 공장을 지은 회사는 전기 설비를 안 사장에게 맡겼으니 책임이 없다. 안 사장 회사도 트랜스 옮기는 일을 다른 회사에 맡겼으니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 그런데 트랜스를 옮겨 주는 회사는 죽은 사람 보상은 물론 치료비나 장례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영세한 회사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일이 어떻게 될지 구미공단 사람들에게 이야깃거리가 된 것이다. 사람들이 만나면 이 일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가장이 죽었는데 보상받지 못한다면…’ 생각하니

안 사장이 생각했다. 물론 그는 이 사건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른 체하기에는 너무 지나친 것 같았다. 안 사장은 여러 번 생각했다.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면서 외면한다면 전기 설비를 부탁한 회사나 무거운 짐을 옮겨주는 회사 어디에게도 말이 안 되는 처신 같았다.

물론 트랜스를 옮기는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그 회사는 너무 영세해서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고 일했다. 그러니 병원비나 장례비, 죽은 사람의 보상 등을 모두 책임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안 사장은 생각하고 다시 생각했다. 자신이 빠지고는 이 일이 해결될 수 없었다. 자기가 죽었다고 가정하면, ‘비록 그 인부가 실수는 했지만 가장이 죽었는데 보상받지 못한다면…’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

안 사장에게는 그때까지 아내와 같이 모은 돈이 있었다. 그 돈은 정말 쓰기 싫었다. 아내를 생각했다. 아내가 정말 알뜰하게 살아서 외식 한 번 안 하고 모은 돈이었다. 그러나 안 사장은 그 일이 자신의 실수라고 생각하니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안 사장은 직원을 시켜서 병원비와 장례비를 지불했다. 그리고 죽은 분의 보상도 많지는 않지만 적절하게 해주었다. 죽은 분의 가족도 만나서 위로해주고 돌아왔다. 그리고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돈은 또 벌면 돼. 이런 일은 하나님도 기뻐하실 것 같아. 하나님이 또 도우실 거야. 이제 이 일로 우리는 더 부자가 될 거야. 다음에는 우리도 아이들 데리고 한 번 외식하러 가자고.”

아내는 섭섭해 하면서도 웃어 주었다. 어느 때보다 아내가 예뻐 보였다. 아내가 무척 사랑스러웠다. 그런 착한 아내와 사는 것이 행복했다.

마음의 따뜻함을 숫자로 표시할 수 있다면

순식간에 이 이야기가 구미공단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안 사장, 그 사람 키는 작아도 큰 사람이야.”
“우리 같으면 그렇게 하겠어? 나는 절대로 그렇게 못 해.”
“그 사람 예수 믿는 사람이라며?”
“예수 믿는 사람이라고 다 그런 것 아니야. 어떤 사람은 예수 믿는다면서 욕심은 더 많아.”

전기 설비를 맡긴 회사의 직원들도 모두 고맙다고 했다. 그 일이 구미공단을 따뜻하게 했다.

그리고 사업하는 사람들이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IMF 사태가 터졌다. 정말 젊고 똑똑하고 장래가 유망한 이 나라의 다음 일꾼들이 IMF를 당해 쓰라린 고통을 겪었다. 그 중에 몇몇은 삶을 포기했다. 누가 사랑스러운 아내를 과부로 만들고 싶겠는가. 누가 예쁘디예쁜 자식들을 고아로 만들고 싶었을까. 참다 참다 못해 고통을 이길 수 없어서 먼저 다음 세상을 택한 것이다.

구미공단이 IMF로 차가워지기 시작할 즈음, 안 사장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따뜻함이 그들의 마음을 녹여주었다.

“안 사장 그 사람은 책임감이 커. 그 사람에게 설비를 맡기면 어떤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다해. 해결해 줘.”

모든 사람들 마음에 이렇게 새겨졌다.

새롭게 공장이 생길 때마다 모두 안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 덕분에 IMF 때에도 안 사장 회사는 바빴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서 그때 안 사장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따뜻함이 떠나지 않는다.

마음의 온도를 잴 수 있다면, 마음의 따뜻함을 숫자로 표시할 수 있다면, 안 사장으로 인한 따뜻함이 구미공단에서 매서운 추위도 단단한 얼음도 녹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안 사장도 젊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런 사람이 드문드문 있어서 주위를 따뜻하게 한다면

돈 몇 푼 때문에 남을 헐뜯어야 하고 얼굴을 붉히고 미워해야 하는 사람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와서 만물이 얼어붙고 차가운 것처럼, 이런 차디찬 세상에서 안사장과 그 가족, 그리고 회사 직원들, 또 안 사장과 가까운 거래처 사람들, 그들은 마음이 늘 따뜻해진다.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나도 차가울 때가 있고, 나도 화를 낼 때가 있다. 그런데 안 사장을 만나면, 그와 이야기하면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예수님이 많은 사람들 마음에 평안을 주고 따뜻함을 준 것처럼 그 사람이 참된 예수님의 제자고 참된 사랑을 아는 사람이다. 우리 사회에 많지 않지만 이런 사람이 드문드문 있어서 주위를 따뜻하게 한다면, 차가운 겨울 같은 마음을 포근하고 따뜻하게 해준다면 모든 사람의 인생이 훨씬 복될 줄 안다.

지금도 안 사장은 손에 장갑을 끼고 전선을 잡으면서 공장의 모든 기계에 전기가 흐르게 해서 기계가 돌아가게 하듯, 공단의 모든 사람의 마음도 따뜻하고 기쁘게 돌아가게 하고 있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권위자이다. 그는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 곧 성경에서 찾은 마음의 세계를 젊은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소명이라 생각한다. 마인드북 시리즈로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를 비롯해총 5권을 집필했으며, 최근에는 <마인드교육 교사를 위한 전문가 과정>을 출간했다.

박옥수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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