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로우 말하기대회 1등상

코로나19로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투머로우 말하기대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울산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이번 투머로우 말하기 대회는 투머로우 교양지 9,10월 호를 읽고 ‘나의 꿈’, ‘내가 존경하는 인물’, ‘잡지 내용 중 인상 깊은 부분’을 비롯해 ‘어려웠던 때를 극복한 경험’ 등의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중·고등부에서는 김미현(울산생활고 2) 학생이 ‘좌절하지 않으려면 마음을 일으켜 세우라’라는 제목으로 대상인 울산시 교육감상을 받았으며, 대학부에서는 장은철(울산과학대 1) 학생이 ‘작은 빛’이라는 발표로 대상인 국회의원상을 수상했다. 투머로우는 앞으로도 각 지역에서 열리는 투머로우 말하기대회 소식을 전하고, 수상자들의 원고를 게재하려고 한다. 이번 호에는 대학부에서 대상, 1등상, 2등상을 수상한 원고를 소개한다.

형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여 집을 떠나기 전날, 우리 가족은 모두 거실에 모여 잠을 청했습니다. 당분간은 가족 모두가 모이는 것이 어려울 것이기에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기로 했던 것입니다. 밤은 고요했지만 저는 그날 혼자 흐느끼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기억합니다.

제가 군에 입대하는 날, 아버지는 담담히 잘 다녀오라 하시며 환하게 웃음 지으셨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불교 신자인 아버지께서는 제가 전역하는 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새벽 부처님께 108배를 올리며 저의 안녕을 위해 기도하셨다는 사실을….

몇 년 전 추석 연휴를 부모님 댁에서 보내고 연휴 마지막 날 서울로 올라오는 KTX 열차에 막 오르려고 할 때였습니다. 저 멀리 철로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저를 내려다보시며 손을 흔드는 부모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를 역까지 데려다주시고 집으로 가신 것으로 생각했는데 열차가 출발할 때까지 저를 내려다보고 계셨습니다.

유난히 정이 많고 자식을 끔찍이도 생각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부유하지는 않지만, 사랑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부모님 품을 떠나게 되었지만, 부모님을 생각할 때면 매번 떠오르는 잊히지 않는 몇 가지 장면들입니다. 부모님은 항상 저의 편이셨고 든든한 지원군이셨습니다. 여전히 저에게 부모님은,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을 목표로 공략하는 등반가들이 모진 악천후에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도 돌아가 다음 기회를 도모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와 같은 마음의 안식처입니다.

작년 12월 중순, 친구와 저녁 식사 중에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집안 행사로 지방에서 평택으로 잠시 올라가신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어서 가보는 게 좋겠다는 전화였습니다. 항상 건강한 모습만 봐왔던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다니 믿기지 않았지만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큰일은 아니고 심한 독감으로 열이 나고 기력이 떨어져 잠시 정신을 잃은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행히 일주일 만에 퇴원하셨지만 그때 처음으로 부모님이 더 이상 저를 보살펴 주는 존재가 아니라 제가 이제 부모님을 보살펴 드릴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삼 부모님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투머로우 10월 호에 소개된 <아버지의 암호 :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를 읽으면서 생각한 여러 단상들 때문입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자식을 자랑으로 여기며,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주는 게 싫어 자식과 함께 살면서도 식사와 빨래를 당신 방안에서 혼자 해결하셨습니다. 친척이나 친구 분들을 만날 때면 서울에서 자리 잡고 잘 살아가고 있는 두 형제를 자랑삼아 말씀하시던 모습이나 바쁜 시간에 전화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방해가 될까 전화도 마음대로 못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이 아버지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부모님은 당신을 몇 번이라고 생각하실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내심은 앞번호가 되고 싶지만,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세라 당신 스스로 뒷번호를 선택하시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우리 부모님의 암호는 몇 번일까요? 우리 모두 내일 아침에는 학교나 일터로 가기 전에 부모님께 암호 쪽지를 남겨두고 집을 나서 보는 것은 어떨까요? “1번님 잘 계세요. 2번은 잘 다녀오겠습니다.”

글=문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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