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로우 말하기대회 대상

코로나19로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투머로우 말하기대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울산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이번 투머로우 말하기 대회는 투머로우 교양지 9,10월 호를 읽고 ‘나의 꿈’, ‘내가 존경하는 인물’, ‘잡지 내용 중 인상 깊은 부분’을 비롯해 ‘어려웠던 때를 극복한 경험’ 등의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중·고등부에서는 김미현(울산생활고 2) 학생이 ‘좌절하지 않으려면 마음을 일으켜 세우라’라는 제목으로 대상인 울산시 교육감상을 받았으며, 대학부에서는 장은철(울산과학대 1) 학생이 ‘작은 빛’이라는 발표로 대상인 국회의원상을 수상했다. 투머로우는 앞으로도 각 지역에서 열리는 투머로우 말하기대회 소식을 전하고, 수상자들의 원고를 게재하려고 한다. 이번 호에는 대학부에서 대상, 1등상, 2등상을 수상한 원고를 소개한다.

투머로우 9월 호 중에서 “마음을 비추는 빛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생명을 살리는 희망, 약속, 신뢰, 사랑의 한 마디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우리 마음속 어두움을 환히 밝혀줄 한 마디가 가장 절실한 때가 아닌가.”라는 대목을 읽으면서 잠시 잊고 지냈던, 하지만 제겐 소중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제 동생이었습니다.

저는 동생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사이가 아주 나빴습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제 질투심 때문이었습니다. 동생은 누가 봐도 잘생겼고 성격도 쾌활하고 게다가 머리도 좋아서 저도 동생의 남다른 생각에 감탄할 때가 참 많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주변 사람들도 항상 동생을 예뻐했고 무엇이든 동생이 먼저였습니다. 심지어는 부모님도 저보다는 동생을 더 사랑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질투심에 눈이 멀어 동생에게 아무 이유 없이 못되게 굴었습니다. 별것도 아닌 이유로 시비를 걸고 싸움을 만들고 동생을 다치게도 많이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동생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너무 통쾌했습니다. 중학생이 될 때까지도 그렇게 동생과의 사이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 캠프를 마치고 둘이서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동생은 빨리 가고 싶다며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트럭이 달려나와 동생이 차에 치였습니다. 동생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습니다. 저는 ‘이게 무슨 상황이지?’ 꿈인가 싶었습니다.

동생은 “형, 도와줘.”라고 말하며 제 앞으로 기어와 제 다리를 붙잡았습니다. 저는 동생의 다친 다리를 보았습니다. 거의 다 타버린 신발 속으로 동생의 다리뼈와 피가 흐르는 근육들이 보였습니다. 동생은 울고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저도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놀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저 대신에 주변 사람이 전화해주어 동생은 급히 응급실로 이송됐습니다.

며칠 뒤에 엄마에게서 동생은 석 달 정도 입원할 것이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저는 그러든 말든 친구들하고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전화로 말하기를, 동생이 저를 너무 보고싶어 한다며 지금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가기 싫었지만 엄마의 부탁이니 어쩔 수 없이 갔습니다. 동생의 병실로 들어선 저는 또 화가 났습니다. 동생이 저를 반기기는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그럼 그렇지, 나를 보고 싶어하기는 개뿔. 괜히 왔네.’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15분만 있다가 화가 나서 뛰쳐나왔습니다. 그렇게 병원 밖을 나서려고 하는 순간, 휴대폰으로 메시지 한 통이 왔습니다. [형, 사랑해] 동생이었습니다. 저는 걸음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 문자를 읽고 처음으로 동생에게 미안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동생과 저의 마음이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항상 동생에게 이유 없이 못되게 굴었지만 동생은 저를 이유 없이 사랑해주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동생이 해외로 유학을 가 있습니다. 서로 바빠 연락이 안 되다가 문득 문득 생각날 때, 동생이 그렇게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건 유명한 격언이 아닌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진심 한마디가 아닐까’ 동생의 사랑한다는 한마디가 어두운 제 마음에 들어와, 그렇게 저는 가족을 먼저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났습니다. 한마디로 제 동생은, 부모님에게는 자식이고 선생님에게는 제자이고 의사에게는 환자이지만 저에게는 작은 빛이었던 셈이지요.

글=장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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