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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지혜로운 선택
박옥수 | 승인 2020.11.30 19:37

출소를 앞둔 재소자가 있었다. 그는 다시 죄를 짓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도 평생 교도소에서 지낼 것 같아 불안했다. 과연, 그는 어떤 길을 찾았을까?

세상에는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것이 많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 ‘이제 술을 그만 마셔야겠다’ 생각하고 안 마시려 해도 또 술을 마시고, 또 마시게 된다. 아무리 술을 안 마시려고 해도 안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 술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그렇다. 마약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마약에서 벗어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어 결국 중독자가 되고, 그로 인해 인생을 망치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낯선 사람으로부터의 편지

내가 아는 한 사람은 살인죄에 연루되어 교도소에서 16년을 살았다. 지금부터 이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어느 날 낯선 사람이 보낸 편지를 받았다. 교도소에서 온 편지였다. “존경하는 목사님 귀하…”라고 시작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편지를 쓴 김기성이라는 사람은 교도소에서 16년을 보내고, 3개월 뒤면 형기刑期를 다 채워 출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고향에 계신 아버지께 편지를 드렸다.

“불효자식이 평생 아버지께 걱정만 끼치고, 16년을 교도소에서 지냈습니다. 이제 3개월이 지나면 교도소 생활을 마치고 나갑니다. 그때 불효자식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드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는 다시 친구들에게 “야, 3개월만 지나면 자유의 몸이 된다. 그때 만나서 한 잔 하자.”라고 편지를 썼다. 그런데 문득 친구들을 만나 술을 한 잔 하고 기분이 좋으면 분명히 또 사고를 쳐서 교도소에 다시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도소에 처음 들어왔던 때를 생각해 보니, 출소해서 친구들과 어울리면 다시 그때처럼 살게 되고 그러면 교도소에 다시 들어올 것이 틀림없었다.

누군가 나를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교도소에는 종교반이 있다. 주로 불교, 가톨릭, 기독교반이 있고, 각 반마다 지도자가 있다. 교도소에 있는 종교반 지도자들은 정말 경건하게 산다.

말도 공손하고 성격도 차분하다. 그들이 교도소 안에서 생활하는 것을 보면 성인聖人에 가까워서, ‘저런 사람이 어떻게 교도소에서 들어왔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그들이 교도소에 수감되어 지내다가 형기를 다 채우고 교도소를 떠나면서 모두 한결같이 “나는 이제 손 씻었어. 교도소에 다시 안와.”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교도소에서는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고, 다른 죄를 지을 수도 없다. 그렇게 10년이나 15년을 지내면 자신이 정말 변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다시는 교도소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그렇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나가면 대부분 다시 교도소에 들어온다. 분명히 십수년 동안 죄를 지은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말이다. 다시는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며 출소했던 사람들이 교도소에 다시 들어오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던 그는 사람은 출소를 3개월 앞두고 생각이 깊어졌다. 그는 마음으로 먼저 교도소 밖에 나가보았다. 고향으로 가서 아버지를 뵙고 큰절을 드리고 난 뒤 친구들을 만난다. 반갑다고 친구들과 술을 한 잔 하며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들뜬다. 그러면 자신이 분명히 또 죄를 짓고 다시 교도소에 들어올 것 같았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마음이 굉장히 서글펐다.

‘내가 이 교도소에 다시 안 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에게는 평생 교도소에서의 삶이 계속될 것 같았다. 별별 생각을 다 했지만 결과는 ‘나는 안 돼! 내 힘으로는 도저히 안 돼!’였다. 그러다가 ‘누군가 나를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누군가 나를 붙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혼자 발버둥치는 것보다 낫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기 주위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아버지 외에는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자기를 잡아줄 수 없었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 지금까지 그랬으니 말이다.

이 책을 줄 테니 읽어봐

문득 얼마 전에 읽은 책이 생각났다. 언젠가 교도소에서 자기는 죄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재소자들은 모두 그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의 삶은 사람들과 확연히 달랐다. 김기성이 그에게 물었다. 죄가 없는데 왜 교도소에 왔느냐고.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자기는 누구보다 죄가 많은 사람인데 죄를 다 씻었다고.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이 아주 평안해 보였다. 그를 지켜보면, 그는 정말 마음이 평안해 보였다. 그는 교도소에서 혼자였고, 종종 성경을 읽고 있었다.

김기성은 자신도 그 사람처럼 죄를 씻고 싶었다. 그때까지 그는 교도소에서 사람들에게 늘 큰소리를 쳤다.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 안 죽어! 나 하나 죽으면 그만이야!” 그런데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길때면,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의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고통스러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해결할 방법이 전혀 없었기에 그냥 “나 하나 죽으면 그만이야!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 안 죽어!”라고 큰소리를 치며 지냈다.

그런데 죄를 씻었다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평온해 보였다. ‘나도 저 사람처럼 죄를 씻고 싶다. 나도 저런 평안을 얻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냇물은 내를 따라서 잔잔히 흘러간다. 그러다가 폭포를 만나면 아래로 강하게 끌려간다. 아무리 돌아서려고 해도 돌아설 수 없어서 그냥 폭포로 떨어진다. 김기성의 마음이 마치 내를 따라 흘러가다가 폭포로 떨어지는 물처럼 죄를 씻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혀 끌려갔다.

그 사람에게 찾아가 어떻게 죄를 씻는지 물었고, 그 사람이 죄를 씻는 길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한국말인데 다른 말을 듣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다시 말해봐.”

그 사람이 좀 더 차분히 다시 이야기했다. 그런데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자기는 세상을 알고 나름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말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교회에 다녔거나 신앙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꼭 외국어를 듣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그의 궁금증은 더해갔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상대가 못 알아들으니 답답했다. 교회나 신앙에 대해서는 담을 쌓고 죄만 지으며 살던 사람이 예수님이나 성경 이야기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 사람이 답답해하다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책을 한 권 주었다. “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네. 이 책을 줄 테니 읽어봐. 그리고 책은 나한테 다시 돌려줘야 돼.” 하면서 책을 건넸다. 제목이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이해가 안 되었는데 책 내용은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다. 다른 재소자들은 모두 잠자리에 들었지만 김기성은 책을 놓을 수 없었다. 그 내용이 너무나 신기했다. 한 장 두장 읽어가는 동안 조금씩 이해가 갔다. 밤 11시쯤 되어 어떤 대목이 이해가 되지 않아 그 사람을 깨웠다.

“미안해. 이것 좀 가르쳐 줘.” 그가 자다가 깨어 싫다 하지 않고 설명해 주었다. 고마웠다. 그 후로도두 번 더 그를 깨웠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책을 보면 막혔던 내용이 이해가 되었다.

자정이 지나 새벽 3시가 되었다. 먼동이 막 터오는 이른 새벽, 책을 읽던 그에게 죄가 씻어졌다는 마음이 들었다. 평안이 찾아왔다. ‘예수님이 내 죄를 위해서나 대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구나….’ 그때부터 이유는 모르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평안했다. ‘이게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이라는 것인가?’

제가 가면 받아주시겠습니까?

세월이 흘렀다. 김기성은 어느덧 출소를 3개월 앞두고, 자신이 교도소에 다시 들어올 것 같아서 두려웠다. 그래서 생각했다.

‘나 혼자서는 안 돼. 누군가 나를 이끌어줄 멘토가 필요해.’

그렇게 고민하다가 전에 읽은 책이 떠올랐고, 저자인 목사님이 생각났다. 책에서 그 목사님이 있는 교회를 알아내 편지를 썼다.

“저는 살인죄에 연루되어 16년 동안 교도소에서 생활했습니다. 제가 3개월 후면 출소하는데 출소하면 다시 죄에 빠질 것 같아서 목사님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제가 가면 받아주시겠습니까?”

내가 오라고 했다. 그는 16년 만에 교도소에서 나와 나를 찾아왔다. 나는 그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교회에 빈방이 있어서 거기 거하라고 했다. 그는 우리 집 식구가 되었다.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고, 그는 정말 기뻐하고 행복해했다.

‘출소하고 3개월이 지났는데 내가 아직 교도소에 안 갔다.’

‘벌써 6개월이 지났어. 여기가 교도소 아니지? 여기는 교회야.’

‘9개월이 지났어. 내가 지금까지 교도소에 안 간것은 기적이야.’

그는 매일 자신이 아직도 교도소에 가지 않았다는 기쁨에 젖어 지냈고, 그 기쁨이 그의 삶을 한없이 행복하게 만들었다. 교회의 청소를 도맡아 하면서도 그는 여태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행복에 젖어 살았다.

케냐의 교도소들은 더 이상 교도소가 아니다

1년이 지나, 나는 그에게 신학교에 지원하라고 권했다. 그리고 신학교를 마치는 날 그는 우리 교회의 아름다운 처녀 자매와 결혼했다. 가족들이 너무나 기뻐했다. 그는 목회를 시작했고, 세월이 흘러 목사가 되었다. 그는 특별히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한번은 그가 한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케냐의 교회에 집회 강사로 갔다. 그때 케냐의 어느 교도소에 가서 재소자들에게 강연을 했고, 재소자들에게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 후 그는 케냐의 교도소 안에 신학교를 세워 재소자들에게 성경을 가르쳤고, 무기수 재소자들 가운데 4명이 목사 안수를 받았다.

케냐의 ‘카미티 중범자 교도소’에서 열린 제1회 신학교 졸업식(오른쪽이 김기성 목사)

그는 케냐의 재소자들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해 교도소마다 신학교를 세웠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교도소를 직접 방문하는 것이 어려워진 후에는, 기업의 후원을 받아 교도소마다 텔레비전을 설치해서 재소자들이 텔레비전으로 영상을 보며 성경을 배울 수 있게 했다.

케냐의 교도소들은 더 이상 교도소가 아니다. 교도소 안에서 구타가 사라지고, 범죄가 사라졌다. 이 사실이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에게 보고되어, 대통령께서 김기성 목사를 불러서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도소의 변화에 대해 기뻐하며 앞으로도 계속 활동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최근에는 케냐 정부에서 공무원들도 이 교육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해, 요즘 그는 이 일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참된 믿음, 평안한 마음에서 평안한 열매가 맺힌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권위자이다. 그는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 곧 성경에서 찾은 마음의 세계를 젊은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소명이라 생각한다. 마인드북 시리즈로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를 비롯해 총 5권을 집필했으며, 최근에는 <마인드교육 교사를 위한 전문가 과정>을 출간했다.

박옥수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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