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봉사를 떠나올 때 나는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해야지!’ ‘행복하게 즐겁게 지내야지’라는 생각으로 가슴이 벅차 있었다. 하지만 막상 짐바브웨에서 생활을 시작하자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을 마주해야 했다. 그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인간관계였다. 한국에서 가장 골치 아파했던 문제가 짐바브웨에서도 여전히 날 괴롭혔다. 짐바브웨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인 해외봉사자도 와서 같이 지냈는데,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리’라는 중국인 언니와 계속 부딪혔다.

언니는 나와 성격이 전혀 달랐다. 언니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꼭 하는 반면, 나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실수를 몇 번이나 하는 거야?” “너는 왜 안 해?” 함께 식사 준비를 하거나 청소할 때 언니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을 할퀴었다.

쉽게 화를 내고 말을 툭툭 던지는 언니가 미웠지만, 싸우기 싫어서 겉으로 괜찮은 척했다. 나의 해외봉사 일 년을 그 언니 때문에 망칠 수 없었다. 그래서 다투고 나면 내가 먼저 언니한테 다가가 화해를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아주 밝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데 미운 마음 때문에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느낀 나는 결국 지부장님께 SOS를 보냈다.

짐바브웨에서 봉사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중국인 체리 씨(왼쪽)와 김미래 씨.
짐바브웨에서 봉사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중국인 체리 씨(왼쪽)와 김미래 씨.

“미래야, 네가 문제만 풀려고 하잖아. 평화롭게 살려고…. 그런데 네가 여전히 ‘체리 언니와 나는 달라. 언니는 잘 지내기 어려운 사람이야’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서로 마음이 흐르지 않고, 같은 상황만 계속 반복되는 거야. 두 사람의 다른 점보다 더 큰 무언가가 있으면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 서로 다르지만 너희 둘 다 이곳에서 봉사하고 싶고, 서로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면 ‘다름’은 문제되지 않아.

정말 친구가 되고 싶다면, 눈앞에 일어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야기하는 것 말고, 지금껏네가 고민했던 것들을 그대로 솔직하게 대화해 보면 어떨까?”

그날 나는 용기를 내어 언니에게 그동안 속으로만 끙끙 앓았던 것들을 꺼냈다.

“언니, 사실 나는 마음이 매우 약해. 언니는 그냥 툭 내뱉는 말일지 몰라도, 나는 언니의 말투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 그래서 언니를 많이 찾아가서 얘기도 했잖아. 나는 항상 불편한 관계를 풀어보려고만 했지, 진짜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말한 적은 없더라고.”

그러자 체리 언니가 말했다.

“미래야, 네가 그렇게 상처를 받은 줄 몰랐네. 심하게 말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미안하다. 나도 쉽게 화를 내는 다혈질인 성격과 모난 말투를 가지고 있어서, 고치려고 해도 잘 안 되네. 이런 점 때문에 나도 친구를 사귀는 게 무척 어려워. 먼저 다가가는 것도 못하고. 그런데 네가 먼저 다가와 줘서 고마워.”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비로소 알았다. ‘언니가 내게 말을 걸기 싫어서, 내가 미워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몰랐던 거였구나.’ 그렇게 서로 대화를 하면서 쌓였던 오해들이 풀리고 마음이 많이 가까워졌다. 물론 그 후에도 싸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다툼이 있고 부딪힘이 있었지만, 나는 언니를 이해했고 언니도 나를 이해했다. 어떤 날은 내가 먼저 사과하고 어느 날은 언니가 먼저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세상의 사람들은 다양하다. 나와 성격이 잘 맞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짐바브웨에 오기 전에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는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런데 체리 언니를 만나면서 ‘이렇게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구나!’를 알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나는 다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 그때도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이나 부딪힘은 계속될 것이다. 그때 중요한 건, 서로 다른 성격을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가?’이다. 나와 너무나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된 지금, 나는 정말 행복하다. 체리 언니, 고마워요!

글=김미래(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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