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웅렬 화백
▲ 최웅렬 화백
시인이자 구족화가인 최웅렬 화백은 발가락으로 그림을 그린다. 어머니 배속에서 칠삭둥이로 태어나고 생후 7개월에 찾아온 병 때문에 두 손을 못 쓰게 되었다.
일찍 부모를 여의신 아버지와 면장의 큰딸로 남부러울 것이 없이 자라신 어머니 사이에서 3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다. 부모님은 아들에 병을 고쳐 보려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알면서도 속아가며 많은 돈을 쓰셨지만 고칠 수 없었다.

 

어린 시절 그의 기도 제목은 장애의 멍에를 벗는 것뿐이었다. 훗날 내 개인전에 오신 초등학교 스승님께선 “어렸을 당시 넌 나에게 하나님은 내 기도를 왜 안 들어 주지요?라고 묻곤 했지.”라고 말씀하시며 그때를 회상하셨을 정도다. 그는 그의 몸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 때 그 속에서 끌어 오르는 미움, 분노는 자신을 너무 힘들게 했다. 낙심 속에 찾아온 사춘기의 거센 비바람은 길을 가다말고 가로수에 기대어 한참을 흐느껴 울기도 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그렇게 하염없이 울었다고 한다.

그 후에 그는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지만 수없이 코피 터져가며 그림과 학문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잊을 수 있었고 점차 발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으며 젊은 나이에 한시를 짓는다는 것으로 방송사나 신문사 잡지사에 많이 출현 하였다.

그러던 29살 그 해. 그에게도 마음 속 깊이 잊을 수 없는 사랑이 찾아왔다. 그 당시 그녀는 사랑에 실패한 처녀였다. 초승달 같은 눈썹을 가진 아리따운 얼굴에 마음씨도 고운 사람이었다. 그녀 때문에 깊고 깊은 그리움에 밥도 못 먹고 잠도 못자며 끙끙 앓기도 했고, 매일 그녀를 생각하며 시를 써서 40편의 시와 40송이의 자주 빛 장미꽃과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 아가씨를 얻고 싶은 강한 마음은 노도와 같이 일렁거렸다. 그러나 얻고 싶은 그 강한 마음은 오히려 그녀를 얻지 못하게 했다.
이런 그를 안타까워하시는 분이 계셨다. 바로 그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이셨다. 이런 그를 보시며 말씀하시길 “달을 담으려면 잔잔해야 한다. 얻으려는 건 잔잔한 게 아니며 호수가 잔잔하면 달이 담겨지듯이, 상대는 누군가의 가슴에서 쉬고 싶은데 일렁이는 가슴에선 쉴 수가 없었다.”라고 말씀하셨다. 마음이 아팠지만 결국 헤어졌고, 그 도시가 싫어 떠나길 결심했다. 아직도 그때 스승님의 가르침과 그 사람이 그의 마음에 남아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어머니가 있지만 그에게도 지혜로 길러주신 어머니가 있다. 그가 칭찬만 듣고 좋아하면 그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칭찬만 그대로 듣지 마, 네가 진짜 잘해서 칭찬 해주는 게 아니야, 장애인이니까, 정상이 아니니까 봐주는 거야.”라고 하셨다. 칭찬만 듣고 있었다면 발전이 없고 멈춰 있을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의 인생전환점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신앙이다.
어린 시절 병신이라는 놀림을 받으면 그 말에 올라오는 미움으로 주체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자신의 시각이 아닌 상대방의 시각으로 자신의 모습을 본다고 한다.
“나라는 집과 상대방이라는 집이 있어요. 내 키를 가지고 상대방에 마음에 문을 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내 속에 들어와 주거나 상대의 키가 내손에 있으면 열 수 있습니다.
내 키로 상대에 문을 열려고 하니까 힘든 거지요. 키워드는 그거에요. 내게 있지 않고, 상대에 마음으로 보는 것. 내 눈이 아니라, 그 사람에 눈으로 보는 것. 이것이 필요 한 거에요.“

▲ 작품 앞에서
▲ 작품 앞에서

















얼마 전 최웅령 화백은 친하게 지내시는 어떤 분과 차를 타고 가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웅렬이 형 병신 된 게 너무 행복하지.”
“맞아, 너무 감사해, 이런 몸이 아니었다면 몸은 비록 자유할지 몰라도 마음에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갖지 못했을 거야.”

그의 인생 여정 속에 묻어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쳐가는 눈물도 보았다. 그를 통해 들려지는 말을 들으면서 내 마음을 비춰보고 찌기같이 떠다니던 마음들도 정리되는걸 보았다.

요즘 몸은 건강하지만, 마음이 건강하지 못해 인생을 고통스럽게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비록 몸은 불편하고 자유롭지 못하지만 마음의 자유를 마음껏 표현한 입과 발로 그린 그림을 대하다 보면 그림으로 표현된 최화백의 비어진 마음, 어디에도 매여 있지 않은 자유로운 마음,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나에게도 스며들어 오는 걸 느낀다. 마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건강한 산소 같은 신선한 마음이 그의 그림에 묻어난다. 그의 그림을 감상 할 때면 고통에 매여 있는 마음까지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마법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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