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행정제재, 형사처벌에 민사처벌까지’ 3중 처벌 우려

전국경제인연합회(상근부회장 권태신, 이하 전경련)는 정부가 9월 입법 예고한 상법 개정안의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 및 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해 반대 의견을 10월 12일(월) 정부에 제출했다.

전경련은 정부 입법예고안이 통과될 경우 30대 그룹을 기준으로 소송비용이 최대 10조원(징벌적손해배상 8.3조원, 집단소송 1.7조원)까지 추가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현행 소송비용 추정액 1.65조원보다 6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거리 산업 투자에 쓰일 돈이 소송 방어비용에 낭비되는 것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취지가 피해자를 효율적으로 구제하는데 있지만, 미국 사례가 보여주듯 실제로는 소송 대리인을 맡은 변호사가 막대한 이익을 얻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은 소송 남발도 우려하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현행 증권집단소송에서는 남소 방지를 위해 ‘3년간 3건 이상 관여 경력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정부의 집단소송법 입법예고안은 이 제한규정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변호사가 제한 없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결과, 전문 브로커가 소송을 부추기거나 기획소송을 통해 소송을 남발한 여지가 생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집단소송 참가비용이 낮고 패소로 인한 부담도 적은 것도 남소의 원인이 될 것으로 봤다. 특히 징벌적손해배상은 실제 손해액보다 최대 5배에 달하는 배상액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소송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보고 있으며, 소송 망국론이 제기되는 미국처럼 기획 소송 남발로 선의의 기업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경련은 이번 정부 입법예고안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기업들이 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다. 막대한 소송비용은 물론, 기존 행정제재, 형사처벌에 더해 민사적 처벌까지 ‘3중 처벌’에 시달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소송 대응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 기업들이 입을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경련은 법체계적으로도 영미법계와 대륙법계 처벌방식이 혼용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 영국과 같은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민사적 구제를 중시하기 때문에 과징금, 과태료와 같은 행정처벌이나 형사처벌은 적은 반면, 집단소송이나 징벌적손해배상 제도로 구제를 한다. 영국은 남소를 우려해 위해 공정거래 분야만 집단소송을 도입하고 있다. 일본, 독일, 프랑스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행정처벌과 형사처벌이 중심이기 때문에 집단소송이나 징벌적손해배상 제도가 없다. 만일, 대륙법계 국가인 우리나라가 영미법 제도인 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을 도입한다면 유례가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 과잉처벌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G5 국가 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현황 비교(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
G5 국가 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현황 비교(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 관계자는 “지금 가장 시급한 정책 우선순위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라면서, “정부 입법예고안처럼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제도를 성급히 도입할 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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