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③ 글로벌 키즈캠프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중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져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무 계획 없이 한국에 오다 보니 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밖을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상황이라 처음엔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시청으로 보냈다. 오랜만에 만난 여유로운 시간에 몸은 편하고 재미있었지만, 며칠 가지 못했다. 삶이 점점 나태해졌다.

때마침 나와 비슷한 사정으로 귀국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미국에서 가졌던 캠프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미국에선 자주 코리안 캠프를 열어. 한국어도 가르치고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건데, 얼마 전에 가진 온라인 코리안 캠프에 테프Teff라는 여학생이 참석했어.

화면에서 봤을 땐 그 친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전혀 몰랐는데, 수업을 하면서 이야기하다 보니 테프가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방황하며 지냈다는 걸 알게 됐어.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을 만나거나 밖에 나갈 수 없게 되니까 혼자라는 생각에 우울증이 더 심해졌다고 하더라.

그런데 코리안 캠프에 참석하면서 친구들도 사귀고 계속 이야기하면서 ‘내가 혼자가 아니었는데 항상 혼자라고 생각했었다’고 하는 거야. 지금은 캠프 진행도 맡으면서 굉장히 건강해졌어. 우리는 다 영어도 할 수 있고 한글도 가르칠 수 있는데, 한국에 있으면서 캠프 같은 거 진행해 보자. 우리도, 우리를 만나는 사람들도 분명 행복해질 거야.”

이야기를 듣던 친구들이 모두 공감해 함께 캠프를 진행하기로 했다. 내가 비슷한 캠프를 해본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팀장을 맡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벼운 마음이었다. 캠프를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홍보하고 스케줄을 짜보니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40개국에서 2만 명의 어린이들이 캠프에 접수한 것을 보고 긴장이 되었다.

우리는 매일 토론하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온라인 진행은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라, 준비하면서 촬영이나 편집을 하나씩 공부해 나갔다. 게다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한국어 자료를 만들고 통번역을 하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캠프가 시작되고 이틀이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총 3만 명의 학생을 만났다. 3주 동안 매일 새벽까지 준비하면서 몸은 고되고 피곤했지만, 우리가 준비한 프로그램들에 너무 재밌게 참여해주는 학생들을 보니 정말 기뻤다.

온라인 키즈 캠프를 진행한 대학생들과 도와주신 선생님들. 방학을 맞아 뜻깊고 재미있는 추억을 쌓을 수 있어 행복했다고 한다.
온라인 키즈 캠프를 진행한 대학생들과 도와주신 선생님들. 방학을 맞아 뜻깊고 재미있는 추억을 쌓을 수 있어 행복했다고 한다.

 
마지막 프로그램이 끝나고, 아이들이 밝게 웃으면서 “고맙습니다” “안녕”이라고 한글로 쓴 팻말을 흔들며 인사해 주었다. 무엇보다 학교에 가지 않으면 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아이들이 캠프로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피곤이 다 사라지고 앞으로 우리가 그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방학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던 우리가 누군가에게 소중한 시간을 선물할 수 있어서 참 기쁘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생각지도 못할 시간이었고, 이 캠프를 계기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더 많은 아이들이 캠프에 참석해 친구들과 함께하는 기쁨과 배움의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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