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② 글로벌 키즈캠프

3살 때부터 중국 상해에서 살았던 나는 3년 전에 홍콩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홍콩에서 프랑스, 스웨덴, 인도,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유학 온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 나를 보면 항상 “한국은 어떤 곳이야?” “한국어로 이건 뭐야?” 등등을 물었다. K-pop과 한국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났지만, 한국에서 산 시간이 길지 않은 나는 그런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몰라 얼버무리고 피할 때가 많았다.

코로나 사태로 한국에 들어오니 친구들이 ‘글로벌 키즈 캠프’를 같이 하자고 했다. 난 한글을 가르쳐본 적도 없고,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던 게 아니어서 ‘내가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캠프를 함께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매일 아침부터 새벽까지 일을 해야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사람을 거의 못 만나던 때와 비교하면 하루가 훨씬 다채롭고 생기가 돌았다.

 
글로벌 키즈 캠프 외에 영어 캠프도 동시에 준비하면서 수업 영상을 촬영하고 있을 때였다. 키즈 캠프의 진행을 맡은 친구가 찾아와서 갑자기 나에게 사회를 보라고 했다. 분명히 다른 친구가 맡았던 일을 나보고 하라니, 당황스러웠다. 심지어 내 사회 파트너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라는 이야기에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너무 부담되고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사회를 시작하고, 캠프에 참석한 2만 명의 학생들이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따라 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신이 났다. 그때 나는 사파리를 탐험하는 초등학생으로 분장했었는데, 아이들이 내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며 내가 하는 한 동작 한 동작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는 게 너무 신기했다.

아이들은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지내다가 이 캠프를 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 줄곧 캠프를 기다렸다’고 나에게 이야기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울컥했다. 나는 내가 즐거워서 시작한 캠프인데, 아이들에게는 기다리는 ‘선물’이었다.

이번 캠프에서 한국어를 재미있게 가르치는 방법과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접 가르쳐보았다.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면 한국에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 내가 배운 것들을 다 알려주고 싶다. 그래서 캠프를 직접 진행하며 느꼈던 기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

글=남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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