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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채우려 하면 모두 새어버리는 잔, 계영배
김주원 | 승인 2020.10.10 20:35

조선시대 최고의 거상 임상옥이 자신의 마음을 경계하기 위해 항상 곁에 두었던 물건이 있다. 그것은 장검도 아니고 열쇠도 아닌, 그저 흙으로 빚은 작은 잔이었다. 그 잔의 가르침이 어떠했기에 그는 많은 경영인의 본이 될 수 있었는지 알아본다.

“나를 낳은 건 부모지만 나를 이루게 한 것은 하나의 잔이다.” 이것은 조선시대 최고의 거상巨商 임상옥이 지나친 과욕을 경계하려 곁에 두었던 잔을 일컬어 했던 말이다. 이 잔은 70%를 넘지 않도록 술을 따라야 하는데, 만약 조금이라도 더 채우게 되면 잔에 채워진 모든 술이 아래로 다 빠져나가버린다. 잔의 중앙에 외부로 연결된 기둥이 있어서 어느 높이까지 액체가 차오르면 밖으로 모두 새어나가는 사이펀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지금은 무심코 넘길 만큼 일상생활에 흔한 것이지만 옛 선조들은 이 원리 안에서 인생의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절대로 가득 찰 수 없는 임상옥의 잔, 이 잔을 만든 계기 또한 조선의 도공 우명옥의 다스릴 수 없는 과욕과 교만과 방탕함에서 시작되었다.

18세기 말, 강원도에 질그릇을 구워 파는 우삼돌이라는 도공이 있었다. 그는 작품 가치가 있는 그릇을 빚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은 꿈이 있었다. 20대 초반 무렵, 그는 궁궐에 필요한 그릇을 진상하던 광주분원의 명인 ‘지외장’의 제자로 들어갔다. 우삼돌은 지외장의 가르침과 수많은 노력으로 마침내 ‘설백자기’를 빚어내는데, 진상한 설백자기를 본 순조는 탄복을 금치 못했다. 이로 인해 왕의 치하를 받은 스승은 크게 기뻐하여 우삼돌에게 ‘우명옥’이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었다. 명문 세가에서는 우명옥의 설백자기를 다투어 소유하려 했고, 설백자기 가지고 있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겼다. 우명옥은 자신의 꿈대로 이름을 크게 떨치고 큰 재물도 얻었다. 하지만 성공과 함께 자신이 최고라는 교만한 마음도 함께 자랐다. 한편 동료 도공들은 같은 입장이었다가 크게 성공한 우명옥을 보며 부러움과 질투를 느꼈다. 그래서 그의 부와 명성을 무너뜨릴 계략을 꾸몄다.

“자네는 언제까지 일만 그렇게 할 건가? 이미 최고의 도공이 되었고 돈도 가졌으니 이제 자네 인생을 좀 살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한 기생에게 우명옥의 정신을 쏙 뺏도록 지시한 동료들은 우명옥이 기생과 유흥을 즐기도록 부추겼다. 그의 교만은 나태하고 방탕한 생활로 이어지고, 스승 지외장의 충고도 하찮게 여기는 사람으로 전락시켰다. 우명옥은 기생들과 뱃놀이를 매일 즐기면서 모든 시간과 재물을 허비했다. 이제 돈이 바닥이 난 우명옥에게 동료들은 이렇게 말했다.

“염려 말게. 돈은 또 벌면 되지 않겠나. 자네가 우리와 함께 배를 타고 더 큰 세상에 나가 도자기를 팔아 보세. 여태까지 벌어들인 돈보다 훨씬 큰돈을 벌 수 있을 걸세.”

그리하여 우명옥은 큰돈을 벌기 위해 선상에 올랐다. 그런데 폭풍우에 배가 뒤집혀 모두가 죽고 우명옥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그때서야 스승의 가르침을 짓밟고 방탕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비뚤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계영배, 가득 차는 것을 경계하라

자신이 죽음의 길을 가고 있었음을 깊이 뉘우치게 된 우명옥은 스승 ‘지외장’을 찾아가 용서를 구했다.

“스승님, 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렇게도 만류하셨건만 제가 교만하여 본분도 잊고 스승님의 가르침도 저버렸습니다. 천하에 쓸모없는 저를 용서해주시고 받아주신다면 이제 스승님의 가르침대로만 살아가겠습니다.”

“네가 돌아올 줄 나는 알고 있었다. 너를 아들로 여기는 내게 용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명옥아, 이제는 그릇을 빚지 말고 네 모습을 빚도록 하거라.”

스승의 품안에서 우명옥은 모든 것을 토해내듯 울었다. 다음날부터 우명옥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드리고 스승에게 보여드릴 자신의 모습이 담긴 도자기를 빚었다. 그렇게 빚어낸 작은 잔 하나를 스승의 앞에 내밀었다.

“이것이 무슨 잔이냐?”

“계영배戒盈杯입니다. 술을 잔의 7부보다 넘게 따르면 잔에 담긴 모든 술이 다 빠져나갑니다.

예전에 실학자 하백원을 만나 7부를 넘으면 모든 술이 다 쏟아지는 잔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에 그때 이 잔을 만들어서 세상의 이치를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지 지금 후회가 됩니다. 제가 교만에 취해 인생의 귀한 가르침도 우습게 여겼습니다.”

“과유불급을 알게 하는 절주배節酒杯로구나.”

“교만이 가득하여 모든 것을 잃었던 지난날을 기억하고, 또 언제 가득 찰지 모르는 저의 교만을 항상 경계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우명옥의 계영배가 같은 시대를 살았던 거상 임상옥에게 전해진 것이다. 임상옥은 항상 이 잔을 곁에 두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렸다고 한다. ‘가득 차는 것을 경계한다’는 의미의 계영배를 보며 돈을 모으기보다 빈민을 돌보는 데 썼고, 죽은 뒤엔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처럼 거만과 나태를 경계하고 절제와 균형,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임상옥의 경영방식은 오늘날까지 경영인의 본보기로 회자되고 있다. 경계하지 않으면 언제 넘쳐버릴지 모르는 교만과 과욕을 알고 곁에 계영배를 두었던 사람이 우명옥, 임상옥 둘뿐이겠는가?

전前 아-태 차관보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도 2007년 6자 회담에서 과다하게 요구하는 북한 측을 향해 계영배를 언급하며 설득한 일화가 있다. 또, 손욱 전前 농심 회장도 책상 위에 계영배를 두었던 것도 알려져 있다.

공자의 곁을 지켰던 좌우명座右銘

중국에서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하기 위해 곁에 두고 마음을 가지런히 했던 그릇이라는 뜻으로 유좌지기宥坐之器가 있다. 중국의 춘추시대, 제환공도 자신을 경계하기 위해 특별한 술독을 곁에 두며 지냈다. 텅 비었을 때는 기울어져 있다가 술이 반쯤 채워지면 바로서고, 더 채우려고 술을 부으면 엎어지는 술독이었다. 비거나 넘치면 기울어지고 알맞게 담기면 반듯하게 서는 이 그릇은 군주가 올바른 처세를 위해 마음을 경계하는 것이었다.

제환공이 세상을 떠난 이후 어느 날 공자가 제환공의 사당을 방문했다가 이 그릇을 보았다. 공자는 사당지기에게 그릇의 용도가 궁금해 물었다.

“참 이상한 그릇이로군. 이보게, 이 기울어지고 구멍이 있는 그릇이 왜 여기에 있는가?”

“이 그릇은 제환공의 유좌지기입니다.”

묘한 술독이 가진 의미에 깊은 감명을 받은 공자는 제자들과 다시 사당을 찾았다.

“스승님, 여기는 제환공의 사당이 아닙니까?”

“저 기울어진 술독에 물을 채워 보거라.”

물이 조금씩 채워지자 술독이 서서히 반듯하게 서기 시작했다.

“스승님, 술독이 바로 섭니다.”

“이제 더 가득 채워 보거라.”

“어이쿠야!”

반듯하게 선 술독에 물을 가득 채우려 하자 술독이 다시 고꾸라지면서 담겨 있던 모든 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 그릇은 좌우명이다. 제환공이 항상 자신의 의자 오른쪽에 두어 ‘가득 참’을 경계하던 것이다. 너희들이 학문을 하는 것도 그와 같다. 조금만 배우고 알게 되었다 하면 교만이 금방 차오를 것인데 그러면 이 그릇처럼 모든 것이 엎어져 잃게 됨을 명심해라.”

“스승님, 어떻게 하면 가득 차는 것을 덜어낼 수 있습니까?”

“아무리 총명해도 우둔함을 지키고, 공훈이 천하를 덮을 정도라도 겸양하며, 아무리 용맹해도 검약하고, 천하를 다 가질 만한 부자라도 겸손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물을 떠서 덜어내는 방법이다.”

제자들과 돌아온 공자는 제환공과 같은 그릇을 만들어 항상 곁에 두며 자신의 마음을 경계하였다. 그리하여 현재 우리도 ‘항상 곁에 두고 스스로를 경계할 수 있는 격언이나 지침’을 가리켜 ‘좌우명’이라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다.

자신의 부족함에 주목하는 마음

우명옥과 같은 예술가, 임상옥과 같은 사업가, 제환공과 같은 군주, 공자와 같은 학자가 다 갖추었음에도 마음을 다스리는 데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이유는, 한번 흐트러진 마음은 많은 것을 잃어 가면서도 쉽게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마음은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을 믿는 마음이 높고, 교만과 방탕이 마음을 채워가도 쉽게 깨닫지 못한다. 예로부터 실패한 사람들을 보면 그러한 마음에서 실패가 비롯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참된 지혜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깨달으면서 많은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

사람은 아무리 지식, 재력, 강인함을 가졌을지라도 본디 부족함이 많은 존재인데, 그 모습이 계영배와 좌우명을 꼭 닮았다. 아무리 선해도 자신의 악한 모습에 주목해야 하고, 아무리 강해도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깨달아야 하며, 아무리 지혜롭다 해도 자신의 어리석은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채운 것이 2부에서 5부가 되고 7부까지 차오를 때 항상 자신의 부족함에 주목한다면 올바른 마음으로 겸손을 잃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계영배 만들기

스스로 잘한다, 잘났다고 여기는 마음은 삶에 균형을 잃게 만들어 실패하게 하는 근본 원인이 된다. 그리고 절제하지 못하는 삶도 불행한 길을 가게 한다. 마음을 눈으로 보여줄 수 없지만 가족과 친구들과 손쉽게 계영배를 만들어 마음과 삶의 원리를 배우는 시간을 가져보자.

준비물 : 종이컵, ㄱ자 빨대, 송곳, 5mm정도의 드라이버, 노즈와이어 또는 테이프, 실리콘

김주원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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