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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신종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걸까?
이효종 | 승인 2020.09.14 11:44

새로운 버전으로 출몰해 세계를 위협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2020년 전 세계를 두려움과 공포에 떨게 만든 존재가 있다. 학명 ‘SARS-CoV-2’, 이는 과거 ‘사스’와 ‘메르스’를 일으킨 바이러스와 동일한 병원체*다. 즉,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19 감염증, 사스, 메르스를 일으킨 바이러스는 모두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다. 어째서 이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속해서 새로운 버전으로 출몰해 세계를 위협하는 걸까? 그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숙주의 체내 침입에 성공하면 숙주 속 세포의 표면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한다. 이때 바이러스의 돌기와 세포의 막 단백질이 상호작용하며, 서로를 구성하고 있는 막이 융합하면서 바이러스의 정보가 세포 안으로 침투한다. 이어서 바이러스의 정보를 담고 있는 ‘RNA유전체’가 자신의 개체를 복제하기 시작한다. 이때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던 정보가 세포 속의 재료들과 합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고도의 유전자가 재조합되며 이 때문에 수많은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어떻게 100명 중 95명은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

변종된 코로나바이러스인 사스의 치사율은 10%였으며, 메르스는 30%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의 치사율은 약 5%로 집계된다. 코로나19 감염증에 걸리면 100명 중 5명이 죽는 것이다. 이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신종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데 어떻게 100명 중 95명은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를 조명해보려고 한다.

우리 몸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바이러스의 공격을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은 인간의 강력한 무기라고 불리는 후천적 면역체계로, 바로 ‘적응 면역체계’다. 이 면역체계는 새로운 형태의 병원균이 침입한다 해도 우리 개체가 병원균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식물이나 곰팡이, 곤충이나 일부 다세포 생물들은 이 ‘적응 면역체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식물계에서 활동하는 신종 병원균의 등장은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할 정도로 무시무시하고 강력한 파괴력을 보였다. 대표적인 예로, 1845년부터 1852년까지 창궐했던 ‘감자역병’을 들 수 있다. 당시 감자를 주식으로 했던 아일랜드에서는 감자 대기근이 발생해 약 100만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감자역병으로 기근을 맞은 아일랜드 사람들. 이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북미대륙으로 이주해갔다.

그렇다면 사람과 같이 후천적 면역체계 즉 적응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는 생물은 어떻게 몸을 보호하는 걸까? 사람은 식물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피부, 눈물이나 땀, 위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병원균의 침입을 1차적으로 막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균이나 바이러스 즉 병원균이 몸에 침입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때 가장 먼저 백혈구들이 병원균들을 집어삼킨다. 그리고 삼킨 병원균의 특성이나 수용체 정보를 해독한 뒤, 병원균에 맞설 군대를 양성할 림프구에 정보를 전달한다. 여기서 정보를 전달하는 녀석을 ‘도움 T림프구’라고 하며, 전달받은 정보를 토대로 병원균에 맞설 최적의 군대를 양성하는 녀석을 ‘B림프구’라고 부른다. ‘B림프구’는 정보를 받는 즉시 해독을 시작하고, ‘형질세포’와 ‘기억세포’로 분화된다. 형질세포는 침입한 병원균을 골라 공격하는 군인 즉 ‘항체’를 생산하는 일을 하며, 기억세포는 침입한 새로운 병원균의 정보를 기억해서 같은 병원균이 다시 침투할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대항력을 만들어 놓는다.

보이지 않는 영웅들

후천적 면역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감염의 우려가 있는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는 군대를 미리 육성시킬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백신’의 원리다. 병원균에서 독성을 제거한 다음, 즉 수용체의 정보만 남긴 병원균을 체내에 일부러 주입한 뒤 면역반응에 의해 항체의 정보를 미리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병원균에 노출되더라도 몸이 이를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항체를 즉각적으로 만들어내 병원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다.

백혈구가 만든 우리 몸의 군인, 항체가 침입한 병원균을 공격하는 모습이다. 현재 개발중인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대부분은 체내 항체 형성을 유도하는 원리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우리는 현미경을 이용해야 보이는 작은 생명체들의 영향력을 어느 때보다 크게 느끼고 있다. 인간은 지금 보이지 않은 생명체들의 싸움에 운명을 걸고 있다. 우리 몸은 오늘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쉼 없이 싸우고 있다. 우리 몸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인 영웅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글쓴이 이효종
고등학교 과학교사였던 그는 과학을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만들기 위해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며 대중들과 소통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 중이다. 그가 운영하는 유투브 채널의 이름을 ‘과학쿠키’라고 지은 이유는 마치 간식을 즐기듯 과학을 즐겁고 유쾌하게 접하기 위해서다. 달달함 속에 깊은 감동이 담긴 동영상 강의를 제작하는 것이 ‘과학쿠키’의 목표이다.

이효종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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