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를 타면서 슬퍼할 수 있으며, 머리가 뛰어나도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사, 소망, 사랑이 들어 있는 사람은 마음이 결코 어두워지지 않습니다

사람은 환경이나 형편이 어떠한가보다 마음이 어떠한가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삽니다. 좋은 직장, 좋은 집, 좋은 차 등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것들이 있고, 그런 것들을 가지면 행복할 줄로 대개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환경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해도 마음에서 어두운 생각을 하면 어둡게 살아야 하고, 반대로 힘든 일을 하거나 힘든 상황을 만나도 마음에서 밝은 생각을 하면 밝게 삽니다.

장갑을 훔쳤다가 만약 들키면…

오래 전, 제가 군대에 입대해 훈련소에서 훈련받을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자고 일어나니까 장갑이 사라졌습니다. 밤에 누가 살짝 훔쳐간 겁니다. 훈련소에 들어와서 지급받은 보급품들 가운데 털실로 짠 국방색 장갑을 철모 옆에 놓아두었는데, 아침에 기상해서 보니 없었습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그 당시 이런 일은 군대에서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똑같은 장갑이 지급되었으니까 하나 훔쳐서 자기 자리에 가져다놓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잃어버린 사람은 또 다른 것을 훔치고… 장갑이 빙빙 돌기에 군대에서는 훔치는 것을 도둑질이라고 하지 않고 ‘위치 이동’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훔쳐도 대한민국 국방부 안에 그 물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갑이 없어서 손이 시릴까봐 당황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때에는 구타가 심해서 내무반장이 “장갑을 어디에 팔아먹었어?” 하고 곡괭이 자루로 안 죽을 만큼 엉덩이를 때리는데, 제가 그렇게 맞을 걸 생각하니 두려웠습니다. 결국 저도 다른 친구들처럼 남의 장갑을 밤에 몰래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군대에서는 별 수 없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쪽에서 다른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네가 장갑을 훔치고 안 들킬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들키면 내무반에서 전도할 수 있겠냐?’

그 생각을 하니까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장갑을 훔쳤다가 들켜서 동기들이 도둑질한 놈이 전도한다고 하면 할 말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나이가 들수록 짓는 죄가 많아져 죄 때문에 괴로워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흘리신 피로 내 죄가 씻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죄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렇기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 정말 좋고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장갑을 훔쳤다가 들키면 앞으로 우리 중대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도저히 훔칠 수 없었습니다. 곡괭이 자루로 맞을 일이 두렵고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훔치지 않겠다고 마음을 정했습니다.

다음날 수류탄 투척 훈련을 받았습니다. 군가를 부르면서 훈련장으로 행진해 가는데, 우리 중대의 다른 친구들은 다 장갑을 낀 국방색 손이 올라가고 저만 붉은 맨손이 올라갔습니다. 내무반장이 그걸 볼까봐 가슴을 졸였습니다. 훈련장에 도착해서 50분 교육을 받고 10분 휴식을 하는데, 한 동기가 제게 다가왔습니다.

입대한 지 얼마 안 돼서 서로 잘 모르고 명찰을 보고 이름을 부를 때였습니다.

“야, 박옥수.”

“왜?”

“너, 장갑 없어?”

“야, 큰일 났다.”

“왜?”

“밤에 누가 내 장갑을 훔쳐갔다.”

“짜식, 나한테 말하지. 나한테 두 켤레 있는데 너 한 켤레 가져.”

“야 인마, 너 어디서 훔쳤어?”

“훔치긴!”

“안 훔쳤는데 어떻게 두 켤레야?”

“우리 형님이 중대장인데, 내 손에 동상이 있다고 한 켤레 더 주더라. 전우 좋다는 게 뭐냐? 하나 너 껴라.”

그 친구가 장갑을 벗어서 한 켤레를 주는데, 정말 감사했습니다.

어떤 생각을 따라 선택할 것인가?

살면서 어려운 일을 만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만납니다. 병이 들 수도 있고, 사고를 내거나 당할 수도 있고, 돈이 없을 수도 있고, 사기를 당할 수도 있고, 결혼해서는 부부 사이가 안 좋을 수도 있고, 자녀가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정말 분하고 억울한 일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생기면 대개 문제가 마음을 뒤덮어서 침울해지며,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럴 때에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들을 생각하면 전혀 다르게 살 수 있습니다. 장갑이 사라졌을 때 제가 염려하고 두려워하면서 ‘군대에서는 어쩔 수 없어’ 하고 훔칠 생각을 하면, 마음에서 그와 관련된 생각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어떻게 훔칠까?’ ‘훔치다가 들키면 어떻게하지?’

그런데 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있고, 그 일이 그때 생각나면서 장갑을 훔치려고 했던 생각을 밀어내고 다른 선택을 하게 했습니다. 한 친구가 저에게 장갑을 주어서 정말 고맙고 기뻤지만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더라도, 설령 그로 인해 제가 내무반장에게 맞았다 하더라도, 그 순간은 고통스러웠겠지만 마음이 어두운 쪽으로 흘러가지 않았을 겁니다. 여전히 군대에서 전도하며 기쁘고 행복하게 보냈을 것입니다.

누가 여러분에게 근심스러운 일 다섯 가지만 말해보라고 하면 직장 문제, 건강 문제, 금전 문제 등 금방 말할 것입니다. 반대로 행복한 일 다섯 가지만 말해보라고 해도 말할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근심스러운 일도 있고 행복한 일도 있습니다. 그중에 어떤 일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마음이 그쪽으로 흘러갑니다. 행복하게 살아도 어느 날 어두운 생각 하나가 마음에 자리를 잡으면, 행복한 일 다섯 가지를 다 삼키고도 어두운 생각은 해결될 줄 모릅니다. 반대로 행복한 생각이 마음에 자리 잡으면, 슬픔이나 외로움이나 미움을 삼키고도 여전히 행복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면, 마음에서 근심이나 두려운 생각이 일어날 때 사람들이 마음을 거기에 내줍니다. 그래서 마음이 그런 생각에 끌려가고, 그 생각에 점점 사로잡히고, 나중에는 근심이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 생각을 그만하려고 해도 생각이 마음을 놓아주지 않습니다.

마음에 감사와 소망과 사랑을 채우고, 그것을 지키고

우리가 살면서 생각이 일어나는 대로 끌려가서 그렇지, 힘든 때에도 우리 마음을 행복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깜깜한 동굴 안에 있어도 마음은 밝을 수 있습니다.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 마음에 그보다 큰 감사나 행복이 있으면 그 어려움을 이겨냅니다.

가난한 사람이 백화점에 가면, 가지고 싶은 물건은 많은데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우울해집니다. 그렇게 사는 자신이 못나고 초라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에 감사와 사랑이 채워져 있는 사람은 그런 자리에 있어도 우울한 감정에 휩쓸리지 않습니다. 우울하거나 서글픈 생각이 일어나도, 감사하고 기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마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이내 사라집니다. 오히려 작은 것이라도 가질 수 있음에 즐거움을 느낍니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마음에 감사한 일들, 사랑하는 일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 마음에 있는 감사, 소망, 사랑이 슬픔, 고통, 절망을 이기게 해줍니다. 일을 잘하는 것도 좋고 잘사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우리 마음을 붙들어줄 수 있는 것들이 마음에 채워져 있어야 합니다.

어려움을 만났을 때 힘없이 주저앉는다면, 그 사람의 마음에 밝은 것들이 채워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받은 도움과 은혜들을 기억해 마음에 감사를 채우고, 우리를 사랑한 분들을 기억해 사랑과 소망을 채워야 합니다. 그리고 마음에 있는 감사와 소망과 사랑을 지켜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무너뜨리는 어두운 생각이나 이야기들을 내칠 줄 알아야 합니다.

어떤 이야기들은 우리 마음을 무너뜨리고, 어떤 이야기들은 우리 마음을 북돋아줍니다. 마음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 이야기나 듣고 거기에 반응하다가 감사를 잃고, 소망을 잃고, 사랑을 잃습니다. 산에 난 버섯도 ‘이건 먹으면 건강에 좋다’ 하거나 ‘이건 독버섯이어서 먹으면 죽는다’ 하고 우리가 가려서 먹을 줄 압니다.

버섯이 예쁘게 생겼다고 해서 덜컥 먹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이야기는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지만, 어떤 이야기는 옳은 소리 같은데 어두운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우리를 솔깃하게 만들어 마음을 끌어가고, 마음이 끌려가는 동안 충격적이거나 대단한 사실을 안 것처럼 여겨질지 모르지만, 그것들은 독버섯처럼 우리 마음에서 감사와 소망과 사랑을 죽이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 인생을 고통과 절망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만듭니다.

좋은 환경, 경제적인 여유, 남보다 뛰어난 실력,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마음이 주는 영향이 훨씬 큽니다. 돈이 많아도 불행할 수 있고, 좋은 차를 타면서 슬퍼할 수 있으며, 머리가 아주 좋아도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마음에 감사, 소망, 사랑이 들어 있는 사람은 마음이 결코 어두워지지 않습니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권위자이다. 그는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 곧 성경에서 찾은 마음의 세계를 젊은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소명이라 생각한다. 마인드북 시리즈로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를 비롯해 총 5권을 집필했으며, 최근에는 <마인드교육 교사를 위한 전문가 과정>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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