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나라 필리핀 편 ② 필리핀에서 발견한 또 다른 나

필리핀으로 굿뉴스코 해외봉사를 다녀온 학생들은 필리핀을 ‘기회의 땅’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2,000여 명이 참석하는 규모의 행사를 기획하고 1,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만약 혼자였다면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봉사단원들과 함께 했기에 ‘끝까지’ 도전할 수 있었다.

그들은 1년간 필리핀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필리핀의 진짜 매력뿐만 아니라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다섯 명의 필리핀 봉사단원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늘 말썽을 피워 선생님 속을 썩이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 모두 나를 사랑으로 품어주셨고 나는 차차 학교에 적응해갔다. 애틋했던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생이 되었고, 나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해외봉사를 떠났다.

몸이 약해서 필리핀 지방으로 가지 못했던 나는 수도 마닐라에 머물며 봉사활동을 했다. 그곳에서는 대안학교의 일종인 ‘음악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다. 필리핀 지부장님은 나에게 음악학교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댄스를 가르치라고 하셨다. 처음엔 기뻤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며 나는 많은 한계를 만났다.

처음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간단한 숙제도 제대로 해오지 않고 수업 시간에 멋대로 교실을 나가는 아이들이 미웠다. 또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은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힘이 들었다. 늘 인상을 쓰고 다녔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독감에 걸려 3일을 꼬박 앓아누워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내게 급히 밖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주었다. 나갔더니 스무 명의 아이들이 한 줄로 서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나도 잊고 있었던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작은 과자 파티를 연 것이다.

아이들이 건넨 손 편지에는 삐뚤삐뚤한 한글이 적혀 있었다. “선생님 생일 축하해요.” 눈물이 났다. 아이들에게 잘 대해주지도 못했는데 아이들은 나에게 끝까지 마음을 닫지 않고 내게 다가와주는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 하지만 몇 달이 되지 않아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늦게 마음을 열었던 것이 후회될 정도로 아이들이 너무 좋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필리핀에 돌아가고 싶다. 그곳에서 그리운 학생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글=윤은하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