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나라 필리핀 편 ①_김은빈

지난해 필리핀에서 1년 간 해외봉사를 하고 돌아온 김은빈 씨.
그는 필리핀에서 4개월간 '마인드 강사'로 50회 강연을 했고, 5천여 명이 그의 강연을 경청했다. 그는 해외봉사를 떠난 것이 인생에서 '신의 한 수'라고 말한다.

29살 평범한 회사원이 뒤늦게 해외봉사를 떠난 이유가 있나요?

저는 대학 졸업 후 1년간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다른 동료들은 회사에서 승진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갔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라는 고민만 깊어졌어요. 그러던 중 한 화장품 회사의 청년 CEO를 알게 되었어요. 상담을 하던 중, 그분이 제게 해외봉사를 가보지 않겠느냐고 권하더군요. 처음에는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20대의 마지막 1년을 새로운 도전에 투자해보자고 결심했어요. 지금 돌아보면 성공적인 투자인 것 같아요. 비록 나이는 한 살 더 많아졌지만,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발견했으니까요.

필리핀에서 ‘강사’로 활동한 사연이 궁금해요.

우선, 제가 활동했던 ‘굿뉴스코 필리핀 지부’의 특수성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필리핀에서는 한국형 인성교육 프로그램인 MEST(Mind Education Specialist Training)가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013년에 시작되었고, MEST를 거쳐간 교육 관계자 분들이 약 8만 명에 이릅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가 바로 저희 필리핀 지부였어요.

사실 처음 MEST에 대해 들었을 때 굉장한 일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겼어요. 그런데 필리핀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지부장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은빈아, 너 여기에 있는 동안 마인드 강연을 배우면 좋겠어. 지금부터 하나씩 공부해봐”라고 하시더군요. 무척 부담스러웠어요. 분명, 무엇인가를 배우겠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필리핀까지 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도 모르게 편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거죠. 하지만, 전 늦깎이 해외봉사자였기에 더 이상 도망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인드 강연을 배우겠다고 결심하곤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갔어요.

강연을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MEST에서 진행되는 교육은 ‘마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 고립, 대화, 절제, 행복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를 가르치는 것이었어요. 현지에서 활동하는 마인드교육 강사 분들의 수업을 듣고, 또 물으며 차근차근 공부를 해나갔어요. 그렇게 기본기를 다진 후에는 강연을 준비했어요. 강의안을 몇 번이고 고쳐가며 한 시간 짜리 강의 하나를 완성했습니다.

그 다음은, 강의안을 영어로 번역하는 단계였는데 이 역시 쉽지 않았어요. 먼저 컴퓨터로 번역을 한 뒤, 꼼꼼하게 다시 읽으며 표현을 자연스럽게 바꾸고 현지인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수십 번 거쳤죠. 그렇게 만들어진 강연을 또 수십 번 읽고 연습을 했어요.

제가 처음 맡은 강의가 ‘자제력’에 대한 수업이었는데 얼마나 많이 연습했는지 자다가 일어나도 강연을 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하하). 물론 그 덕에 영어 실력이 무척 늘었습니다.

첫 강연하던 때가 언제였나요? 떨렸을 것 같아요.

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요. 까먹지는 않을까 실수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감사하게도 제가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정말 잘 들어주었어요. 덕분에 마음도 편하고 즐겁게 첫 강연을 마칠 수 있었죠.

그렇게 몇 개월간 강연을 하고 다니면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요.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게 딱 제 적성이라는 걸 알았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꿈같아요. 저는 지방대학교 출신에 스펙도 그리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거든요. 사실, 저보다 영어 잘하는 사람도 많았을 텐데…. 제가 교육 관계자분들 앞에서 강연을 했다는 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필리핀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들었던 잊을 수 없는 한마디가 있다. “부족해도 괜찮아. 이전에도 너 같은 단원은 없었고, 앞으로도 너 같은 단원은 없을 거야. 너는 정말 세계 최고로 출세한 해외봉사단원이다.”
필리핀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들었던 잊을 수 없는 한마디가 있다. “부족해도 괜찮아. 이전에도 너 같은 단원은 없었고, 앞으로도 너 같은 단원은 없을 거야. 너는 정말 세계 최고로 출세한 해외봉사단원이다.”

필리핀에서 경험한 것이 지금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무엇보다 제 삶의 태도가 바뀌었어요. 현지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하는 한 시간 강연을 준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하지만 도전을 피하지 않고 뛰어들었을 때,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보다 더 깊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고, 그보다 더 큰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저는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분야에 뛰어들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려움이 많아요. 매일 매일 부담스러운 일들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신기한 건 저도 모르게 발을 먼저 내딛고 있다는 거예요. 아마 부담을 뛰어넘었을 때 맛볼 수 있는 기쁨을 알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도전 끝에 제가 상상해본 적 없던 배움과 기쁨이 있었거든요. 해외봉사 1년은 정말 제 인생에서 신의 한 수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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