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 벤슨 월트 디즈니 <인어공주> 에리얼 역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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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인어공주>가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번 여름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많은 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 인어공주의 에리얼 역을 맡았을 때만 해도 이렇게 사랑받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 그러니까 34년 전이죠. 저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보러 다녔습니다. 1년 3개월 동안 브로드웨이에 캐스팅이 되기까지 쉬지 않고 오디션을 보았습니다. 그때 본 오디션 중 하나가 인어공주였죠.

요즘 학생들은 카세트테이프를 잘 모르겠지만, 거기에 제 목소리를 녹음해서 프로덕션에 보냈습니다. 일 년 뒤 제가 에리얼 역을 맡게 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그게 무슨 오디션이었는지조차 까먹고 있었죠. 에리얼 역을 맡았을 때 어땠냐고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는데, 애니메이션이 지금처럼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배우의 얼굴이 아니라 캐릭터를 보여주니까, 사람들이 제 얼굴이나 이름을 궁금해 할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죠. 그런데 그건 제 생각이었어요. 인어공주는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부활시켰다는 평을 들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작곡상을 수상했지요. 평론가들, 애니메이션 팬들이 인어공주라는 캐릭터와 저를 연결시키고 싶어서 엄청난 관심이 저에게 쏟아졌습니다.

인어공주를 만들 당시, 애니메이션을 잘 몰랐던 저는 감독과 프로듀서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했습니다.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인어공주가 될지 생각해야 했습니다. 그분들은 일일이 스케치를 그려주며 내 마음 속에서 에리얼이 살아나게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분들은 제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에리얼이 어떤 캐릭터로 나타날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한 팀으로 서로 존중하며 일했습니다.

제가 인어공주를 잘 표현한 게 아니라 그분들이 만들어 주셨습니다. 특히 작사가 하워드 애시먼은 저를 완벽한 인어공주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인어공주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스펀지가 됐죠. 그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인어공주가 되기까지 배운 게 있다면, 나를 내려놓고 하워드에게 맡기는 것이었습니다. 녹음을 하고 제가 할 일이 끝나면 나머지는 다 하워드에게 맡겼죠. 마치 ‘넌 한 가지만 해. 나머지는 다 내가 할게.’ 이런 것과 같았습니다. 처음으로 나를 내려놓는 법을 배웠지요.

그리고 에리얼을 영상으로 처음 만난 순간, 에리얼이 하는 소리를 제가 내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을 만큼 몰입되었습니다. 완벽했습니다. 너무 좋은 영화가 탄생했지요.

우리에게 멘토가 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멘토를 따를 수 있다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사실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과 그 사람의 재능을 믿어야 합니다. 감독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하는 배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말 지혜로운 것은 듣고, 배우고, 믿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디 벤슨 Jodi Benson
월트 디즈니 <인어공주> 에리얼 역을 맡으며 단숨에 스타에 올랐다. 이후로도 30편이 넘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했고, 2011년에는 디즈니 회사를 위한 그녀의 공헌을 인정받아 ‘디즈니 레전드 어워드’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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