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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100%의 보석이 되기까지
장원준 | 승인 2020.08.03 15:30

이제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싶다. 남을 위해 사는 삶이 가장 값진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굿뉴스코는 나를 순도 100%의 보석으로 만든, 최고의 용광로이다.

설탕에 절인 통조림 파인애플이 가장 맛있는 줄 알았던 나는 아프리카 파인애플을 맛본 후 이보다 더 맛있는 과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 그냥 집에 가련다.”

아프리카 에스와티니로 봉사 온 지 6개월이 됐을 때, 내 입에서 나온 소리다. 굿뉴스코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에스와티니 정부는 청소년 선도를 위한 목적으로 10만 평의 땅을 기증했고, 우리 봉사단원들은 굿뉴스코 청소년센터를 짓는 건축 봉사를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건축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운 태양 아래, 벽돌을 만들어 쌓는 일과 무거운 자재를 나르는 일은 나를 점점 지치게 했다. 현지인들과 함께 일하며 느끼는 문화의 차이, 옥수수 가루로 만든 ‘빱’을 계속 먹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쉼 없이 계속되는 건축 봉사에 싫증이 났다. 한국에서의 삶이 그리워지기 시작한 그때부터 나도 모르게 꾀를 부리고, 남들 몰래 컨테이너에 들어가 쉬기도 했다.

한번은 바닥에 콘크리트를 깔았다. 2박 3일간 쪽잠을 자며 쉴 새 없이 일했다. 시멘트 반죽을 공사용 카트로 날라 바닥을 다 깐 후, 갑자기 ‘한국에서 이런 일을 하면 일당 30만 원을 벌 수 있는데 난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예민해진 나는 밥을 먹을 때 내가 떠놓은 물을 현지인이 마시기만 해도 화를 냈다. 별것도 아닌 일에 쉽게 기분이 나빠졌다.

지금까지 나는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살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부모님의 허락과는 상관없이 음악, 요리, 공부 등 내가 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해야 할 이유를 만들었다. 부모님의 지원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돈도 벌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인정받으며 남들의 두 배 가까운 보수를 받았다. 취미로 하던 블로그도 잘 되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한 달에 200만 원 가까운 돈을 벌었다.

청소년센터 건축을 하며 동고동락한봉사단원들. 행복한 추억이 많아서인지 힘든 상황에서도 우린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에스와티니에서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내가 하기 싫은 것, 못하는 것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내심이 한계에 직면했다. 이제는 정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굳게 결심했다.

지금은 나를 제련하고 있는 값진 과정

어느 날, 같이 건축 봉사를 하는 현지 친구 ‘블레싱’이 날 찾아왔다.

“원준, 너 요즘 왜 그래? 평소에는 누구보다 먼저 일하고 맨 나중에 쉬었는데 요즘 힘들어 보여.”

“맞아. 나 그냥 한국으로 가고 싶어. 난 여기에 건축 봉사나 하려고 온 게 아니야.”

“너 어떻게 순금이 만들어지는 줄 알아?”

“응?!”

블레싱이 왜 금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냥 지쳐서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었을 뿐인데 뜬금없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 광산에서 금 원석을 캐면 그 금은 가치 있는 보석으로 쓰일 수 없어. 불순물이 너무 많거든. 그래서 아주 뜨거운 용광로에 넣고 녹여서 불순물과 금을 분리해. 그 힘든 과정을 계속해서 순금을 얻어내는 거야.”

세계문화박람회를 열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었다.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지금 내 모습이 용광로에 들어간 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 금 원석과 같아. 가치는 있지만 아직 빛나지는 않지. 그런데 우리가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들을 하면서 금과 같이 제련되는 거야. 이 뜨거운 용광로 같은 상황을 참고 견디면 우리는 순금처럼 빛나게 돼.”

생각해보니 그 친구도 나처럼 에스와티니를 위해 일하는 현지 봉사자였다. 그 친구도 분명 건축을 하면서 힘들었을 텐데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며 봉사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나를 제련하는 값진 과정으로 다시 보였다. 공사는 여전히 힘들었지만 기쁘게 할 수 있었다. 같이 공사를 하는 봉사자들과 ‘Early December(12월 초까지 완공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매일 공사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무 것도 없던 맨땅에, 1년 안에 절대 완공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청소년센터가 세워졌다.

내가 빛나는 별이라고?

어느 날, 지부장님이 어떤 기타 그룹 공연에 현지인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는 바로 우리를 모아 밴드팀을 만들자고 하셨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너무 하기 싫었다. 우리는 이미 어린이들을 위한 토요학교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한 실버교실 등 매주 진행하는 행사만 7개가 넘었다. 원래 있던 행사 준비에 건축 봉사, 거기에 밴드 연습까지 하면 피곤할 것 같았다. 순간 ‘모든 어려움은 나를 제련하는 과정’이라는 블레싱의 이야기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예,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하고 입을 막으며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우리는 잉카니예티라는 밴드를 만들어, 음악을 사랑하는 아프리카 사람들 앞에서 현지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곳에서 건축 봉사, 행사 기획 및 준비 등 하루 일과가 끝나면 다른 두 명의 봉사자와 함께 밴드 연습을 했다. 하루에 보통 2~3시간씩 연습을 하다 보면 기타를 껴안고 잠이 들기도 했다.

대망의 첫 공연 날! 부족한 우리 공연에도 현지인들은 무대 앞으로 나와 열광하고 춤을 췄다. 나중에는 경찰청장과 청소년부 장관 앞에서도 공연을 하고 법무부와 대기업 다섯 곳에서도 공연을 했다. 많은 에스와티니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행복해하고, 대기업에서는 우리 봉사단을 후원해 주었다.

우리 밴드 이름은 에스와티니 현지어로 잉카니예티Inkhanyeti로, 빛나는 별이라는 뜻이다. 노래를 잘하지 않지만 내 생각의 틀을 깨고 도전했을 때 빛나는 별이 되었다. 현지인들이 기뻐하는 모습, 열광하고 무대로 나와서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진짜 행복을 느꼈다. 밤을 새우며 연습했던 날들이 힘들기만 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지나고 보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에스와티니에서 나는 한계를 넘는 일들을 하면서 어려움을 이기는 힘을 배웠다.

굿뉴스코는 최고의 용광로

굿뉴스코를 알기 전, 나는 세계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는 동생이 굿뉴스코 해외봉사를 다녀온 체험담을 들려줬다. 철없어 보였던 동생이 도전과 변화, 행복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그래서 세계여행을 포기하고 에스와티니로 해외봉사를 왔다. 처음에는, 이곳에서 고생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려움’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자 나로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었다. 건축을 하며 용접기술을 배우고, 에스와티니의 가장 좋은 공연장에서 기타리스트로 공연을 하고, 방송 장비 운용법을 배워 음악 콘서트 때 음향감독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에스와티니 왕비 궁에 초대받아 왕비님과 저녁식사도 해보고, 청소년부 장관님께 감사장도 받았다.

몸은 힘들지만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에스와티니에서 현지 봉사단원들과 함께.
에스와티니의 아이들의 큰 눈망울은 정말 아름답다. 눈을 보고 이야기하다보면 그들의 순수함과 애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왕비님과 식사할 때는 너무 떨려서 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지만, 장관님께 감사장을 받을 땐 놓치지 않고 추억을 남겼다.

과거의 나는 나를 위해서는 뭐든지 마다하지 않고 했다. 하지만 그 끝은 행복하지 않고 허무했다. 나는 이제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싶다. 나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사는 삶이 가장 값진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굿뉴스코는 나를 순도 100% 보석으로 만들어 준 최고의 용광로다.

글쓴이 장원준
1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배운 도전정신과 강한 마인드로 그는 전보다 더 도전하며 살고 있다. 최근에는 경남 진주에서 음식점을 시작했고, 앞으로 5년 안에 아프리카로 돌아가서 우리나라 음식 ‘냉면’을 팔며 살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거기서 그는 냉면을 먹으러 온 손님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장원준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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