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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국종 교수와 요제프 멩겔레
이한규 | 승인 2020.07.15 21:15

머털이와 꺽꿀이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은 1989년에 제작되어 MBC에서 방영한 이두호 화백의 ‘머털도사’였다. 누덕 도사는 머털이를 제자로 두었고, 왕질악 도사는 꺽꿀이를 제자로 두었는데, 두 스승은 다 제자에게 도술을 가르친다. 누덕 도사는 심성이 착한 머털이에게 술術보다 도道를 가르치는 데 마음을 쏟고, 왕질악 도사는 꺽꿀이에게 도道가 아닌 술術만 가르친다. 이 작품은 도道를 가르치지 않고 술術만 가르쳤을 때 그 폐해가 얼마나 크고 위험하며, 많은 사람을 불행과 고통 속에 몰아넣게 되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자녀들이나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먼저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공부 철학이 부재한 요즘

언젠가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목적이 뭐냐고 물어보았다. “그냥, 부모님이 시켜서,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니까, 남들 다 하니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직장을 잘 잡기 위해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사는 데 도움이 되니까, 경쟁 상대를 이기기 위해,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남들에게 무시당하기 싫어서, 사회적 인정을 받기 위해,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나중에 공부하기 힘드니까, 나중에 잘살기 위해서….” 등등 대답도 다양했다. 몇몇 학생만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현재 우리의 교육 현실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남보다 잘 되게 하려고, 학생들은 남과의 경쟁에서 앞서려고 애를 쓰고 있다. 교사들도 교직을 하나의 직업으로만 생각하고, 교사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교육관이나 학생들을 향한 열정, 사명감이 결여된 사람들도 있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육은 정치나 경제나 외교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교육은 농사와 같은데, 그 어떤 농사보다 어렵고 중요하며 시간도 많이 걸린다. 마음을 쏟아 지은 농사가 잘 되면 농부에게 큰 기쁨이 되고, 농사를 망치면 농부에게 큰 실망과 어려움이 된다. 농부가 땅에 심는 대로 거두듯이, 사람 농사도 부모와 교사가 자녀와 학생들의 마음에 심는 대로 거두는 것이다.

오늘날 교육에서 근본적인 문제의 하나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바람직한 ‘공부 철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교사들도 교육애敎育愛나 사명감이 부족하고, 학생들도 교사에 대한 존경이나 신뢰가 거의 없다. 학생들 중에는 공부를 마지못해, 시험 치기 위해, 대학 진학을 위해 하는 학생들이 많다.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학교에서 배워, 나 하나 잘 먹고 살려는 생각으로 공부를 하면 그들이 어떤 조직의 리더가 되었을 때 많은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올바른 공부 철학을 정립시켜 주는 것은 인생의 기초석을 제대로 놓아주는 것과 같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와 목적이 명확해지면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게 된다. 그것이 동기 부여가 되어 더 열심히, 열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해준다.

이국종 교수의 위대한 만남

출처 나무위키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이국종 교수의 아버지는 6.25전쟁에서 한쪽 눈을 잃고 팔다리를 다친 장애 2급 국가 유공자였다. 어린 시절 이 교수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이름이었다고 한다. 못된 친구들이 ‘병신의 아들’이라고 놀렸기 때문이다. 가난은 항상 이 교수 곁에 있었고, 아버지는 술의 힘을 빌려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국종아, 미안하다.”

이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중학교 때 축농증을 심하게 앓은 적이 있습니다. 치료를 받으려고 병원을 찾았는데 국가 유공자 의료복지카드를 내밀자 간호사들의 반응이 싸늘했습니다.

다른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었고, 몇몇 병원을 돌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이 사회가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얼마나 냉랭하고 비정한 곳인지 알게 됐던 것 같습니다.”

자신을 치료해 줄 다른 병원을 찾던 중, 그는 자신의 삶을 바꾸어 놓는 한 의사를 만난다. ‘이학산’이라는 외과 의사였는데, 그는 소년 이국종이 내민 의료복지카드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가 자랑스럽겠구나.” 나라를 위해 눈을 잃고 팔다리를 다치면서까지 기꺼이 싸운 아버지에 대해 아들 이국종이 긍지를 갖게 된 한마디였다. 이학산 선생님은 진료비도 받지 않고 정성껏 치료해 주고 진심어린 격려를 해주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그 한마디가 소년 이국종을 오늘 대한민국 최고의 외과의사 이국종이 되게 한것이다. ‘의사가 되어 가난한 사람을 돕자, 아픈 사람을 위해 봉사하며 살자’라는 삶의 원칙도 그때 형성되었다. “환자는 돈 낸 만큼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받아야 한다.” 이것이 의사로서 그가 지켜온 삶의 원칙이다. 이학산이라는 한 의사의 위대한 정신은 한 사람의 인생을 위대하게 변화시켰다. 위대한 정신과의 만남은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내서 마침내 또다른 위대한 삶을 만들어낸다.

요제프 멩겔레의 또 다른 이름 ‘죽음의 천사’

출처 위키피디아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치하에서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을 얻었던 요제프 멩겔레라는 군의관이 있었다. 그는 가톨릭 신자였으며, 고등학교에서 체조선수로도 활약했을 만치 건장하고 날씬한 몸매를 가졌으며 얼굴도 잘생겨 그야말로 완벽한 청년이었다. 의학도 멩겔레는 의과대학 교수가 되어 출세하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성공하기 위해 나치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었으며, 학문적으로도 당시의 정치적 흐름에 맞는 연구 방향을 설정했다. 그는 지도 교수의 딸과 결혼했는데 이 역시 교수가 되기 위한 포석이었다.

군의관이 된 멩겔레는 1943년에 아우슈비츠에 부임하였다. 여기서 21개월 동안 그가 벌인 행적들 때문에 그는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의 직책은 화물 열차에 가득 실려 오는 유태인들을 강제 노동이나 의학실험을 위해 잠시 살려둘지, 아니면 바로 가스실로 보낼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그가 채찍으로 손목을 가볍게 치는 유태인은 따로 수용해서 끔찍한 인체실험에 사용하였다.

멩겔레 박사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일란성 쌍생아를 사용한 연구였다. 그는 푸른 눈동자를 만든다며 파란색 물감을 눈에 주사하기도 했고, 150에서 200쌍의 쌍생아들을 실험에 사용한 후엔 모두 죽였다.

그가 하얀 가운을 입고 나타나면 수용자들에게 아주 친절하게 대했고, 초록색수술복을 입고 나타나면 곧 수용자 중 누군가는 가죽끈에 묶여 수술대로 갔다.

만약 그가 회색 제복을 입고 나타나면 그것은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생체실험을 당하고 죽어야 했다.

그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망치다 잡혀온 유태인 소년 300명을 큰 웅덩이 속에 넣고 휘발유를 끼얹은 뒤 불을 붙였다. 산 채로 불에 타서 죽는 것을 보면서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은 비정한 인물이었다.

유태인 40만여 명 학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멩겔레는 그런 잔인무도한 짓을 하고도 끝내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지 않았다. 유태인들은 어차피 죽을 운명에 있었기 때문에 의학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 그렇게 한 것이 뭐가 문제냐는 식의 주장으로 일관했다. 놀라운 사실은 멩겔레의 심리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으며, 가족에게는 어느 남편, 어느 아버지보다도 자상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천사 같은 의사, 악마 같은 의사

의과대학에 진학할 때 병으로 고통하는 환자들을 돕기 위해 의술을 배우는 학생과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은 훗날 전혀 다른 의사가 된다. 똑같이 의학 지식과 의술을 배워 의사가 되지만, 편작이나 허준 선생, 그리고 이 시대의 이국종 교수는 인술仁術로 환자를 치료하여 뭇 사람의 존경과 칭송을 받는 의사가 되었다.

반면에 요제프 멩겔레나 일본의 731부대 출신 의사들은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의술로 수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사람을 푸줏간의 고기 취급하는 ‘인간 백정’이 되었다. 731부대 출신 의사들은 인간을 대상으로 온갖 잔인한 실험들을 감행하고, 전후에는 심판을 피하기 위해 731부대의 행적을 모두 덮었다. 그리고 나중에 숨어지내면서 개명은 물론, 위장 사망 방법까지 동원해 전범 재판을 피하려고 했다.

그리고 일본 정부 기관, 군사 부처, 의료 기관, 학술 기관 및 대학에서 버젓이 일하며 현 일본 의학계에서 출세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이 되었다. 똑같은 메스를 손에 쥔 의사지만, 그들이 가진 철학에 따라 천사가 되기도 하고 사람의 탈을 쓴 악마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은 많은 지식이나 기술보다 마음의 세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의사들에게만 해당하겠는가? 교육가나 군인이나 상인이나 그 누구든지 어떤 철학,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그 일을 하느냐에 따라 일의 결과는 물론이고 그 일에 임하는 자세나 일에서 느끼는 의미도 천지 차이다.

올바른 교육적 마인드가 중요하다

정치학을 제대로 배워서 정치 철학이 잘 갖춰져 있으면, 정치 현상을 잘 이해하여 링컨 대통령처럼 지혜로운 정치를 할 수 있다. 반대로 정치에 대한 올바른 철학이 없으면 정치인은 그 지역과 나라를 어렵게 하고 사람들에게 불신과 실망만 안겨주게 된다. 정치인들이나 유명 인사들 중에 불신과 지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올바른 마인드를 갖추지 않아서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 욕망을 위해서라면 그럴 듯한 거짓말과 책임 없는 말을 서슴없이 하며, 부끄러운 죄를 짓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그럴 듯한 명분과 논리를 만들어 자기를 합리화하고, 온갖 변명과 이유를 만들어 자기를 방어하며, 상대편의 허물과 약점을 들추어내고 헐뜯는 재주만 발달되어 있다.

상담 심리학을 제대로 공부하면 다른 사람들의 내면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처를 아물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상처를 치료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과학을 제대로 공부하면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목적으로 과학을 이용하면 그가 가진 과학 기술로 오히려 인류에게 큰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 과학자들 중에는 그가 발견한 지혜로 인류의 삶과 행복 증진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이 많다.

인류를 전염병에서 구해줄 백신을 개발한 루이 파스퇴르나 마취제를 발견한 제임스 심슨, 항생제를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 등이 그런 사람들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군사 무기를 개발하는 데 사용한다든지 과학기술로 생화학 무기를 만드는 데 악용한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교육학을 제대로 배우면 학생들을 바르게, 행복하게 가르쳐 밝고 따뜻한 인격과 지혜를 가진 사람을 길러 개인은 물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교육관이 정립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상처와 피해를 줄 뿐이다.

마음의 방향을 잡아주는 공부는 평생 해야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자아실현을 위해, 더불어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류의 행복 증진을 위해 공부하도록 마음의 방향을 잡아주고 마음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세상을 알아가기 위해 폭넓고 새로운 지식도 배워야 하고, 삶에 필요하고 유용한 기술과 기능도 배워야 한다. 또 주변 사람들, 사회와 국가, 세계를 이해하여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법도 배워야 한다. 무엇보다 원만한 인성을 갖추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유혹도 많고 요즘 청소년들은 자기 마음이나 감정을 절제하고 다스리는 능력이 많이 약화되어 있다. 욱하는 마음에 앞뒤 생각하지 않고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말한다. “유혹을 참고 이기는 것도 공부다.”라고.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 특히 마음의 방향을 잡아주는 공부를 통해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문제와 어려움에서 쉽게 벗어나며, 재앙과 불행을 피해가며, 바르고 평안한 길로 갈 수 있다. 또 주변 사람들을 어려움에서 건져주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그러면서 점차 사회는 아름답고 따뜻해진다. 그래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글=이한규
현재 링컨하우스원주 교장으로 있다.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들을 토대로 이 시대 필요한 교육 철학에 대해 집필하고 있다. 전국 대안학교 총연합회 서울시 지부장을 지냈고,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자녀교육 특강을 자주 열고 있다.

이한규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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