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Lecture

저는 목사여서 성경을 자주 읽고,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관하여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 인물들속에는 우리의 모습이 들어 있고, 소중한 가르침도 담겨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실존한 인물도 있고, 이야기 속 인물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잘 아는 ‘선한 사마리아인’이나 ‘돌아온 탕자’는 예수님이 하신 이야기 속 인물들입니다. 이제 제가 소개하려고 하는 두 인물은 성경 요한복음 3장과 4장에서 각기 예수님과 직접 만났던 사람들입니다. 아주 대조적인 두 사람은 바로 니고데모와 사마리아 여자입니다. 니고데모는 유대의 관원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이었고, 사마리아 여자는 여섯 번째 남편과 살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다섯 남편과 헤어진 여자

결혼하면 아내가 사랑스럽고 소중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내가 늘 좋기만 한 남편은 별로 없습니다. 남편이 좋기만 한 아내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불거져서 다툼이 일어나고, 다툼이 심해지면 이혼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에 이혼하는 부부가 많아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기는데 그로 인해 자녀들이 겪는 고통은 너무나 큽니다.

저는 20여 년 전부터 청소년들을 위해 일했습니다. 젊음은, 나이든 제가 볼 때 정말 아름답습니다. 늙음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젊은이들의 세계에 들어가 보면 싱싱하고 밝고 활기가 넘쳐 젊음이란 게 정말 좋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의 이혼으로 마음에 큰 고통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을 종종 보았습니다. 웃고 기뻐하고 즐겁게 공도 차는데, 마음에는 쉽게 말하지 못할 아픔과 괴로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새엄마를, 새아빠를 죽이고 싶다고 말하는 젊은이들을 보았습니다.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겠지만, 이혼의 후유증이 그만큼 큰 것을 보았습니다. 이혼은 당사자에게도 큰 고통을 주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도 많은 문제를 남깁니다.

사람이 이혼을 한 번만 해도 엄청난 후유증이 생기는데, 사마리아 여자는 다섯 남편과 헤어지고 여섯 번째 남편과 살고 있었습니다. 좋은 남자를 만나 처음 결혼했을 때 정말 행복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좋지 않은 면들이 드러나 결국 헤어졌습니다. 다시 괜찮은 남자를 만나 결혼했지만, 또 좋지 않은 면들 때문에 헤어졌습니다. 이 여자가 남편과 이혼할 때마다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겠습니까? 자녀가 있었다면 그 아이들은 또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다섯 번째 결혼한 남편과 헤어지면서 마음에 상처도 많이 남고, 사람에 대한 기대도 많이 무너졌을 것입니다.

대화가 잘 되는 사마리아 여자

예수님이 한번은 사마리아 땅을 지나가다가 지쳐 어느 우물가에 앉았고, 제자들은 먹을 것을 사러 마을로 갔습니다. 그때 여섯 번째 남편과 살고 있던 사마리아 여자가 물을 길러 왔습니다. 예수님이 그 여자에게 물을 달라고 했습니다. 여자가 예수님을 보니 차림새가 유대 남자였습니다. 예수님 당시에 유대인들은 사마리아 사람들을 경멸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혈통을 굉장히 중요시하는데, 사마리아 사람들이 이방인과 피가 섞였다고 해서 상종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자에게 물을 달라고 부탁한 것입니다.

“당신은 유대인으로서 어찌 사마리아 여자에게 물을 달라고 합니까?”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선물과 또 네게 물 좀 달라하는 이가 누구인 줄 알았다면 네가 그에게 구하였을 것이요, 그가 생수를 네게 주었으리라.”

여자가 듣고 생각해 보니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생수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왜 물을 달라고 해?’ 이쯤 되면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 하고 입을 다물어야 하는데, 여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인생이 형편없었기에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못하고 진지하게 듣고 말했습니다.

“당신한테는 물을 길을 그릇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어떻게 생수를 얻겠다는 것입니까? 우리 조상 야곱이 이 우물을 우리에게 주었는데 당신이 우리 조상보다 더 큽니까?”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물을 먹는 자는 다시 목마르지만 내가 주는 물을 먹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속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보통 여자 같았으면 ‘농담도 잘하시네. 어떻게 한 번 마신다고 다시 목마르지 않는 물이 있어?’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마리아 여자는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예수님이 진지하게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런 물을 내게 주사 목마르지도 않고, 또 여기 물 길러 오지도 않게 해주십시오.”

사마리아 여자는 예수님과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여자는 예수님이 실패한 자기 인생을 구원해줄 메시아임을 발견하고 기쁜 마음에 마을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자신이 만난 놀라운 세계를 외치는 행복한 사람으로 변합니다.

대화가 전혀 안 되는 니고데모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자를 만나기 전에 니고데모를 만났습니다. 니고데모가 밤에 예수님을 찾아와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니고데모가 먼저 말했습니다.

“랍비여, 당신은 하나님께로서 오신 선생인 줄 압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지 않으면 당신의 행하시는 표적은 아무도 할 수 없습니다.”

당시에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배척했지만 니고데모는 관원인데도 예수님을 인정했습니다. 예수님이 그가 한 이야기를 듣고 말씀하셨습니다.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거듭나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

니고데모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지?’

그래서 되물었습니다.

“사람이 늙으면 어떻게 다시 날 수 있습니까? 어머니 태에 두 번째 들어갔다가 날 수 있습니까?”

예수님이 진실로 하는 말이라고 하셨지만 니고데모는 마음에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 육으로 난 것은 육이요 성령으로 난 것은 영이니, 내가 네게 거듭나야 하겠다 하는 말을 기이히 여기지 말라.”

예수님이 거듭나라고 말씀하신 것은 몸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영이 태어나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니고데모는 그 말 또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찌 이러한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예수님이 니고데모에게 여러 이야기를 하셨지만 니고데모는 마음으로 대화를 할 수 없었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중엔 예수님 혼자 이야기하셨습니다.

“…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실패가 아름다운 것은…

두 사람이 예수님과 대화한 모습은 매우 달랐습니다. 니고데모는 성공한 사람, 뛰어난 사람이었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자신이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들은 이야기를 자기 생각 안에서 자기가 정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에서 생각이 막혀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에 반해 사마리아 여자는 인생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들은 이야기를 자기 안으로 끌고 들어오려고 애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기 생각의 틀 너머로 나가고 싶어했습니다. 그랬기에 이해하지 못해도 대화할 수 있었고, 이해가 되지 않는 길도 걸을 수 있었습니다.

니고데모는 틀 안에서 사는 사람이었고, 사마리아 여자는 자신의 틀이 다 부서져 어디로든지 갈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니고데모는 이해할 수 있는 한계 밖으로는 나갈 수 없기에 평생을 그 안에서 살아야 했고, 사마리아 여자는 얼마든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면서 살 수 있었습니다.

살면서 실패하길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일들이 이루어지길 소망합니다. 원하는 학교, 원하는 직장, 원하는 결혼, 원하는 집…. 그러나 자신이 원대로 사는 사람은 드뭅니다. 크든 작든 대부분 자신이 꿈꾸었던 것과 다른 삶을 삽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는 어떤 면에서 실패한 것입니다. 사마리아 여자가 첫 번째 결혼에서 실패했을 때 큰 상처를 받았지만 두 번째 결혼에서 다시 행복을 꿈꾸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다섯 번을 실패하자 여자는 자신이 어리석고 못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자기의 이야기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실패는 자기 안에서만 머무르려는 편협한 울타리를 없애줍니다. 실패한 사람이 되면, 자신보다

뛰어난 마음과 지혜를 가진 사람에게 배워서 더 넓고 깊은 세계로 갈 수 있습니다. 자신이 그렸던 삶보다 훨씬 넓고 깊은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숱한 실패를 경험하고도 자기의 생각을 굽힐 줄 모르고 자기의 주장만 고집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작은 실패인데도 거기서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고 못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자신보다 깊고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실패가 아름다운 것은, 내 테두리를 헐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갈 문을 열기 때문입니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권위자이다. 그는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 곧 성경에서 찾은 마음의 세계를 젊은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소명이라 생각한다. 마인드북 시리즈로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를 비롯해 총 5권을 집필했으며, 최근에는 <마인드교육 교사를 위한 전문가 과정>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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