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하나 얹었을 뿐인데
뿌옇던 세상이 선명하게 보인다.
선명한 세상이 흐려져 보인 건 세상 탓이 아니었다.
가끔씩 아파보이는 삶들도 운명 탓이 아니다.
기쁨으로 보지 못하는 멍든 마음 탓이다.
산 비탈에 서 있는 나무는
더 깊게 더 넓게 뿌리를 뻗을 뿐
자리를 탓하지 않는다.
바람 속의 새도 더 힘찬 날개짓으로 날아오를 뿐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모든 건 마음이다.
시인 허윤종
30여 년간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허윤종 님은 2017년, <꿈>으로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그는 시를 쓰며 삶을 정리하고, 위안을 얻는다고 말한다.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거나 나아가야 할 의지마저 소진해버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시를 쓰고자 한다. 현재 그는 시 외에도 소설, 수필, 아동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