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of Mind ②

옳다는 생각

왜 정확한 사실을 알아보려 하지 않을까?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그대로 믿는 똑똑한 사람들

현대인들이 지닌 지식의 양을 숫자로 표현하면 얼마나 될까?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것부터 앉은 자리에서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는 것들까지,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과 비교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아는 것이 많아졌다. 그런데 다수가 같은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접할 때 사실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믿는 경향이 짙다.

몇 년 전에 국내에서 붐을 일으켰던 카스텔라가 있다. 부드럽고 촉촉한 맛과 넘치는 양은 젊은 세대의 개인 SNS를 인증샷으로 도배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방송사에서 ‘빵을 제조할 때 다량의 식용유가 들어간다’고 보도했고, 이 보도는 큰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너도나도 뛰어들었던 수많은 가맹점이 폐업하고 빚을 떠안아야 했다. 그 후 제빵 과정에서 들어가는 식용유는 크게 문제될 일이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지만, 이미 등을 돌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었다. 식품 성분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업주들의 잘못과 자극적이고 과장된 보도를 한 방송 프로그램의 탓도 있지만, 정확한 사실을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방송에서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휩쓸린 사람들이 그러한 사태를 만든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사실에 대해 분명하게 알아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틀릴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면, 자료를 찾아보고 분석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 아주 정확하다고 믿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굳이 확인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추측일 뿐인 정보를 어떤 사람이 맞다고 믿으면 그 사람에게는 사실이 되어버린다. 세상의 무수히 많은 잘못된 정보들이 이처럼 자신이 옳다는 사람의 잘못된 판단과 합쳐질 때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법이 만들어지기도 하며, 한 나라가 무너지기까지 한다. 톰 필립스의 책 <위험한 생각>에서는 옳은 생각 하나가 어떻게 한 나라를 무너뜨리는지 잘 보여준다.

과거 이스터 섬은 아열대의 원시림이 자라는 아름다운 화산섬으로 에메랄드빛 바다에 조개와 물고기가 넘쳐나는 곳이었다. 당시 왕은 자신의 권위를 높이고 조상을 기리기 위한 상징물을 만들기 원해, 높이 20미터 무게 90톤에 이르는 ‘모아이’ 석상을 세웠다. 수백 개의 석상들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나무들이 필요했고, 주민들은 섬에 나무가 한 그루도 남지 않을 때까지 나무를 베었다.

숲이 사라지면서 나무가 없어 고기잡이 할 카누를 만들지 못했고, 식량이 부족해지자 부족 간에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석상 만드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몇 세대를 거쳐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지만 결국 동식물이 멸종되었고, 자연을 의존하여 살아가던 섬은 점차 멸망의 길을 걸었다. 석상을 만들라고 명령한 왕이나 섬 주민들은 우리보다 지능이 특별히 낮은 사람도 아니고, 섬에 대해 무지한 사람도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옳다는 생각에 따라 어리석은 판단을 내렸을 뿐이다.

옳다는 생각의 어리석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마음이 등대처럼 꼿꼿하게 세워져 있다. 등대가 기준이 되어 배들이 오가듯, 자신에게 흘러들어온 정보들은 ‘내 생각’을 기준으로 옳고 그른 것이 나뉜다. 이처럼 어처구니없이 세워진 자신만의 기준은 자기 입맛대로 정보를 얻게 하고, 입맛에 맞지 않는 정보들에는 거부반응을 일으켜 받아들이지 않게 한다.

‘선택지원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행동을 선택하고 나면 그것이 옳은 결정이었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계획 없이 불필요한 물건을 구매했음에도 ‘그래도 필요한 물건이었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사람들에게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잘못 결정하고 있어도 그것이 잘못된 것인 줄 깨닫지 못한다. 또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일에도 다른 사람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자신의 생각에 힘을 더 실어 합리화시킨다. 심할 경우 생활에서 잘못이 드러나도 자신을 다독이며 넘어가고, 주위에서 아무리 충고해도 듣지 못한다. 이처럼 옳다는 생각이 사람을 어리석게 만든다. 이러한 사람은 마치 낭떠러지를 향해 뒤돌아 걷는 것과 같다. 아슬아슬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 문제는 마음에 세워진 신념이 거짓으로 밝혀져도 그 기준을 무너뜨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확한 사실의 분석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옳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을까? 우리는 가치관이나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잘못된 판단들이 걸러지기 쉽지 않다. 한 개인의 판단보다야 낫겠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폭이 상당히 좁아진다. 비슷한 기준과 비슷한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반대로, 가치관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그렇지만 그들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이나 조언을 제시해줄 수 있다.

나와 비슷한 기준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경험이 많은 윗세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은 뭐라고 말하는지, 여러 의견을 들어보는 게 좋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리된 사실을 마음에 받아들여야 한다.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도 ‘이런 입장이 있고 그 반대 입장도 있더라’처럼 사실 그대로를 전달해야지, 자신의 ‘뇌피셜’에 근거한 판단은 결국 새로운 거짓을 양산할 뿐이다.

가만히 따져보면 오류투성이인 내 생각을 옳다고 믿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거짓된 이슈로 집단적인 피해를 입는 이들이 많아지는 요즘,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 명확히 묻고 알아보려는 자세다. 어떠한 사실에 대해 ‘카더라 통신’과 같은 자신의 생각 말고, 사실에 근거한 기준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글=배혜연(온마인드 단행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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