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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사랑한다면 마음에 브레이크를!
이한규 | 승인 2020.06.08 15:47

사람은 누구에게나 기본적인 욕구가 있으며, 크고 작은 욕심도 있고 욕망도 있다. 생존에 필요한 욕구, 식욕, 성욕, 금전욕, 소유욕, 명예욕, 사랑이나 존경받고 싶은 욕구, 인정받고 싶은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등 다양한 욕구들이 있다. 이것은 타고난 본능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자신의 욕구를 다 충족시키며 살 수 없다. 욕구는 끊임없이 무한대로 커가기 때문에 1백 퍼센트 욕구 충족이란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욕구를 완전히 제거할 수도 없다.

사람의 욕구는 자동차의 엔진과 같아서, 우리에게 달려가게 하는 동력을 제공한다. 하지만, 욕구가 지나치게 커서 조절과 자제가 안되면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와 같아서 인생을 불행과 파멸로 치닫게 한다. 자동차 엔진의 힘이 아무리 좋아도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멈추어 서지 않으면 그 차는 결코 탈 수 없는 위험한 기계에 불과하다.

우리의 선인들은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했다. 우리 마음에 ‘지나치다’는 의미의 ‘과過’자가 들어오면 위험해지고 크고 작은 문제들이 일어나 자신과 주변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과음過飮, 과식過食, 과속過速, 과신過信, 과언過言, 과로過勞, 과오過誤, 과용過用, 과욕過慾 등은 모두 욕구가 너무 지나쳐서 생겨나는 일들이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에는 욕구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나 욕구를 잘 다스리고 자제하는, 자동차의 브레이크 같은 기능도 있어야 한다.

마음의 브레이크 없이 자라는 아이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최대한 제공해 주는 것이 최고의 양육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이들은 재미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좋아하고 거기에 집중한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하게 해주면 열심히 할 뿐 아니라 부모와 아이들과의 관계도 나빠지지 않기에 자녀를 잘 양육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범죄까지도 재미만 있으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따라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마약을 복용하면 행복하다며 마약 복용을 허락해 달라고 부모에게 조르면 허락할 것인가?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대신맨’이라는 놀이가 유행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대신 실행에 옮기는 놀이인데, 묻지마 폭행에다 자학까지 자랑인 양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고, 성인들의 성적 행위도 아무렇지도 않게 놀이로 따라 하며, 학교 폭력의 문제도 우려가 된다고 한다. 얼마 전 우리 사회를 들썩였던 ‘n번방’ 사건에서도 디스코드(게임에 특화된 음성채팅 프로그램)를 통한 성 착취물 유포자의 대부분이 미성년자로 확인되었고, 이중 12세의 촉법소년이 직접 채널을 운영한 사례도 드러나 큰 충격을 주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사춘기를 겪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두고 ‘중2병’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자제력이 부족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 폭력을 경험한 학생 비율을 보면, 놀랍게도 초등학교 4학년이 월등히 높다. 실제로 어른들이 저지르는 범죄의 축소판이 4학년 세계에서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공포의 ‘초4병’이라고 부른다. 이는 신체적 발육이 빨라지면서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데다가 시대가 변하면서 어린 나이에 인터넷을 통해 폭력적인 콘텐츠나 음란물을 무분별하게 접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된다고 한다. 범죄 연령층이 점점 낮아진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춥고 배고프게 자란 부모들의 비뚠 자식 사랑

필자의 청소년기에 우리나라는 매우 가난했다. 먹을 게 없으니까 봄에는 삐삐도 뽑아 먹고, 찔레순도 꺾어 먹고, 6월쯤 되면 오디도 따먹고 산딸기도 따먹고 뱀딸기도 따먹었다. 공부도 해야 했지만 농번기에는 모내기며 보리타작 등 부모님이 하시는 많은 농사일도 거들어야 했다. 중학생 때는 왕복 30리나 되는 먼 길을 걸어 등하교를 해야 했고, 집에 와서도 쉴 새가 없었다. 봄이면 소꼴도 뜯고, 여름방학 때는 산에 가서 소를 먹이고, 겨울방학 때는 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소죽도 끓여야 했다. 숙제를 못해서 가면 선생님에게 손바닥도 맞고, 학비를 제때 내지 못해 벌 청소도 해야 했다. 형제간에 입던 옷을 물려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학교나 군대나 사회생활 속에서도 어려움이 적잖았지만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넉넉지 못한 형편과 어려움들이 삶에서 불요불급한 욕구들을 자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부모 세대들의 고생스러웠던 과거가 반면교사가 되어 대부분 ‘내 자식은 고생 안 시켜야지.’ ‘기 안 죽이고 키워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한편 중국의 경우, 국가 정책에 의해 이뤄진 것이긴 하지만, 자녀를 한 명만 낳아 키우다 보니 사회성이 결여되거나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두드러졌다. 1980년 9월부터 중국에서 시행한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80년대 이후 약 1억 5천만 가구가 외동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현재 중국의 30대 이하 젊은이들은 대부분 외동 응석받이로 자라 정신적 고아 상태에 처해 있다. 자신이 최고이며,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는 과도한 개인주의에 빠져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만들고 있다. 이런 젊은이들을 중국에서는 ‘소황제’라고 부른다.

청소년들의 귀차니즘

오늘날 다수의 청소년들은 의식주로 걱정할 일이 없는데도 욕구 불만이 많으며, 무기력하고 귀찮은 게 많아졌다. 생각하는 것도 귀찮고, 마음 쓰는 것도 귀찮고, 조금만 부담스러우면 쉽게 좌절하고 도피하려 든다. 이런 청소년들이 많다 보니 ‘귀차니즘’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마음의 욕구는 빠른 속도로 자라났고, 절제하는 힘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최근에 만난 학생들 중에는, 학교 가고 싶으면 가고 가기 싫으면 안 가고, 수업 시간인데도 공부에 관심이 없고 아무 개념 없이 엎드려 자고, 무엇을 물어보면 대답하는 것도 귀찮아하며 선생님이나 어른들을 의식하는 마음도 없는 학생들이 가끔씩 있다. 몇 년 전 어떤 기숙형 학교에서 학생들 몇몇이 학교 밖으로 나가서 한 달 동안 등교를 하지 않고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유가 너무 단순했다. 당시 유행하는 ‘투 블록’ 헤어스타일을 허용해 달라고 교장선생님께 요구했는데, 좀 생각해 보자고 하셔서 아이들은 그게 승낙인 줄 알고 바로 투 블록 스타일로 머리를 깎아버렸다. 그런데 나중에 선생님들이 보고 승낙도 안했는데 왜 맘대로 깎았느냐고 나무랐더니 불만을 품고 학교를 나가버린 것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만한 일로 학교를 나가고 집에도 한 달 동안 들어가지 않다니?’ 학생들이 이해가지 않았다.

우리 아들은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아이티에서 청소년들에게 꿈을 주는 교육을 하고 있다. 그 나라에는 2010년 대지진으로 가족과 집을 잃은 아이들이 남의 집에 물을 길러다 주고 빨래를 해주면서 겨우 밥을 얻어먹고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연히 만난 한 아이에게 “너는 꿈이 뭐니?”라고 물었더니 “나는 학교에 가보는 게 꿈”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마음이 부유해지고 욕구가 커지면 감사할 조건이 객관적으로 많아도 불평과 원망이 많고, 반면에 마음이 가난해지고 욕구를 다스릴 줄 알게 되면 감사할 일이 많아진다.

오늘날 많은 학생들은 대부분 철저하게 육체의 욕구를 받아주며 산다. 육체의 욕구를 거스르기 싫으니까 귀찮은 게 많고, 간섭이 싫고, 불평스러운 게 많고, 게으르고, 거만해진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고 생각하기도 싫어하고 마음 쓰기도 싫어한다. 그런 상태를 그냥 내버려두면 마음이 거칠어지고, 누가 해주는 어떤 말도 수용하기 어려운 사람이 된다. 결국 육체적인 욕구의 노예가 되어 세상에서 낙오자가 되고, 범죄자가 되어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아이가 밥 먹어주는 걸 고맙다고 하는 부모들

나는 어렸을 때 몸이 허약했다. 배가 자주 아팠고, 기가 허해서 하교 길에 갑자기 길바닥에 주저앉거나 드러누워 있었다. 그러면 어머니가 연락을 받고 달려오셔서 업고 집으로 가시기도 했다. 특히 경기驚氣를 자주 했는데, 아버지께서는 내가 담력이 약하다고 생각하셔서 돼지 쓸개를 자주 먹이셨다. 동네에서 돼지만 잡으면 아버지는 쓸개를 꼭 구해 오셔서 처마 밑에 달아놓으셨다. 돼지 쓸개는 너무 써서 정말 먹기가 싫었다. 하지만 엄하신 아버지 때문에 “얼른 먹어라” 하고 한 마디 하시면 나는 두 말 못하고 사약이라도 먹어야 했다. 갓 잡은 돼지의 노란 쓸개즙은 정말 써서 먹고 나면 진저리가 쳐졌다. 그런데 돼지 쓸개보다 더 쓴 게 있었으니 ‘너삼’이라는 풀뿌리였다. 너삼 뿌리는 내가 먹어본 것 중에는 가장 쓴 약이었다.

하여간 우리 부모님은 허약한 자식을 위해 몸에 좋다는 온갖 것들을 구해 먹이셨고, 나는 어릴 때 지렁이, 굼벵이 등 별의별 것들을 다 먹었다. 그 덕분에 나는 식성이 좋은 편이다. 지금은 단 음식보다 쓴 나물이 훨씬 더 맛이 있다. 그때 아버지가 내 마음을 꺾어주지 않으셨다면 지금 내 입은 훨씬 짧아졌을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쌀밥이나 고기를 실컷 먹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맛있는 소고기와 쌀밥이 흔한데도 그것을 한 숟가락 먹이기가 힘든 아이들이 많다. 어려서 아이들의 욕구를 조금씩 꺾어주고 자제력을 길러주면 한평생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정말 자녀를 사랑하면 자녀들의 욕구를 다 들어주어야 하는 게 아니라, 때로 어려움도 겪게 하고 욕구를 다스려 주기도 해야 한다. 자식을 사랑하면 한 번씩 역경을 선물해 주는 게 좋다.

몇 년 전 아이티에 사는 어린 손녀, 손자들이 한국에 왔다. 아들 내외가 양평에 있는 처가에 가면서 손녀를 데리고 갔다. 가족들끼리 오랜만에 모여서 인사도 하고 담소를 나누다 보니, 아이가 없어서 밖으로 찾아 나섰다. 그랬더니 마당에서 손녀가 고양이 밥그릇에 담긴 쌀밥과 고기를 손으로 막 퍼먹고 있었다. 아들이 깜짝 놀라 그건 고양이 밥이지, 네가 먹는 게 아니라고 소리를 쳤다고 한다. 물론 손녀가 철없어서 한 짓이지만, 정말 배가 고프면 고양이밥도 맛있게 보이고 먹고 싶어진다. 그러나 어떤 집에서는 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빌다시피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먹으라고 해도 눈길도 안 주는 아이들도 있다.

절제는 재앙과 불행을 막아주는 안전장치

욕구는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생기고 자라지만, 자제력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한다. 자제하는 힘은 배우고 훈련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다. 어릴 때에는 욕구를 다스려주고 절제하는 힘을 키워주기가 좋다. 마치 집 정원에서 키우는 나무의 가지가 잘못 뻗어나갈 때 어린 경우엔 가위로 쉽게 잘라줄 수 있지만, 그 가지를 방치해서 굵게 자라면 톱이나 도끼로 잘라내려고 해도 힘든 것과 같다.

내가 아는 어느 부인은 어렸을 때 늘 친정어머니가 “딸아이는 눈엣가시처럼 키워야 남의 눈에 꽃같이 보인다.”며 마음을 많이 꺾어주셨던 이야기를 했다. 요즘은 자식을 자기 눈에 꽃같이 키우면서 남의 눈에는 가시같이 보이게 만드는 부모들이 많은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자녀들의 인생을 행복하게 해주려면 능력을 키워주고 많은 걸 소유하게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욕구를 다스릴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풍요를 누리되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나는 오늘날의 많은 청소년들에게 어려서부터, 가정에서부터 자신의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자제력과 절제하는 힘을 길러주면 인생에서 다가오는 많은 불행들을 피해갈 수 있다.

절제는 우리를 옥죄는 사슬이 아니라 우리에게 다가오는 재앙과 불행을 막아주는 안전장치이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청소년들은 육체의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것이 행복이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사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그것은 욕구의 노예로 사는 삶이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다스리고 자제하는 능력이 없다면 그 인생은 유혹과 충동이라는 인계철선에 연결된 부비트랩과 같아서 한 순간에 인생을 고통과 파멸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을 수 있다.

경제적 풍요보다 중요한 것은 신중한 사고, 자신의 마음을 절제할 수 있는 마인드다. 최근 우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저명인사들의 소위 미투 사건이나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많은 불법과 사회악들이 다 욕망을 다스리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보다 자신의 감정과 마음의 욕구를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하다.

글=이한규
현재 링컨하우스원주 교장으로 있다.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들을 토대로 이 시대 필요한 교육 철학에 대해 집필하고 있다. 전국 대안학교 총연합회 서울시 지부장을 지냈고,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자녀교육 특강을 자주 열고 있다.

이한규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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