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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될 볼리비아를 위해 일할 겁니다주한 볼리비아 대사관 일등서기관 로날드 호세 이리아르떼 수아레즈
최지나 기자 | 승인 2020.05.25 19:08

로날드 일등서기관은 원래 사업가였다. 볼리비아의 자연수엔 석회질이 많아 그냥 마실 수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을 사 먹는데, 그는 이런 점에 착안하여 24살부터 산타크루스에서 ‘OK Water’라는 브랜드로 생수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꽤 대중화되어 잘 많이 팔리는 상품이지만, 처음은 그렇지 않았다. 초기에 그는 무거운 물통을 들고 유명한 가게부터 소박한 가정까지 모든 대문을 두드리며 물을 소개했는데, 이렇게 방문판매를 하는 것이 매우 창피했다고 한다.

로날드 호세 이리아르떼 수아레즈 Sr. Ronal Jr Jose Iriarte Suárez
프랑스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대학에서 기업금융학 석사를 받았다. 2014년에 생수사업체인 ‘OK Water’를 설립했으며, 2020년에 볼리비아 정부가 주는 ‘젊은 사업가 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부터 주한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일등서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가끔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어요.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몸과 마음을 굽히면서 부탁하는 게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일하는 게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하다 보니 사람들이 점점 제가 찾아오는 날짜를 기억하고,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사장이라고 뒷짐지고 있는 게 아니라 매일 70명 정도의 사람들을 새롭게 만났어요. 어느새 창피함은 사라지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를 즐기게 됐습니다. 대화하다 보면 상대방에게서 좋은 점과 배울 점들이 보였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각기 다른 맛이 있었고요. 그분들에게 고개를 숙인 건 부끄러운게 아니라 잘한 일이었죠.”

사람 만나는 것이 즐거워진 이후로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그렇게 5년 동안 일궈온 사업이 작년 11월, 나라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잠시 멈춰 섰다. 로날드는 국가가 혼란에 빠지고 재정립해가는 것을 보면서, ‘나도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통령을 만나러 가다

2019년 11월 10일, 모랄레스 대통령이 사퇴를 하면서 재무 장관이었던 자니네 아녜스가 임시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임시 정부가 들어섰다. 자니네 아녜스 임시 대통령은 혼란한 볼리비아를 빨리 안정시키기 위해 기독교 대표자들과 수도 라파스에서 ‘조찬 기도회’를 열었다. 그 소식을 로날드도 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무모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저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곳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조국을 위해 일하기로 꿈을 정했기에 대통령을 뵙고 싶었습니다. 대통령을 만나면 전해드릴 자기소개서와 볼리비아를 향한 제 마음을 꾹꾹 담은 편지를 준비해서 기도회 장소로 갔습니다.”

하지만 준비해 간 편지는 전달하지 못했다. 주변 경호가 삼엄해서 대통령께 다가간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날은 그냥 돌아와야 했다.

정부로부터 '젊은 사업가 상'을 받는 모습. 대통령을 만나 편지를 전해준 날이다.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로날드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로날드 씨, 당신 회사가 ‘젊은 사업가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통령께서 직접 상을 주시니 꼭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로날드는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상을 받는다는 것보다 대통령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이었다.

“그 전화를 받고 다시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습니다. 그래서 대통령께 드릴 편지를 다시 썼습니다. 그리고 시상식이 있던 날 대통령을 만나 뵙고 편지를 드렸습니다.”

다시 한 달이 지난 후, 로날드는 외무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외무부 고위 공직자인 그는 몇 가지 정보를 확인한 후 로날드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주한 볼리비아 대사관의 일등서기관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앞으로 볼리비아를 위해 일해주십시오.”

그가 품었던 꿈이 불과 2달 만에 이뤄진 순간이었다.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지난 2월, 한국에 부임한 로날드 일등서기관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대통령께 드린 편지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었는지 물었다. 로날드 씨는 편지에 자신의 학창 시절 이야기, 해외 경험, 그리고 볼리비아 사태를 겪으며 했던 고민들을 썼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국익을 높일 수 있는 외교 분야에서 볼리비아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적었다고 했다.

“저는 14살 때부터 17살까지 독일에서 공부했습니다. 독일어를 전혀 못했던 제가 어렵게 공부를 마치고 볼리비아로 돌아왔을 때 고향이 주는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역시 볼리비아가 최고야!’ 하는 마음 있잖아요. 그런데 제 눈에 열악한 교육 시스템이 들어오고, 많은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술과 담배와 마약 등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와 가까운 친구들도 몇 년 사이에 학교를 그만두고 방황하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독일에서 학교를 다니는 동안 교과서를 무료로 제공받고 수업료도 내지 않았습니다. 독일은 교육 시스템이 아주 발달되어서 모든 학생이 무상으로 교육을 받습니다. 볼리비아는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나라도 경제가 발달하고 좋은 교육 시스템을 받아들인다면 더 성장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볼리비아에 그런 날이 빨리 오도록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에게는 볼리비아의 어두운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나라를 위하는 뜨거운 마음이 함께 흐르고 있었다.

남을 위해 쓰는 시간, 행복을 배우다

그는 8년 전 한국에 머문 적이 있었다며, ‘자신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나라’라고 했다.

“2012년에 한국에 처음 왔는데, 그때 티머니 T-money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작은 카드로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택시, 편의점, 자판기 등을 다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한국은 볼리비아나 아이티보다 가난했던 나라라고 배웠는데, 한국의 빠른 발전상을 가까이에서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13일, 국제 개발 NGO인 굿뉴스월드가 루이스 오시오부스띠요스 주한 볼리비아 대사에게 코로나19 의료진 방호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이날 로날드 일등서기관은 대사를 수행하며 한국의 첫 공식 일정을 수행했다.

 

그는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원으로 한국을 찾았는데, 당시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때 일찍 기상하는 습관을 들인 덕에 지금도 새벽 5시부터 자신이 보낼 하루를 생각하고 준비한다.

“봉사단원으로 1년간 한국에서 지내며 제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전에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대학에 다니면서 저는 술을 즐기고 수업에 늦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봉사활동을 하면서 남을 위해 내 시간을 쓰고, 내가 하고 싶은 걸 참았을 때 훨씬 행복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중학생 때부터 해외에서 혼자 지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무척 서툴렀습니다. 그런데 다른 봉사단원들과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고 행사를 기획하면서, 좋든 나쁘든 자신을 표현하고 마음을 조율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것이 사업할 때 크게 도움이 되었는데, 외교관으로 일할 때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세계는 코로나19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그가 2월에 한국에 오자마자 발이 묶여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그렇지 않았다.

“최근에 한국 NGO 단체로부터 의료진의 방호물품을 기증받았습니다. 그 물품들이 코로나 19 환자를 돌보고 있는 볼리비아의 의료진에게 전해지면 유용하게 사용될 뿐 아니라 큰 힘을 얻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어서 저도 기쁩니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더 많은 일들을 하려고 합니다.”

그는 한국에 있는 동안 앞선 산업공업 기술과 과학 기술을 어떻게 볼리비아에 도입할 수 있을지 길을 찾고 싶다고 했다. 볼리비아의 국토 면적은 한국의 10배 정도로 세계에서 26번째로 넓다. 땅이 넓은 만큼 엄청난 양의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는 ‘원료를 그대로 판다면 얼마 못 가 바닥이 날 것’이라며 미국이나 한국처럼 원료를 가공할 수 있는 기술 도입이 시급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로날드 일등서기관은 인터뷰 내내 볼리비아를 위해 할 일들에 대한 고민과 한국에서 배울 점들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볼리비아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 마음이 볼리비아 정부가 사업가였던 그를 외교관으로 보낸 이유였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5년간 한국에 머물 예정인 로날드 일등서기관, 한국에서 그가 꾸는 꿈들이 속히 이뤄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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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thebolivian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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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나 기자  4153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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