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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사를 배우다 ‘말라위’말라위 ①
고은비 기자 | 승인 2020.05.20 19:51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꿈꾼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이 일어나며, 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고 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색다른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빈국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말라위로 1년간 해외봉사를 떠나는 대학생들이다. 그들은 어떤 세상을 꿈꾸는 것일까? 그들보다 먼저 가서 꿈꿀 자리를 만든 김성경 해외봉사단 말라위 지부장을 만나보았다.

대학생 때 아프리카 토고에서 1년 간 그곳 사람들을 위해 살았던 시간을 잊지 못해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토고가 아닌 말라위로, 혼자가 아닌 아내와 함께 말이죠. 10년 전 말라위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광경은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양쪽 길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관棺이었습니다. 과일이나 음식을 파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빈 관을 파는 장사들만 보였는데, 알고 보니 심각한 기근이 찾아와 하루 한 끼도 먹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당시 허름한 건물에 우리 단체 이름을 쓴 간판을 걸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가 가진 것은 말라위를 향한 ‘소망’이었습니다.

“한국이 그랬듯이 말라위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말라위 사람들이 하나 둘 소망을 품으면, 지혜로운 마인드를 갖는다면 그 작은 변화들이 모여 말라위가 변할 것입니다.”

굿뉴스코 봉사단원들이 10여 년 간 저와 같은 소망을 가지고 함께 걸어왔습니다. 이곳의 청소년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 살피다가 피아노와 태권도 등 무료 교육을 시작했고, 작은 규모지만 방송국을 개국해 다양한 교육과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말라위가 행복해질 수 있음을 알렸습니다. 이에 말라위 정부에서 우리에게 청소년센터 건립할 땅을 기증해, 현재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겨우 열댓 명이 모여 시작했던 무료 교육은 이제 하루에 2백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아카데미로 발전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제가 느낀 것은, 굿뉴스코 활동을 통해 말라위 사람들이 변할 뿐만 아니라 말라위 사람들을 통해 한국에서 봉사하러온 학생들도 놀랍게 변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말라위에서 처음 본 것은 가난과 절망이었습니다. 하지만 1년, 2년… 말라위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만들어지는 진주처럼, 말라위 사람들은 어려움 속에서 형성된 아름다운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라위 사람들은 거둬들인 농작물이 충분하지 않아도 춤과 노래로 신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즐거워합니다. 숱한 어려움을 만나도 쉽게 누군가를 탓하거나 삶을 포기하지 않으며, 자신이 가진 것이 없어도 가족이나 이웃을 위하는 따뜻한 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과 1년을 어울리다 보면 한국 학생들도 자연스레 ‘감사’와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은 그 생각이 깊어져서 삶의 의미 혹은 목표를 발견하고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많은 학생들이 말라위에서 보낸 시간들이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제가 매년 단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한국에 대한 그리움은 모두 내려놓고, 말라위 사람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그들의 삶을 느껴라.’

말라위에는 ‘말라위 호수’가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수백 종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는데, 이를 아는 사람들은 말라위 호수를 보려고 아프리카까지 찾아옵니다.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이 말라위 호수를 찾듯, 저는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아프리카로 해외봉사 오길 바랍니다. 이곳에 봉사하러온 이들이 한국에 돌아가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할지라도,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고 살 수 있는 마음을 얻어 간다면 그 작은 변화가 세상을 더욱 아름답고 살 만한 곳으로 만들 것이라 믿습니다.

글=김성경(굿뉴스코 해외봉사단 말라위 지부장)

따뜻한 정을 느끼다

이 나라에서 1년 간 지내다 보면, 어떤 것을 느끼게 될까? 해외봉사 단원들의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말라위에 온 지 일주일이 되었을까, 나는 돌에 걸려 넘어져 다리를 다쳤다. 다른 단원들은 아카데미 준비와 홍보로 분주할 때 나는 혼자 걷는 것도 힘들었다. 밥을 먹는 것도 내겐 큰 미션이었다. 주로 한 발로 껑충 걸음을 뛰며 식당과 숙소를 오갔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본 현지 친구가 나를 업고 숙소까지 데려다주었고, 대신 빨래도 해주고 널어 주었다. 어린아이부터 아주머니까지 내 다리를 본 현지인들은 꼭 자기 일처럼 진심어린 걱정과 관심을 보였다. 처음에는 이 먼 곳까지 봉사자로 와서 사람들과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내 모습이 속상하기만 했다.

말라위 주식인 옥수수를 수확하는 기쁨을 느껴보았다. (왼쪽 윗줄부터 김유익, 조유빈, 김미성, 한보라, 씬디, 전현진, 유이, 김정인, 카민)

하지만,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었기에 현지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라 환경적으로 적응하기 힘든 면들도 있었지만 마음이 열리니 문제가 되지 않았고, 말라위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거웠다. 한국에선 ‘김미성’이라는 사람 중심으로만 살아왔는데, 이곳 말라위에 와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때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 김미성

주말이 되면 말라위 센터는 아카데미 수업을 들으러 오는 학생들로 붐빈다. 나는 컴퓨터 아카데미 반을 맡아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할 때면 작은 노트북 또는 컴퓨터 한 대에 6~7명이 함께 앉아 수업을 듣는다. 그렇다 보니 주어진 실습시간(약 한 시간) 동안 컴퓨터 마우스나 키보드를 한 번 만져보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조유빈 단원은 어린이 캠프 마지막 날, 아이 손을 꼭 잡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또 모니터를 함께 봐야 하기 때문에 가까이 붙어 땀을 흘리며 수업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학생들은 컴퓨터를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수업을 하면 할수록 한국에서 해야 할 공부가 많아서, 더 좋은 노트북을 살 돈이 없어서 우울해했던 내 모습이 비쳐졌고, 그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주고 싶어졌다.
글 조유빈

말라위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 쓰레기 매립지를 서성이는 장면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본 후, 말라위 사람들을 돕고 싶어 아프리카로 해외봉사를 떠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말라위의 현실을 직접 마주한 내 마음은 요동쳤다. 비포장 도로에 가득한 쓰레기들, 뜨거운 태양, 잦은 정전, 수많은 벌레들, 도저히 먹지 못할 것 같은 현지음식 ‘시마’…. 1년 간 이런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슬펐고, 불평 불만이 쏟아졌다. 말라위의 단점만 보였다. 이렇게는 못살 것 같아 매일 같이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버릇처럼 했다. 그런 나를 유심히 지켜봤던 한 유학생 형이 나를 찾아왔다.

“정인아, 이곳 사람들은 양식이 없어서 하루 한끼도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 그들은 빵 한 개에, 사탕 하나에 감사를 느끼며 살아. 너는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세 끼를 먹으며 살았잖아. 네가 이들보다 잘난 것이 무엇이니?” 생각해보니,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언제나 먹을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누리며 살았던 한국에서의 삶은 이곳과 비교하면 왕의 삶과도 같았다.

하지만 나는 ‘감사’를 느끼며 살지 못했고, 부담스러운 일은 피하며 살아왔다. 그런 생각을 하니 무척 부끄러웠다. 그리고 내가 말라위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할 때에도 “이곳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지?”하며 걱정해주던 현지인들의 따뜻한 마음이 그제야 보였다. 그날부터 나는 새로운 시각으로 말라위를 보기 시작했고, 이젠 ‘말라위가 너무 좋아서 맑고 순수한 마음, 겸비한 마음을 가진 아프리카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매일 하고 있다.
글 김정인

고은비 기자  press49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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