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인 푸슈킨이 말했다. “잘못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잘못이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첫 번째 잘못은 잘 몰라서 한 것이라 용인될 수 있겠지만, 같은 실수를 두세 번 되풀이한다면 그 사람은 발전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죄송합니다. 앞으로 잘 하겠습니다.’라는 말만 하지 말고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같은 시행착오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록은 반복되는 실수를 예방한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잘 되었든 잘못되었든 간에, 오늘 내가 한 일에 대해 정리를 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실패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어야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성공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 본인은 경험했기 때문에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다고 해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뒤를 잇는 사람은 똑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개발 부서의 일선에서 일하던 시절, 기록 문화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프로젝트를 맡아서 신제품을 개발하다가 갖가지 어려움에 봉착해서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모든 과정을 충실하게 기록해놓으면 실패한 경험을 통해서도 소중한 교훈을 이끌어내고 거기서부터 뜻하지 않은 신기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어떤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그 팀은 해체되고 그때까지의 모든 자료와 기록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실패는 그냥 실패뿐으로 끝나고 만다.

손으로 직접 기록하자

항공사업과 미디어, 관광사업으로 유명한 버진그룹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에게 기자가 물어봤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 중 항상 지니고 다니는 것이 있나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늘 뒷주머니에 작은 노트를 넣고 다닙니다.”

그는 이 노트가 없었다면 버진그룹을 지금처럼 키우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록은 행동을 일으키는 매개체다. 기록하지 않으면 좋은 아이디어도 잊어버리고 행동으로 옮길 수 없다.

요즘 많은 대학생들이 책보다 노트북이나 패드를 이용하여 공부한다. 과연 노트북에 기록하는 것과 손으로 쓰는 것 중에 어떤 것이 효과적일까? 팸 뮬러 프린스턴대 교수와 대니얼 오펜하이머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이 327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았다. 참가자들에게 테드 강연을 보여주고 내용을 기록하게 하고 30분 후에 시험을 치렀다. 그 결과 팩트와 관련한 문제는 노트북과 노트 사용자 간 비슷한 점수가 나왔다. 하지만 개념을 이해하는 문제는 노트북 사용자의 점수가 낮았다. 손으로 내용을 기록하는 행위는 두뇌로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며 오래 기억할 수 있게끔 한다.

진정한 기록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과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재연성再演性이다. 똑같은 조건, 똑같은 상황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기록을 할 때 결과만 적어놓아서는 효용가치가 적다. 상황이나 주변 여건이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신기술을 개발할 때는 어떤 계측기를 어떤 조건에서 가동했는가, 중간에 부품을 하나 교체했을 때는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등 자세하게 기록해야 한다.

필자가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DAT(Digital Audio Tape)라는 오디오 기기를 개발할 때의 일이다. 조그만 집적 회로가 1,200개 가량 들어가다 보니 서로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된다. 중간에 예측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부품을 교체하거나 삭제하기도 하는 등 조건을 바꿔가며 실험을 한다. 변경된 사항은 즉시 회로도에 반영돼야 하지만 실험 자체에 몰입하다 보면 그 과정을 기록하지 못한 채 급히 진행하기도 했다. 결국 나중에는 뭘 어떻게 수정했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번듯한 회로도도 있고 설계도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도면과 전혀 다른 엉뚱한 시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회로도를 만들 방법이 없어 무척 난감했던 경험이 있다.

시제품을 가지고 다시 역으로 회로도를 만드는 데 엄청난 시간을 할애하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결과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행착오의 과정과 상황을 기록하고 가능하다면 그 당시의 느낌까지 기록해둔다면 소중한 자산이 되리라 본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거나 제대로 올바르게 기억하고 싶다면 기록을 해보자.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스마트폰으로 메모를 해도 좋고 키보드보다 펜이 강하다는 말이 있듯 손으로도 기록을 해보면 좋겠다. 단순히 개념만 익히기에는 우리의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겠는가

글=박천웅
국내 1위의 취업지원 및 채용대행 기업 스탭스(주) 대표이사. 한국장학재단 100인 멘토로 선정되어 대상을 수상했으며, (사)한국진로취업 서비스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대기업 근무 및 기업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들에게 학업과 취업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하는 멘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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