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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
김주원 기자 | 승인 2020.05.15 02:14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심한 몸살을 겪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대처해가면서 우리나라는 많이 기울어진 모습입니다. 요 몇달은 가족과 긴 시간을 함께하거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거나 하는 특별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별일은 없는지 안부 전화도 이전보다 많이 늘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피해가 크지만 오고 가는 대화 속에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큰 위로를 얻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우리 인생에 언제나 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마음을 의지할 가족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하고 피폐해질까요? 가족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를 생각하면서 가족의 가치를 마음에 세운다면 자연스럽게 가족을 위할 수 있습니다. 의외로 가족은 서로에게 거창한 것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가족은 특별하기 때문에 작은 관심에도 금방 결집되고 행복이 흐릅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가족과 마음이 흐르고,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큰 행복을 가질 수 있습니다.

친구에게조차 할 수 없는 말

가족들과는 무슨 이야기를 하시나요? 절친한 친구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겠지요? 가족에게 어떤 짜증스러운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고 있으신가요? 요즘 부모와 자녀 간에 일부러 자리를 만들어 대화를 하는 가정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식사라도 하게 되면 한 시간 남짓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그렇게 나누는 대화는 소소하게 지나가는 내용들입니다. 가끔 “잠시 여기 좀 앉아봐.” 하는 첫 마디에 이미 중요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는 직감이 옵니다. 아무튼 가족과 하는 대화의 대부분이 기억에 남지 않는 소소한 이야깃거리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소소한 대화가 가족 사이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소소해 보이지만 친구한테조차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기하는 마음이 들킬 것 같고, 욕심이 드러날 것 같고, 미워하는 마음이 보일 것 같아서 아무에게나 하지 못하는 이야기입니다. 남편에 대한 불만도 있고, 자격지심으로 민망한 주변 사람들의 허물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믿을 만한 내 편이 아니고서는 쉽게 내보일 수 없는 마음입니다. 우리에게는 그런 종류의 하고픈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가족은 나의 치졸한 마음이 드러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 줄 ‘내 편’입니다. 소소하지만 마음이 보이는 대화를 서로 할 수 있는 사이라면 중요한 문제도 언제나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마음을 가족에게 꺼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통로가 막히고, 가족 간의 무관심은 한계를 벗어난 듯합니다.

마음의 담을 쌓는 대화

부모는 부모 나름대로 충실하고, 자녀는 자녀 나름대로 충실하게 지내는 것 같지만 마음을 표현하거나, 가족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줄 인내심은 없어 보입니다.

“너 요즘 어떻게 지내냐?” “그냥요” 그렇게 짧게 답을 해버리는 자녀는 친구들과는 수많은 문자를 하느라 방에서 나오지도 않습니다.

“너 요즘 누구를 만나고 다니니?” “있어요. 얘기하면 아세요?” 자녀는 자신에게 관심도 없으면서 갑자기 일거수일투족을 물어보는 게 그냥 싫습니다. 부모가 사이가 좋든지 안 좋든지 관심이 없지만, 자신이 있는 한 공간에서 싸우는 것은 화가 납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친구 관계나 학교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별로 묻지 않아도, 성적과 관련해서는 초유의 관심을 보입니다. 행여나 이성교제 때문에 학업에 지장이 가지 않을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자녀의 표정을 유심히 살핍니다. 한 공간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살면서도 정작 서로의 속마음을 쉽게 꺼내지 않습니다. 친구에게는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꺼내면서도 가족 앞에서는 아무런 일도 없는 척 저녁을 먹고 인터넷을 즐기는 모습을 보입니다.

가족의 가출이나 자살을 겪는 가정을 보면 왜 극단적인 결정을 해야 했는지 남은 가족은 알 길이 없습니다. 어쩌면 도와달라고, 많이 아프다고, 작은 목소리로 도움을 청했을지도 모릅니다. “왜 힘들다고 이야기하지 못했니?” 뒤늦은 후회를 하기 전에 우리는 마음을 꺼내기 시작해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힘들다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묵혀진 문제가 마음에서 이미 터졌나왔음을 의미합니다.

그럴 때, “뭐가 그렇게 힘드니. 엄마도 힘들지만 견디잖아?” “그것도 이겨내지 못해서 어떻게 사회생활을 할 거니?” “힘든 것도 있고, 좋은 것도 있고 그런 거야.” 이렇게 무책임한 말로 어렵게 다가오는 가족을 밀쳐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렇게 가족의 대화가 한 번, 두 번, 세 번 이어지면 무관심으로 넘어가면서 서로가 마음의 담을 쌓습니다. 참 이상하게도 친구와 싸우면 풀어보려고 노력도 잘 하는데 가족끼리 생긴 담은 쉽게 허물려 하지 않습니다.

가족은 분명 특별한 존재입니다. 자신의 치부도 드러낼 수 있고, 나약하고 못난 모습을 보여도 될 만큼 믿을 만합니다. 가족 같은 존재를 사회에서 얻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족과 마음의 담이 쌓였다는 것은 자신의 나약하고 못난 이야기를 할 곳이 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잃어버린 마음의 자리

마음 나눌 곳을 잃어버린 자녀들이 SNS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자녀는 가족보다 SNS에서 하고 싶은 말을 더 많이 합니다. SNS가 부모보다 편해진 세상입니다. 친구에게조차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익명으로 불특정한 사람들에게 털어놓습니다. 자녀는 SNS의 무책임한 이야기 속에서 여과 없이 흐르는 생각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보호되고 있는 건 자녀의 몸뿐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이 머물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SNS에 마음을 의존하면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SNS 공간은 이목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내용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과 괴리가 있는 내용이 자녀의 마음을 잠식해 버리면 비정상적인 가치관을 형성시킵니다.

마음이 잘못된 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잘못된 행동으로 나타나고, 거기서 벗어나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향락, 중독, 범죄, 자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 유혹에서 붙들어 줄 마음의 힘이 없기 때문에 쉽게 빠져들게 됩니다.

합쳐지지 않는 기찻길 : 세대 차이

50대 부모의 가정이든, 30대 부모의 가정이든, 부모와 자녀 사이에 극명한 세대 차이가 나타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부모가 이 정도 하면 되지, 우리 때는 이 정도 없이도 더 잘했다. 너희들은 이러면 안 돼.’ 그런 생각이 있습니다. 자녀의 입장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도 못해주면서. 말하면 알기나 해? 참견은 왜 하고 그래.’ 하고 생각합니다. 자녀는 자신들이 살아갈 앞으로의 세상을 부모보다 더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는 시대에 뒤처져 있다고 생각하니까 무시도 하고, 충고도 쓸데없는 참견으로 듣습니다. 키워주는 건 당연한 것이고 ‘어떻게 키워 주느냐’가 중요한 거라고 말합니다.

부모는 자기만의 기준으로 자녀를 바라봅니다. 부모는 자기가 받았던 교육보다 훨씬 좋은 것으로 자녀에게 주고 싶기 때문에 경제력의 많은 부분을 교육비로 지원합니다. 그래서 부족함 없이 공부만 할 줄 알았던 자녀가 게임이나 휴대폰에 빠져 시간을 보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합니다. 자녀는 부모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부모와 공유하던 것을 최대한 줄여갑니다. 그런 생각들이 세대 간의 벽을 더욱 두텁게 만듭니다.

경쟁의식은 자녀보다 부모에게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부모는 학교 성적이 곧 성공의 척도라고 자녀가 느끼게끔 말합니다. 성적을 감시하듯 하는 부모의 행동이 자녀에게 심한 압박으로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그래서 성적이 좋지 못한 자녀는 부모 앞에서 괜히 죄인처럼 있어야 하는 현실이 짜증스럽습니다.

근래에 제법 높은 시청률을 낸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드라마의 배경이 상류층의 가정에서 전개되는 내용이라 일반 사람들의 현실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력이 넘치는 사람들의 자녀교육을 엿보던 주부들의 호기심이 시청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한 가지는 ‘가족이란 서로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에 대한 가족의 본질입니다. 성공, 성취, 경쟁, 원함, 욕망, 욕구 등이 뒤엉켜서는 가족의 본질을 볼 수 없습니다. 달리던 기차가 탈선하듯이 자녀가 넘어지고 수년간 헌신했던 부모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진통을 겪고 무너지고 나서야, 가족의 진정한 모습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어려운 과정 중에 있더라도 가족의 따뜻한 마음을 맛본다면 그 속에서 충분한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가족의 사랑은 마음에 힘을 주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작은 관심이 주는 큰 행복

지금 자녀를 위해, 자신을 위해, 사회를 위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다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가족 안에서 얻는 행복의 맛을 봐야 합니다. 가족이 주는 힘에 대한 중요함을 스스로 느껴야 그 가치를 높이 세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정에서 얻는 기쁨이나 행복은 다른 곳에서 얻는 것과는 다릅니다. 아주 작은 관심에도 기쁠 수 있고, 작은 마음의 표현에도 행복함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족끼리는 마음을 조금만 나눠도 굉장히 편안하고, 서로의 마음을 조금만 알아도 큰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음을 열기만 해도 가족 사이에 행복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너무 나 쉽게 기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곳이 가정입니다.

그런 가정을 세우기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친구에게조차 말 못하는 마음의 이야기, 아주 소소한 작은 이야기들을 가족과 나누어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들의 작은 수다에 마음으로 들어줘야 하고, 부끄럽지만 부모의 어려운 마음도 이야기해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해야 하고, 마음이 힘들 때는 어린 자녀이지만 기댈 수 있어야 합니다.

가족과 마음이 연결되면 상상 이상의 행복을 만듭니다. 그 안에서 자라난 자녀는 좋지 못한 유혹에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이거 조심해라. 이건 하면 안 된다.” 그렇게 따라다니며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한 삶을 줄 수 있습니다.

부모의 따뜻한 마음을 알아야 훈계도 달게 받습니다. 부모에 대해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자녀에게 하는 훈계는 오히려 가족에게서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만 갖게 합니다. 자녀를 단단한 훈계로 바르게 교육하고 싶다면 먼저 자녀와 소소한 마음의 이야기부터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자녀에게는 친구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자녀는 부모를 믿어야 합니다. 부모에게는 놀라운 ‘부모의 마음’이 있습니다. 부모는 사실 자녀에게 많은 걸 요구하지 않습니다. 요구하는 것을 더듬어보면 자녀에게 유익한 것이지 부모가 유익하려고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예전에 그 당시의 향수를 잘 느낄 수 있었던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들이 고등학생들과 그의 가족들입니다. 집에서 거의 말수가 없는 ‘정환’이와 어린 동생까지 보살피는 다정다감한 ‘선우’는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어김없이 동네 입구 평상에 앉아 세 아주머니는 저녁 찬거리를 다듬으며 수다를 나눕니다. “다 큰아들은 뭐 사주야 하노.” “정환이는 운동화 사주면 되지. 불량배한테 돈하고 운동화 뺏겼단다.” “……” “에헤… 성님, 또 모르네. 정환이가 엄마 걱정할까 봐 얘기 안했나 보네.” 이번에도 아들의 근황을 선우 엄마한테 들어야 했던 엄마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착잡합니다. “정환아, 무슨 일 없니?” “네” 엄마는 며칠 동안 먼저 말을 걸어보지만 항상 돌아오는 아들의 대답은 “네”일 뿐입니다. 엄마는 선우네 집처럼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아들, 할 얘기 없어?” “네” “어…” 다시 책을 들여다보던 아들은 “저, 일등 했어요.” “왜 얘기 안했어?” “에이 뭐… 내신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뭐” “엄마는… 다 알고 싶어. 다는 아니더라도…” 다른 곳을 주시하면서 조심스레 자기 마음을 꺼낸 엄마는 책상에 앉아 있는 아들을 살짝 안아주고 아들 방을 나섭니다. “엄마” 나가는 엄마를 아들이 불렀습니다. 아들은 어렵게 마음을 꺼내놓은 엄마를 위해 용기를 내어 자기 이야기를 해줍니다. “저 운동화 하나만 사주세요. 잃어버렸어요.” 그 순간 엄마는 너무 고맙고 세상을 얻은 것처럼 행복해합니다. 아들이 운동화가 필요하다고 말해주길 기다리는 엄마의 모습, 부모의 마음이라는 게 참 그런 것 같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행복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이처럼 가족이 무엇으로 행복해하는지 더듬어볼 수 있으면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참 많아집니다.

‘사랑’과 ‘신뢰’가 흐르는 가정

가정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변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독신을 원하고, 결혼한 부부가 자녀를 낳지 않으려 합니다. 이혼으로 인해 한부모 가정이 한 학급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이런 문제를 뒤집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게 아닌지 걱정입니다. 가정이 개인의 행복에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청소년에게 ‘왜 가족과 살고 있지?’ 하고 물어보면 ‘그냥 살고 있으니까 살죠.’ 하고 대답합니다. 얼른 경제적으로 자립해서 부모곁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자녀의 자립은 당연하지만 가족과 마음의 소통이 없다가 자립하게 되면 남보다 못한 가족으로 남기 쉽습니다.

앞으로 이런 사회적 성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같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가정의 붕괴로 인한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가족에게 관심을 두는 것, 마음의 이야기를 하는 것,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가족과 이 작은 것을 하지 않아서 인간의 가치를 뒤흔들고, 국가의 존폐 위기까지 말해야 하는 것은 참 안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소중한 가족에게 너무나 함부로 대하고 있지는 않는지, 서로 다른 생각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지, 이해보다 짜증을 더 내지는 않는지, 사실보다 감정이 앞서지는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가정은 나 자신만 지키는 곳이 아닙니다. 나보다 가족을 더 생각하면 큰 행복으로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가정은 처음부터 사랑과 신뢰가 흐르던 곳입니다. 가족의 마음을 살피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면 강렬한 태양에 물이 고갈되듯, 사랑도 신뢰도 가정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의 장래는 멈추기도 하고, 뒤로 물러날 수도 있으며, 잠시 쉬어갈 때도 있습니다. 그때에 ‘사랑’과 ‘신뢰’가 흐르는 가정에서 어려움도 이겨내고, 마음에 쉼을 얻게 되길 바랍니다.

기획=온마인드 단행본팀

김주원 기자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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