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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네 일상 속으로최남서, 임인숙 부부와 세 자녀
고은비 기자 | 승인 2020.05.07 11:31

가족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5월, 다둥이네 집은 늘 시끌벅적하고 바람 잘 날이 없다. 핵가족 시대를 지나 1인 가구로 변해가는 요즘, 5인 가구로 사랑을 나누며 행복하게 사는 한 가족의 일상을 소개한다.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신혼 시절

올해로 첫째 아들 성훈이는 열한 살이다. 키도 부쩍 자랐다. 결혼하고 벌써 11년이 흘렀다. 지난 세월 동안 나와 아내가 부부가 되고, 또 세 아이의 부모가 되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기를 꼽으라고 한다면, 신혼 때라고 할 수 있다. 인생에 가장 달콤하다는 그 시절이 내게는 안팎으로 가장 어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인쇄업에 종사했는데 결혼한 지 얼마 뒤 회사가 점점 어려워져 직장에서 나와야 했다. ‘앞으로 뭘 하며 돈을 벌어야 하지?’ 수없이 고민했고, 결국 물리치료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선택했다. 물리치료사가 되기 위해 먼저 편입 시험을 쳐야했고, 대학에서 2년 간 공부하며 면허증도 따야 했다. 6개월 간의 편입 시험 공부를 마치고 대학에 원서를 넣으려고 준비하고 있을 무렵에 큰아이가 태어났다. 너무 기뻤지만, 가족을 거느린 가장으로서 제대로 해주는 것이 없는 것 같아서 아내에게 무척 미안했다. 하지만 아내는 묵묵히 기다려 주었고, 장인어른과 장모님도 미래를 준비하는 사위를 조용히 응원해주셨다. 당시 30살, 27살이었던 우리 부부 주변에는 좋은 분들이 많았다. 양가 부모님은 물론이거니와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자신의 옛날 모습이 떠오른다며 나를 끝까지 응원해주셨던 선배 형, 우리 사정을 알고 아기용품과 옷가지 등을 한아름 들고 왔던 이웃들….

아내와 함께 그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면,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당시 우리는 모든 것이 서툴렀지만 좋은 분들과 함께였기에 험준한 산을 동산 넘듯 넘을 수 있었다.

사랑스런 세 아이

아내에게 이야기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결혼하기 전부터 ‘자녀가 많은 대가족’을 꿈꿨다. 하지만 둘째를 낳은 지 2년 뒤 셋째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 부부는 당황했다. 경제적인 부담감도 있었지만, 아들 둘을 키우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걱정도 잠시, 우리 부부는 우리에게 찾아온 ‘또 다른 생명’을 선물로 기쁘게 받아들였다. 산부인과에서는 가임 기간이 아닌 때에 생긴 아이라며 하늘이 준 아이, ‘신순이’라는 태명을 지어줬다. 담당 의사는 아내가 양수가 너무 적어서 셋째를 분만할 때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아이가 병원에서 한 시간 반 만에 건강하게 태어났다.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게다가 셋째는 그렇게 바라던 예쁜 딸이었다.

육아는 예상처럼 쉽지 않았다. 셋째 효은이가 갓 태어났을 땐 여전히 어린 성훈이나 성재를 돌봐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때가 많았다. 정신없이 아이들을 키우며 버겁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셋째 안 낳으면 큰일 날 뻔 했어. 둘 키우면서 아이들 대하는 마음이 넓어졌나봐. 울어도 예쁘고, 미운 짓도 예뻐 보여.”

이제는 6살, 8살, 11살이 된 아이들. 세 명이 오물조물 다니며 노는 것만 봐도 너무 사랑스럽다. 또 재미있는 것은 각자의 맛, 다른 매력을 가진 아이들이 모이니 집에서도 하나의 사회가 만들어진다. 소리 지르고 싸우다가도 서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건네고, 금방 용서하기도 한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아이들끼리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나가는 것을 보면 신기할 때가 많다. 혼자라면 간식을 먹더라도 그냥 먹으면 될 텐데 형제가 셋이니까 이걸 어떻게 나눠 먹을지 서로 고민하는 모습을 볼 때면 행복하다. 나는 우리 가정이 경제적으로 아주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부족하다고 느낀 적도 없다. 그냥 이렇게 지지고 볶으며 다섯 식구로 살아가는 것이 좋다.

11년차 가장의 노하우는 ‘잘 듣는 것’

여기저기서 “부부가 인상이 굉장히 좋네요”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잘 웃긴 하지만, 우리도 현실 부부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의견이 서로 맞지 않을 때 등을 돌리고, 문을 쾅 닫고 방에 들어가버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함께 살아갈수록 싸움을 줄이는 법, 혹은 화해하는 법을 터득해나가는 것 같다.

올해 11년 차 부부가 된 최남서씨와 엄인숙 씨. 서로 좋아하는음식 취향은 달라도 행복한 삶에 대한 가치관만큼은 이견이 없다. 둘째 성재가 키를 재다 말고, 의자를 가져와 까치발을 든다.‘엄마, 내가 더 크지?’

나의 경우 대학 시절 필리핀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1년 간 단체생활을 하며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 사람을 다 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럴수록 서로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팀원들끼리 부딪히고 깨지면서 배웠다. 그리고 그 배움을 삶에 연장시킨 것이 바로 결혼생활이었다.

부부싸움을 할 때면 말로는 아내를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우선 내 소리를 낮추고 아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 한발 뒤로 물러나 이야기를 듣다보면 신기하게도 싸울 때는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린다. ‘아, 이런 부분도 있겠구나’ 하고 아내의 입장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아내에게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면 오히려 아내가 내게 고마워하며 사과를 건넨다.

‘듣는 것’은 아이들을 대할 때에도 중요하다. 사실, 처음에는 아빠로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들을 이끌어가려고 했다. ‘얘는 왜 이렇게 고집이 세지?’ ‘성적이 이러면 안 되는데’ ‘이렇게 좀 하지’ 등 아이들을 대하는 고정관념도 많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화를 낼 때도 많았다.

그런데 아이들을 키울수록 그 방법으론 아이들을 이끄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요즘에는 화를 내기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공감해주려 한다. (물론,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할 때에는 그렇게 한다.) 아이들이 행복해지기 바라는 마음이 있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맞고 옳다는 생각을 가진 채 아이들을 대하면, 화를 내고 싸움이 벌어지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올해로 11년차인 가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서툰 점이 많다. 우리 가족은 지금도 계속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세 자녀에게 주고 싶은 ‘행복한 삶’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집에서 엄마와 지내는 시간이 늘었다. 평소 아내는 독서 지도법에 관심이 많아 아이들과 책을 읽고 대화하고 표현하는 시간을 가진다. 나는 아내에 비해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아이들과 몸으로 신나게 놀면서 아이들과 쌓은 추억이 많다. 첫째와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내가 출근할 때 아이 한 명을 자전거에 태워 유치원에 데려다주곤 했다. 아내 혼자 남자아이를 둘씩 챙겨가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어하고, 일어나도 제 맘대로 움직이던 아이들이 서로 아빠의 자전거에 타겠다며 부지런해지기 시작했다. 양재천 길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오리가 보일 때가 있다. “아빠, 오리~” 소리치면 잠시 내려 오리한테 모이도 주고, 여름에는 가게에 들러 주스를 사 마시기도 했다.

킥보드세 개, 자전거도 세 대. 다둥이집에서 만나는 물건 하나도 흥미롭다.
엄마 아빠의 결혼사진을 열자 낯선 엄마 아빠의 모습이 보인다. 한바탕 웃음꽃이피었다.
매일 싸워도 남매는 남매다. 장난기 많은 오빠 둘과 사랑스러운 막내.
“신혼 때, 가장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해주어서 아내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있어요. 아이를 키우는 부분에도 엄마로서 할 일이 많잖아요. 제 나름으로는 도와주려고 하지만, 그래도 아내가 늘 고생이 많다 싶죠.”_최남서
‘잘 따라오고 있니?’ 막내딸을 태우고 앞서가는 아빠는 연신 뒤를 돌아보며 두 아들을 확인했다.

내가 어떤 특별한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첫째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우리 가족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 그런데 못해도 좋을 것 같아. 가족이 서로에게 어려운 일, 기쁜 일을 이야기하면서 마음이 가깝게 사는 게 행복한 삶이 아닐까?’

나는 아이들이 놀이가 필요한 시기엔 같이 놀아주고, 학습이 필요한 시기엔 함께 공부하고, 어려움이 있을 땐 같이 고민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늘 곁에 있어도 마음을 닫고 살면 외로울 수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혼자 어려움을 겪지 말라고, 언제나 가족이 함께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고은비 기자  press49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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